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에서의 윤리란 무엇인가? – 코인레일의 RAIL 코인 발행 이슈에 대하여
흔히들 돈이 걸린 분야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익’이 ‘정의’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로움’은 ‘올바름’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기 일쑤입니다. 이는 코인 투자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닌지라 모든 참여자들은 다른 참여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서로 공존하려고 들기보다는 한정된 수익을 자신이 차지하고자 애쓰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들이 모여서 어울려 지내는 공동체인 사회에서 인간이면 누구나 마땅히 따라야 할 도덕 규범에 대한 기준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윤리입니다. ‘윤리’의 의미 자체가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원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윤리를 정의하고, 그에 대한 학문인 Ethics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철학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의문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론,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론,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론적인 이슈입니다. 그리고 윤리란 그 가치론적인 의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곧 “다른 사람과 어울려 잘 지내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윤리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코인 시장이라는 사회 영역에서 또한 마땅히 적용될 수 있는 가치론적 사안입니다.
그리고 그 윤리라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언제나 이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 윤리를 저버리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게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원인이고, 그로 인해 많은 학자들은 그 ‘이로움’과 ‘올바름’ 사이의 적절한 균형 관계를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맹자가 말한 ‘見利思義’는 “이로운 것으로 보고 마음이 혹하는 순간 바로 올바름을 생각하며 그 이로움에 대한 욕심을 다스려라.” 하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모두가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곳에서도 윤리란 마땅히 고려되고 준수되어야 할 가치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인식에 나온 용어들이 이른바 ‘상도덕’, ‘업계 윤리’ 등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를 조금 더 세련된 형태와 체계로 가다듬어 ‘기업 윤리’ 혹은 ‘경영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영 윤리’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윤리적으로 경영을 해야 결국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즉 수익을 위해 윤리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익을 위한 도구 중 하나로서 윤리를 활용하고자 한다는 의도에 대해 저는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서라도 경영 활동을 하는 주체들이 윤리적 이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성취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와 같은 윤리에 대한 기본 개념과 의미를 코인 시장에 대입해 보자면, 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가 경쟁 관계입니다. 채굴자, 코인 개발자, 거래소 운영자, 투자자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시그널방 운영자 등 모두는 서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상대를 적절히 이용하는 관계입니다.
아울러 코인 시장은 전세계적인 시장이자 신생 시장이므로 아직 적절한 법률적, 제도적인 외재적 규제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분야일수록 더더욱 내재적 규범인 도덕 가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대개 도덕 가치를 고려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이로움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코인 시장의 유지 존속 및 건강한 발전을 해치는 가장 해로운 암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님이 잃어야 내가 돈을 땁니다.”라는 어느 코인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답글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코인 시장이 제로섬 시장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다른 사람의 손해를 기반으로 나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 시장이 지닌 상호 적대적 관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공정함에 입각한 경쟁 정신은 코인 시장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형태로 이를 무시한 불공정하고 비겁한 테러 행위들이 코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해커에 의한 코인 탈취 및 코인 개발집단의 사기성 ICO, 유료 시그널방의 책임 지지 않는 식의 회원 모집 등이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공정한 거래를 중개해야 한다는 책무를 지닌 거래소들 또한 코인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전 글 “업비트와 빗썸의 상장 전쟁 (https://steemit.com/coinkorea/@biba1029/5iyutk)” 이라는 글에서 거래소들의 수익만을 위한 치졸한 작태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와 같은 양아치짓 정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시장 기만 행위가 발생했고, 이제까지 거래소가 보였던 비윤리적 행위 중 최악의 사례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0일, 국내 거래소인 코인레일이 해킹 피해를 입었을 당시만 해도 코인레일은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시스템 점검 및 피해 보상을 위한 내부 입장을 정리한 이후 보인 행태는 코인레일의 위치를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시장 파괴자로 전환시켰습니다.
해킹으로 인해 유출된 자산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좋습니다. 그런데 그 보상 방안으로 코인레일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복구안1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그런데 복구안2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래소 자체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야 드문 일이 아닙니다만, 그것에 현금성 가치를 부여한 이후 보상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신박하다 못해 신기한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코인레일의 자체 코인인 RAIL은 1RAIL 당 0.72원이라는 가치가 산정되었고, 그에 따라 보상 수단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입니다. 쉽게 말해 손님들의 물건을 맡아 두는 가게에 도둑이 들어서 재산 피해가 약 100만원이 발생했는데, 우리가 자체 화폐를 발행하여 그 가치를 우리 마음대로 책정한 다음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하겠다, 우리 자체 화폐는 우리 가게에서 널리 사용될 예정이니 안심해라 하는 식의 대처이기 때문입니다. 즉 화폐 발행 권한이 없는 거래소가 ‘거래소 코인’이라는 기존에 사용되던 개념을 활용하여 실물 가치를 지닌 화폐를 발행하듯 가치 보상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코인레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코인레일 측의 발표에 대해 많은 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거래소 해킹이 발생했을 시 동일한 방식으로의 보상 형태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인 시장은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중앙화된 통제 주체가 없는 곳에서 저렇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자신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제멋대로 질서 파괴 행위를 일삼는다면, 이는 자신들이 규제를 받아야만 마땅하다는 것을 스스로 정당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눈앞의 자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소속된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게 피해를 입히는 자들은 마땅히 해당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코인레일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강제할 수 있는 주체도 없습니다.
이처럼 강제적 수단을 활용하여 제재할 수 없을 경우 남은 것은 시장 참여자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자정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인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일종의 불매 운동입니다. 코인레일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릇된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해당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외면당하고 응징 받았을 때 앞으로는 그런 그릇된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자정 활동의 핵심적인 흐름입니다.
따라서 코인레일 거래소는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필요가 있으며, 해킹 손실을 줄이고자 편법을 사용했다가 장기적으로 평판 하락과 신뢰도 상실 등 무형적 가치의 치명적 손실을 입음으로써 잔머리 굴렸다가 몇 배로 피봤다는 깨달음을 스스로 얻어야 합니다.
그와 같은 명분과는 무관하게 현재 많은 단타꾼들이 코인레일의 서비스 재개 및 레일마켓 오픈을 기다리고 있으며, 유료방에서도 그 펌핑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옳고 그름을 떠나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들이 있는 한 시장의 질서는 점차 망가져 갈 것이며, 그렇게 건강함을 상실한 시장은 결국 붕괴되거나 혹은 강력한 외부 규제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코인레일이 복구안1만 선택하고, 레일 코인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복구안2를 포기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지금이라도 코인레일의 신뢰도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평판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멈추는 길이자 코인 시장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비트 차트 정기 브리핑을 다시금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이 곳은 코인 시장 관련 여러 정보와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좋은 토론 공간이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오픈톡방 https://open.kakao.com/o/gt1OWxO
텔레그램 브리핑방 https://t.me/team_rush
에 들어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거 사면 리얼 개돼지 인증.
2는 진짜.. 저거보고 소름이 돋더라구요.
2번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 수준이군요.
거래소 자체 코인 발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곳은 정말 불매운동해야합니다.
대부분의 ICO 들하고 다를 바가 없지요.
성의가 좀 덜 들어갔다는 차이 빼구요.
눈팅만하다가 가입을 하게 되서 댓글을 남겨요.
항상 글을 보면서 도움많이 받고 있어요~.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