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에서 안전하게 여행하기
케이프타운에 놀러온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정말 좋은데, 한국에서 찾아보면 정보가 너무 없어요.”
구글에는 정보가 있기는 한데요. 찾기도 읽기도 어렵고, 언어의 압박도 심합니다. 한국 블로그처럼 자세히 나와있지도 않습니다.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여행 정보를 조금이나마 올려보고자 합니다.
오늘 주제는 케이프타운의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입니다.
남아공은 치안이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죠. 특히 인터넷에 올라온 몇몇 글은 과장이 너무 심해서, 읽다보면 ‘남아공은 지옥인가보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케이프타운도 통계적으로 보면 상당히 범죄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만큼 안전에 상당히 유의하며 살아가고 있고, 평생 위험한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케이프타운에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로 위험한 지역을 위험한 시간에 가지 않으면 됩니다.
케이프타운은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있습니다.
남아공에는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정책 때, 흑인 및 혼혈(*colored)을 강제 이주시킨 역사가 있습니다. 강제 이주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은 아직도 위험지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글의 목표는 위험지역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안전지역에서 맘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칼라드(colored) : 흑인, 백인외에 흑인/백인 혹은 아시아인/백인의 혼혈을 뜻합니다. 남아공 및 인근 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두번째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됩니다. 제가 현지인에게 ‘어떻게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자동차를 타면 되지’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케이프타운에서 여행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갱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좀도둑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잡범들이라 자동차 문닫고 유리창 닫아놓으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몇 시간을 걸어서 여러분이 보통 묵게되는 숙소에 안전요원의 눈을 피해 전기 울타리를 넘어 여러분의 지갑을 노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별히 몇몇 지역에서는 신호등에서 정차된 차량을 노리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만 이것도 조심할 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 길거리에는 신호등에 거지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20초 부터 보시면 열려진 뒷좌석 창문을 통해서 가방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도망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보이니깐 들고 도망가는 겁니다. 그 옆에 있는 빨간 차에서도 창문을 깨고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방을 보이는데 두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사고입니다. 특히 주차하고 갈 때도 가방을 숨겨두어야 합니다.문화적 차이를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안전에 대해서 유의하는 것이 그다지 스트레스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안전해서 밤에 여자 혼자 걸어다녀도 안전한 지역이 매우 많지만, 남아공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을 포함해서 세계 어느 곳에도 밤에 사람들이 잘 걸어다니지 않습니다. 단지 밤에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이 있는 거죠.
그리고 위험지역과 위험시간을 피해서 본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에 사는 미국인인 박개대 씨의 다음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재미도 있고 남아공이 아니라 해외여행을 고려한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세계 ‘모든’ 곳에서 안전의식을 갖고 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박개대의 동영상>
사람들의 활동 시간이 다르다.
케이프타운에서 업무 시간은 아침 8시~ 오후 5시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새벽 6~7시에 출근하는 일이 흔하고, 저녁6시면 우리나라 9~10시 정도의 분위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찍 일어나서 업무를 보고, 오후 4~5시면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평균적인 모습입니다. 상점도 일찍 문을 닫습니다. 밤 10시면 우리나라 새벽 2시같은 분위기입니다. 이 때는 문을 여는 곳이 별로 없고, 교통량도 적고 걸어다니는 사람은 더욱 더 드뭅니다. 특별히 저녁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긴 합니다.(워터프론트, 그랜드웨스트카지노)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시차덕분에 자연스럽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여행오셔서 처음 며칠은 밤에 졸리면 어차피 나가서 놀 것도 없으니 숙소에서 주무시고 맘편히 늦잠자시면, 새벽에 일어나시게 될겁니다.
따라서 새벽 6~7시에 여행을 시작한다고 생각하셔도 일정에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아침 7~9시 오후 4시반~6시는 몇몇 도로가 매우 막히니 시내(CBD)와 N1도로를 피해갈 수 있는 일정을 짜셔야 합니다. 구글맵으로 네비게이션 이용하면 실시간 교통상황에 따라서 안내가 되기 때문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지역에 해당하는 곳은 밤에 다녀도 안전하지만, 밤에 할만한 게 없습니다. 워터프론트나 그랜드웨스트카지노 빼고는 놀러갈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합니다. 이 지역 외에는 나가봤자 불꺼진 상점밖에 없으니 일찍 자고 내일 여행을 준비합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밤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다.
