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리고 삶 [snow and life]

in #coin7 years ago (edited)

골목에는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쇄골 즈음부터 터져 나오려는 울음 때문에 나는 잔뜩 힘주어 걸었다.
눈보라 같은 슬픔. 너와 나만 아는 슬픔. 마다가스카르보다 먼 슬픔. 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너의 발바닥을 간질이는 슬픔. 불꽃이었어 먼 바다의 파도였어. 소멸을 운명으로 가진 것들의 슬픔. 가여운 눈발들은 갈 곳이 없어서 또
이 골목에는 눈이 내린다.

당신이라는 햇빛.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부서지며 흩어지며 내 몸을 마구마구 두들기는
저, 저, 햇빛 좀 봐. 당신아.
살아 있어요...... 살 수 있는 데까지, 살아 있길 바라요.
by. 박진성 [미완성 연인들]

시골의 밤은 고요해서 빗소리가 더욱 처절하고 아련하다. 밤 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녘이 되어서는 눈이 되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눈이 찾아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주말이 지나 다시 돌아온 직장. 일이 힘들거나 삶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누군가 아는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어젯밤 들은 비보는 믿기지 않았고 곧 믿을 수 밖에 없어졌다. 하루 종일 일하는 내내 멍했다. 아침에 내린 함박눈은 점심때쯤 언제 내렸냐는 듯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아름답게 내렸던 눈이 이제 막 겨울을 알리려고 세상에 내렸는데, 홀연히 사라졌다.
슬프다. 아름답던 눈의 소멸이.
밉다. 겨울을 밀어내는 햇살이.

부디 다음 생에는 더욱 행복하길 기도해 본다.
그리고 지금 그대들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또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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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너무 감성적이게 잘 적은 듯 합니다... 이 밤에 감성이 터지네요 제가 ㅠㅠ

팔로우하고 갑니다. 당신의 필력에 놀라네요

감사합니다. 얕은 필력이라... 부끄럽습니다.

영동고속도록 달리는 중에 읽으니 상당히 감성 돋네요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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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자주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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