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해] '동대문 CES' 5일 만에? 진짜? 이런 된장.

in #ces5 years ago

최근 한국의 SBS 끝까지 판다 팀의 목포 관련 보도를 보면서 몇 자 적고 싶었다.
제목도 잡고 줄거리도 쓰고 그랬다. 그러다 감정이 지나친 것 같아 지우고 쓰고 그랬다.
솔직히 팩트가 뭔지 알아보기도 힘들고, 그저 여기저기 모아놓은 것을 읽고 보고 판단하는 수준에 불과하기에 자신도 없고. 그럴 것 같은 것과 사실과는 차이가 많으니까.
그전에도 포탈에 걸린 뉴스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오늘 회사 시절 알고 지내던 특파원 선배가 페북에 걸어놓은 링크를 보고 이건 또 뭔가 싶다. 더욱이 좀 아는 분야라서,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그리고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 분야라서 자판을 두드려본다. 링크는 이거다.

靑 "동대문 CES 열테니 참가해달라" 이번주초 갑자기 통보… 기업들 난감
CES를 보고 무심결에 클릭, 내용을 보니 기가 찬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렸던 CES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문 대통령이) '우리도 최신 트렌드를 검토하고 업계 요구 사항도 들어보자'는 취지로 한국형 CES 기획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연초부터 기업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했다. 문장에서는 24일 그러니까, 이틀 전에 그랬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자가 확인한 시점이겠지만 읽는 뉘앙스는 그렇다. 제목하고 연결하면 더 어이가 없다. 단 5일 동안 준비해서 CES를 열겠다는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몰상식도 정도가 있지.

그런데 읽어 내려가다보니 좀 쎄하다. 곳곳에 취재한 흔적들이 있지만 실명이 없고 관계자들이다. 청와대, 산업부, 참가기업 관계자들 이야기를 큰 따옴표를 묶었다. 이건 애매한데.
업계 선수들은 당연하고 일반인이라도 전시회가 뚝딱 치러진다고 상상하지 않을텐데. 이건 좀 너무 어처구니없다 싶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알고자 구글에 검색해보았더니 내용이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구글 검색결과, 키워드는 '동대문 CES'다.

윗 기사와 비슷한 기사들이 위에 뜬다. 1일전 기사다. 조금 더 내려가니 3일전 전자신문 기사가 뜬다. 두 기사가 다르다. 취재 소스는 같은 것 같다. 들은 내용도 같아 보인다. 그런데 기사는 다르다.
[단독]문 대통령, '한국형 CES' 준비 지시…'CES 2019' 성과 리뷰

23일 청와대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CES 2019 참여 기업 소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미국 현지에서 열린 CES를 둘러보지 못한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리뷰' 행사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이 언론에 연일 보도된 CES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산업 혁신 기술과 업계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국형 CES'도 만들어 보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노컷뉴스가 靑 "'한국판 CES', 청와대가 지시한 것 아냐" 기사를 올려놓았다. 기사는 청와대의 반박을 실어놓았다.
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행사 준비가 시작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렇지 않다"며 "CES에 참가한 국내 기업과 협회, 단체가 CES에서 선보인 기술을 확산시키고 싶다고 생각해 준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아..... 팩트가 무엇일까.
이쯤되면 대충 짐작은 간다. 어떤 분위기인지. 조선일보가 청와대를 '까기'위해서 팩트를 비틀었구나 싶다. 그리고 중앙일보, 문화일보, 머니투데이 등이 기사를 따라간다.

문화일보는 그 찰나 사설까지 써냈다.
대통령 관심 표명에 ‘동대문 CES’ 급조…어느 시대인가

대단하다, 대한민국, 언론, 미디어들. 이런........ 기레기들.

기사들을 모아놓고 유추해보니.

  1. 문재인 대통령이 CES 보고를 받고 관심을 보였고
  2. CES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미래 기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고,
  3. 대한민국에도 CES 같은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4. 관련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 기업들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5. 40여개 기업들이 29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게 정황인 것 같다.

일단, 행사가 열리게 된다면 관련 정부의 실무자들의 판단은 아닐 듯 하다. 물론 참가기업들의 의지도 아니겠지.

