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대한 생각(2)
가즈아가 2017년의 유행어로 꼽혔다. 그러나 요즘 더 많이 듣는 말은 존버다. 게임에서도 존버 메타가 유행이고, 인생은 존버라고도 한다. 사실 가즈아라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존버가 정답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존나 버텨야 뭐라도 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버틸 기반이, 인내심이, 희망이 없다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투기에 성공한 남자가 나와서 남긴 말이 시대정신을 관통했다. "5천만원 있어도 흙수저 없어도 흙수저." 명쾌하면서도 쓰라리다. 사람에 따라 액수나 상황은 다르겠지만 이 말처럼 코인질의 동기를 설명하는 글을 못 봤다.
가상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가상화폐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화폐는 어떤 식으로든 암호화된다. 계좌이체만 하더라도 몇 겹의 보안절차가 요구된다. 암호화폐 지지자 측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보안 기법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지 않은(!) 화폐도 거래되고 있다는, 명백한 반례가 존재한다. 암호화폐, 전자화폐, 가상화폐를 구분해서 설명하는 글도 있지만, 용어의 의미는 현실에서의 사용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인 세력 대 문재인 지지자'라는 워딩을 봤다. 과연 코인 투자자들을 '세력'으로 부를 수 있을까? 매우 그렇다고 결론지었다.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어떤 정책에 의해 집단 전체가 피해 혹은 수혜를 받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동질적인 의견을 표명한다. 그야말로 선명하게 구획된 정치 집단이다. 'TK지역 노인들', '국민의당 지지자' 보다 훨씬 선명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과도 같이 이들에게는 대표자가 없다. 책임있는 정치 행위를 실행하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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