[인사이트] EOS 27개 계정 동결 명령… 논란의 중심을 파헤치다
EOS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재절차의 결정권을 가진 EOS 코어 중재포럼(ECAF, EOS Core Arbitration Forum)이 EOS 계정 27개에 대한 동결 조치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 BP 후보의 멤버가 비공개 텔레그램 방을 통해 입수한 후 공개한 ECAF 명령서에 따르면, ECAF는 EOS 계정 27개의 거래를 모두 동결할 것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ECAF가 “이번 명령을 내린 이유는 추후에 공지할 것이다”라고 말하자 일각에서 ‘권력남용’이라는 지적이 들어오고 있다.
EOS의 핵심 ‘중재 기능’
블록체인이 대부분 블록체인 데이터의 불가역성(Irreversibility)을 핵심 기능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EOS는 ‘중재’ 역할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EOS를 이렇게 설계한 이유의 밑바탕에는 해킹, 사기 등의 피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 있다. 이 경우 중재자가 있어야 합리적이고 검증 가능한 절차를 통해 유사시 블록체인 데이터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OS에 이런 중재 절차가 공식적으로 내장된 이유 중 하나로 리카디언 컨트랙트(Ricardian Contract)의 설계자인 이안 그릭(Ian Grigg)의 영향력을 들 수 있다. EOS를 만든 블록원에서 자문을 맡았던 그는 EOS를 ‘통치형 블록체인(Governed Blockchain)‘이라고 칭했다.
한 컨퍼런스에서 이안 그릭은 “커뮤니티에 참여한다는 것은 커뮤니티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의 행동에 관해 커뮤니티 중재 절차에 참여할 책임도 있다”라고 말했다.
즉 공식적인 분쟁 해결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이안 그릭은 누군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중재자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스템을 EOS에 내장한 것이다.
현실적인 블록체인 vs 악용가능한 중앙화 시스템
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내부자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중앙화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들며 EOS의 중재 절차를 지적한다. ‘토큰 민주주의’라고 자찬했던 EOS의 중재 절차에서 토큰 소유자들의 목소리는 오직 BP들을 통해 반영된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일종의 ‘공화제’와 유사한 형태인 것이다.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EOS 비관론자들은 실제 정치 시스템과 같이 권력자들 간의 적폐세력이 만들어질 것이며, 이는 탈중앙성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정부 검열저항성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번 동결 명령을 내린 ECAF가 사실상 임시 담당자인 샘 새포즈닉(Sam Sapoznick) 개인의 결정권에 의해 움직이는, 중앙화된 기관이라는 점도 지적받을만 하다.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그는 ‘동결 사유는 추후에 통보하겠다’라고 말하며 ‘선-조치, 후-설명’의 강압적인 집행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EOS에게는 이런 주장을 반박할 충분한 여지는 있다. 해킹 사건 대응 같이 빠르게 대응해야 되는 사건에서 직접민주주의 절차는 너무 느리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재자의 역할은 비가역적인 코드가 해결해줄 수 없는 수많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이오스 보유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의 관점’이라는 글을 올리며 이번 동결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약 13,000개 상당의 EOS 코인을 해킹으로 도난 당했으며, 도난의 여지를 증명할 증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을 대비한 절차가 EOS에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피해자는 “익명성을 포기하고 ECAF를 신뢰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ECAF는 절대로 명확한 증거 없이 아무 계정이나 동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비판을 반박했다.
불가역적인 블록체인, 과연 정답일까?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실수는 끊임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EOS가 도입한 중재 시스템이 꼭 비판 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결국 블록체인의 불가역성을 논의할때 빠질 수 없는 것은 ‘사회적 합의(Social Consensus)’다. 이더리움의 The DAO 해킹 사건만 봐도, 막대한 피해자가 속출한 해킹 사건을 되돌리기 위해 블록체인의 데이터를 바꾸는 하드포크를 했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패리티 지갑 동결 해제 사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의 부제’를 이유로 이더리움 측은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
이번 EOS ECAF 논란의 핵심은 EOS의 중재 시스템 자체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던 ECAF의 미흡한 대응이었다. 피해자, 토큰 보유자, BP 그리고 ECAF 간의 활발한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동결을 추진했던 ECAF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EOS 커뮤니티 내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며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현실적인 절차가 도입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장단점이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