위에서 박개대씨의 동영상을 보신 분은 이해하셨겠지만 한국은 특별히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또한 안전합니다. 하지만 이곳 대중교통은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시성이 없어서 여행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택시(실제로는 불법마을버스같은 대중교통)를 이용해봤는데, 자동차로 30분 거리를 거의 두시간 가까이 걸려서 갔습니다. 남아공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현지 친구들 중에는 평생 한 번도 대중 교통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걸어다니는 것도 드물어서 주택가에 인도가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우버는 이용하기 매우 좋습니다. 매번 우버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렌트카를 사용하는 것이 시간 및 비용 면에서 낫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경우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택시도 있지만 불편하고 비싸다고 해서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쓸데 없이 시비를 붙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총이 없는 나라다 보니, 싸우다가 총맞을 일이 없죠.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욕하고 싸우거나 주먹으로 쌈박질을 하는 경우를 몇 번 보긴 했습니다. 여기선(혹은 미국, 유럽에선) 아무리 육체적으로 약한 사람일 지라도 위험한 무기를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심해야 언성이 높아지는 정도고, 육체적으로 부딪힌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여행객이면 좋은 게 좋다고 적당히 넘어가도 특별히 손해보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지도를 보며 어떤 곳이 안전한 지에 대해서 알아볼 건데요. 저는 편의상 세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안전지역(파란색으로 표시) : 안전한 지역에 속하며 밤에도 걸어다닐 수 있다. 하지만 밤에 혼자 걷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 사설 안전요원들이 순찰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통지역(보라색으로 표시) : 낮에는 안전하지만, 밤에 걸어다니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위험지역(빨간색으로 표시) : 낮이건 밤이건 안전하지 않다. 물론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괜찮다. 밤에는 빨간 신호등에 멈춰있을 때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케이프타운 지도를 보겠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도로가 N1도로이고 케이프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를 넘어 짐바브웨까지 연결되는 매우 긴 도로입니다. 편의상 N1도로의 윗쪽(북쪽, 화면상 윗쪽)이 안전하고 아랫쪽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도 1. 케이프타운부터 짐바브웨까지 연결되어있는 N1도로>
N1도로는 케이프타운을 동서로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도로입니다. 여행 시에도 당연히 많이 이용하게 되니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도로는 R102 혹은 부어트렉커도로(voortrekker road)라고 부르는 도로입니다. N1 도로 전에 만들어진 역사가 오래된 길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아파르트헤이트 당시에 흑인과 칼라드(colored)가 강제 이주한 지역으로서 일반적으로 케이프플랫(cape flat)이라 부릅니다. 케이프타운 여행 시에 유일하게 밤낮으로 조심해야 하는 곳입니다.
<지도3. 부어트렉커도로, 빨간 색 지역이 가면 안되는 곳이다.>
여행루트를 짜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곳에는 관광지가 없습니다. 가면 안되지만, 갈 필요도 없습니다. 위험한 갱들이 살고있는, 현지인들도 안가는 지역입니다. 케이프타운의 강력범죄는 대부분 여기서 일어납니다. 몇몇 지역은 낮에 갈수 있지만, 현지인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이동하기에는 특별히 무리가 없습니다. 가끔 밤에 Smash and Grab이라고 부르는 범죄가 일어나는데, 빨간불에 정차된 차유리를 깨고 안에있는 물건을 가지고 가는 범죄입니다. 소문에 그랜드웨스트카지노 근처 도로에서 가끔 일어난다고 합니다. 밤에 이 곳에서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게 되면 주변을 살펴서 누군가 다가오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가방을 창문에서 가까운 곳에 혹은 보이는 곳에 두지 마십시오.
빨간 색으로 표시된 곳 남쪽에 R310 도로는 낮에 안전합니다. Muizenberg beach도 안전합니다. 이곳은 바다에서 서핑하고 노는 지역입니다.
CBD인근
도시 이름도 Cape Town이지만, 이곳 사람은 CBD지역만을 따로 Cape Tow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씨티보울(City Bow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도 4>
롱스트리트(Long Street) 인근 : 낮에는 안전하지만 밤에는 인적이 적어 밤에 가기에 좋지않다.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클럽이나 주점이 있다.
씨포인트(Sea Point), 캠스베이(Camps Bay)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으로써 낮에는 안전하다.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지만, 인적이 많지는 않다.
