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여정의 기록 #1
2017 08 30 / day 0 / Saint jean pied de port
파리에서 생장 피에드 포르까지.
나는 더블린에서 출발하는 케이스였기때문에 비행기표는 젤 싼 라이언 에어로 인 아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은 파리로, 아웃은 마드리드로 정했다. 굳이 파리를 가는이유는 내사랑 에펠탑을 한번더 보기위해. 이동안 원없이 에펠곁에 머물다가 30일, 드디어 예약해둔 떼제베를 타고 몽파르나스에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약 3-4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바욘. 직행은 없고 트렌짓으로 아주잠깐 들른거라 둘러볼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아기자기 예쁜 마을.
그리고 드디어 생장에 도착. 순례자들 속에 섞여 길을 걸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토록 직접보고싶었던 순례자의 상징 가리비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음과 동시에 나도 진짜 순례자가 되었다.
순례자의 상징, 가리비.
이 가리비는 첫눈에 들어온 가리비. 다른건 보통 흰색인데 유독 주황색에 특이한 문양이 있어서 눈에 띄었는데..
이 가리비는 그냥 가리비가 아니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만큼 특별한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로는 가리비를 사진의 방향에서 뒤집어서 보았을때, 선라이즈 처럼 햇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처럼 보이는 의미를 ,
두번째로는 가리비를 사진의 방향으로 보았을때, 순례자들이 각자 다양한 곳에서 시작해 결국 궁극적인 목적지인 산티아고로, 즉 한 지점으로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의미를 알고 있어서 였을까 ?
조금은 특이하게 새겨진 문양이 나는 마치 순례길을 걸어 산티아고로 향하는 다양한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다. 그 모양이 약간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너로 정했다! 하고 배낭에 장착했다.
꼭 까미노를 걷지 않더라도 충분히 와볼만한 예쁜 마을이라고 생각했다.
순례자의 호스텔 개념 정도인 알베르게는 한방에 침대가 정말많다. 꽤 여러 번의 단기여행에서 도미토리의 고수가 되었지만 일반 도미토리와 알베르게는 달랐다. 알베르게는 오직 순례자만을 위한 호스텔로, 하루이상 머물수 없고 아침 7시-8시 사이에 나가야 한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중간자리의 침대가 아님에 감사하며 나름 구석에 싱글침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여서 만족했다.
생장에서 만난 첫 순례자. 테일러 할머니. 홀로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계시던 테일러 할머니.
그림이 너무 예쁘길래 예술하시는 분임을 확신하고 여쭤봤더니 까미노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더 놀라운건 이번이 벌써 5번째 까미노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수첩을 꺼내시더니 이전까미노를 걸으시며 그리셨던 그림을 보여주셨다. 아… 그림도, 그림과 함께 새긴 글도, 앞에 계신 할머니도 그 상황의 조합이 너무나 완벽했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자세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원래는 공학계열업종에서 일하시다가, 여행을 시작하시면서 지금의 작가 또는 가이드를 하게 되었다고. 인생은 참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내가 지금 이 길에 서 있을지 이 길에서 타일러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될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그녀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중이었다.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 까미노를 걷는 길이라고.
웬만한 험하다는 코스를 다 돌고 오신 것이다.
혹시 힘들진 않으시냐 여쭈었더니 돌아온 대답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나는 걸을수록 더 강해지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