CES 한번 참가하려면 참가 기업은 1년 전부터, 공무원들은 적어도 6개월은 준비한다. 그리고 행사 기간 동안 라스베가스에서 죽을 둥 살둥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정신차리고 나면 빨라야 1월 중순이 지날 것이다. 물론 그사이 보고서도 써야될 것이고. 이는 참가기업들도 마찬가지일테니.
이런 상황에서 또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죽음이다. 불가능하다. 만약 한다해도 부실할거고, 테크 관련이다보니 행사장 내 안전문제도 부상할 수 있다. '선수'들은 다 알겠지.

그럼에도 기레기들이 지적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처럼 '힘들어도 해 봅시다' 했을 수도 있겠다. 관련 부처 윗선이 충성하고자 '할 수 있습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왠지 후자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리고 참가 기업들, 특히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 윗선에서 대충 모니터, 디스플레이 설치하고 그냥 넘어가보자 그랬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더 땡기는 쪽은 기업 출입기자들이 앞장서 기업들에 충성했을 것 같은 개연성이다.

  1. 모 기업 홍보담당자가 첫 기사 작성자에게 '정부가 너무하네'로 불평하고
  2. 기자가 회사에 정보 보고 하고
  3. 데스크가 '청와대' 엮어로 지시한 뒤
  4. 기자가 청와대 확인해보고, 기업들 전화 돌리고, 관계자들 소식 좀 들은 뒤
  5. 출고, 홍보담당자 기자에게 고맙다고 메시지.
    뭐 이런 거 아닐까, 아니길 바래보지만 왠지 그럴 거 같다.......

첫 기사 작성자로 추측되는 조선일보(?), 조선비즈 박순찬 기자의 옛 글들을 보니 스타트업, 테크 관련해 애정도 많고 지식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얼버무리는' 기사는 출고하지 말지, 그런 우려도.
따라쓰는 다른 미디어들 기자들도 취재 좀 해보고 쓰지, 뭐 그런 생각도.
백번 양보해서 데스크에서 앞뒤 자르고 문맥 바꿔서 그렇게 썻다 가정한다면, 그렇더라도 바이라인은 지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한편으로는 한국 기자들 참 쉽게 일한다 싶다. 그렇게 배웠나? 지금 데스크들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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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CES가 열린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이미지출처:조선일보]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한국판 CES는 열릴 거 같다. 안전하게, 볼 것 많은 그런 행사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기회가 된다면 스타트업들에게도 문호가 열리기를 적어도 네트워킹이라도.

끄적거린 김에 CES에 취재오는 한국 기자들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한 마디.
기자 여러분들,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관행이 2019년 올해도 이어졌다면(기사들 나오는 것 보니 그런 것 같다, 아니길 바래보지만) 제발 프레스룸에서 나와서 전시장 좀 걸어다녀보기를.

샌즈엑스포에 넘쳐나는 아이템들 좀 소개해주기를. 삼성, LG 대형관 사이 사이에 넘쳐나는 혁신적인, 획기적인 아이템들 좀 소개해주기를. 지면이 안 된다면, 리포트로 안 된다면 개인 블로그에라도 좀 남겨주기를 바란다. 영어가 안 되면 자료라도 받아서 그냥 올려주기만 해도 생유닷.

보도자료 넙죽 받아서 지 글인양 쓰지 좀 말고, 읽는 사람이 창피한 앞뒤 맥락없고 이해 안 되는 그런 기사들 내보내지 말고. 적어도 지들 이름은 좀 빼는 양심이 있던지.

정부 관계자들, CES 준비하는 관련 부서들 고생하는 것 많이 봐서 안다. 그래도 대한민국, 태극기 걸고 만드는 부스들은 보다 '성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중국, 대만, 싱가폴, 일본, 홍콩 이런 국가관하고 비교하면 대충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굳이 얘네들과 비교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철 지난 아이템들, 기업들 그만 나오기를 바래본다.

흥분했다. 가급적 팩트에 기반하려고 했는데, 그리고 삼천포로 안 빠지려고 했는데 그랬다.
오버한 것 같기도 하다. CES에 놀래서,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벤처들에 놀래서.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겠지. 여전히 엄동설한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니까. 그래도 이렇게라도 힘이 되고 싶다.

기레기들아, 이런 하찮은 쓰레기들로 지면과 온라인 '베리지 말고' 스타트업들 제대로 좀 다뤄주기 바란다. 아니면 말고 그런 거 하지 말고,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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