워터프론트(Waterfront) : 쇼핑센터 및 상점, 길거리 공연 등을 하는 관광 명소로써 낮/밤 모두 안전하다. 밤에 워터프론트에 가면 한국처럼 북적북적한 밤문화를 볼 수 있다.
쏠트리버(Salt River), 옵져버토리(Observatory) : 저급 주택 및 상가가 혼재하는 지역으로 밤에 위험하고, 낮에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히 관광지라고 볼 곳이 없다.
Cape Peninsula
희망봉(Cape of Good Hope)가는 길. 초록색으로 보이는 곳은 산지 및 국립공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험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하다. 그냥 대자연이다. 보라색으로 표시된 곳은 서핑으로 유명한 뮤젠버그(Muizenberg) 지역이다. 밤에는 특별히 갈 일이 없지만,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그라시 파크(Grassy Park)에 가깝기 때문에 밤에 나갈 일이 있거든 현지인(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자.
<지도 5. Cape Peninsula>
Southern Suburb
구도심 지역으로 초고급 주택, 고급 주택, 아파트, 저급 주택, 상가, 위험지역이 혼재되어있는 지역이다.
<지도 6. Southern Suburb>
콘스탄시아(Constantia) : 매우 좋은 주택지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주택과 멋진 까페 와인팜이 있다. 안전을 떠나서 동네 자체가 워낙 큼직큼직해서 힘들어서 못걸어다닌다.
론데보쉬(Rondebosch) : 론데보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치동’이다. 남아공 전체에서도 가장 좋은 학군이며, 당연히 좋은 주택가가 있다.
기타 보라색 지역 :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이 혼재되어 있다.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곳(빨간색 동그라미)에 가까울 수록 위험하다. 관광객들이 가기에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한 두 블럭을 두고서도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이 나뉘니 꼭 현지인의 조언을 받자.
나머지 지역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보겠습니다.
<지도 7>
Cape Flat(지도 7의 4번)
당연히 안가야 하는 지역이지만, 큰 도로나 R310도로(가장 남쪽에서 동서쪽으로 뻗어있는 도로)를 자동차로 이용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Milnerton 인근(지도 7의 5번)
M5 도로 인근 : 밤에 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문제없지만 밤에는 가고싶지 않은 곳입니다.
센츄리시티(Century City) : 현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카날워크(Canal Walk)가 있는 곳입니다. 씨씨티비와 안전요원이 많아 밤낮으로 안전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녁 9시까지 영업합니다. 2000년 개장 당시는 아프리카 최대 쇼핑몰이었다고 합니다.
<센츄리시티 안에 있는 카날워크 쇼핑몰 내부>
더반빌(Durbanville) 인근(지도 7의 6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안전한 지역입니다.
스텔렌보쉬(Stellenbosch), 써머셋웨스트(Somerset West)(지도7의 7, 8번)
안전한 지역입니다. 케이프타운에 붙어있는 도시. 말도 안되게 큰 포도 농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 걸어다니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기타 케이프타운 이외의 도시
대도시-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포트엘리자베스 등의 도시는 위험지역이 있지만, 작은 도시로 갈 수록 안전합니다. 우리나라의 시골에서는 현관문도 안잠그고 사는 곳이 있잖아요. 작은 도시일 수록 지역 주민들끼리 잘 알고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살아보니 케이프타운은 생각보다 너무 안전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한국 친구분들이 그러더라구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방심하는 순간 사고가 찾아온다고… 제가 위쪽에서 위험지역을 위주로 말씀드렸기 때문에 불안하시다면, 지도를 놓고 가보고 싶은 관광지에 점을 찍어서 확인해보셔요. 위험지역에 있는 관광지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조밀하게 모여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고려가 아니더라도 애초에 자동차를 타지 않고는 슈퍼마켓도 가기 힘듭니다. 따라서 여행은 안전지역 사이를 자동차로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서 경각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아시아인들은 눈에 띄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도 저에게 와서는 ‘이러이러한 점을 조심하라’라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한국과 남아공이 워낙 멀리있다 보니 선뜻 선택하기는 어려운 여행지지만,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 마음 먹고 여행하기에는 여기보다 좋은 곳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안전에 대하여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보다 세세히 위험지역과 행동수칙에 대해 알면 여행계획을 알차게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