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여행기(국가부도의 날/ 우리 사회에 믿음이란 존재하는가?)

in #busy6 years ago (edited)

<대문사진: bbooaae님 제작 및 기증>

1. 내가 기억하는 IMF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뉴스가 어린 시절 나에게 알려준 IMF의 원인은 '국민들의 낭비'였다. 예를들면 국민들이 먹고 살만하니까. 다들 '외국여행'이나 '사치품 구매'를 통해서 외화가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길 따름이다. 당시에서도 언론의 수준은 한심했다.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리는 대중들은 그때도 순진했고.

다 알다시피 국가와 기업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발생한 국가부도사태를 막기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IMF로부터 돈을 빌렸다. 그리고 IMF에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노동유연화와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라는 조건들을 받아들였다. 그 조건들로 책임없는 일반대중의 삶은 더 힘들졌다.

문제는 IMF 이후에 모습들이다. IMF에게 돈을 받고도 펌프질할 자금이 더 필요하자 정치와 언론은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활용하여, '금모으기 운동'을 부추겼다. 책임없는 서민들은 자식 돌반지를 기꺼이 꺼냈다. 유명인들 자신의 금을 기부하면 방송에 나왔다. 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애국심이 없는 듯한 이미지를 전파했다.

국가의 빚을 갚기 위해 금을 낸 그 국민들은 위기를 넘긴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는가? 내가 경제에 있어서 대한민국에 가지고 있는 불신. 어떤 기업의 분식회계는 바로 다시 주식거래가 되고, 어떤 기업의 분식회계는 처벌받았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신뢰이다.

영화에서 유아인이 맡은 윤정학이라는 인물은 여기에 투자한다. 그리고 지금은 다들 윤정학이 되기 위해 산다. 나 역시 그렇다. 많은 윤정학들이 위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 재미있는 사회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야망 성공 계획 프레젠테이션 대상 정보 정보보드 메시지 비즈니스 카드 연락처>

2. 갑수(배우 허준호)의 변신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허준호 배우가 연기한 갑수의 마지막 대사들이다. 갑수는 그저 열심히 공장을 돌리는 중소제조기업사장이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와 사람(직원과 동료)에 대한 신뢰를 통해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IMF 이후 20년이 지난 뒤에 아들에게 했던 말이다.

갑수의 아들: (전화하며 취업면접을 보려가면서) 아버지 저 잘하고 올께요.

갑수: (전화하면서) 그래 현수야. 아버지가 항상 하는 말 있지?

갑수의 아들: (전화하면서) 예 알아요. 잘해주는 사람 믿지 말라고.

갑수: (전화하면서) 아... 아니.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너 자신만 믿어. 너 자신만.

갑수의 아들: (전화하면서) 예. 알겠어요. 아버지 다시 전화 드릴께요.

갑수: (전화를 끊으며) 야 핫산(외국인 노동자)! 야 핫산!!! 빨리 하라고!!! 좀!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무엇이 변했는지. 나는 이 장면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신뢰는 회복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사이에 신뢰는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상하게 이 장면만을 5번 정도 돌려보았다. 묘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번 돌려보면서, 나는 그 묘한 느낌의 정체를 알았다.

갑수의 대사는 아들에게 자신(갑수)도 믿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즉 부모는 자신도 믿지 말라고 말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아무렇지 않은 듯 알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다. 조언이랍시고 자주 하는 말들이니까.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버지가 아버지도 믿지 말라고 말하는 사회. 지금 우리 사이에 믿음은 있는가? 나 스스로 되물어보게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공포 신뢰 떨어져 직진 도로표지판 하늘판 트래픽 참고 교통표지 기대 용기>

3. 모두의 절망속에서 돈을 벌었다고 기뻐하던 오렌지(조연: 류덕환)의 빰을 후리던 '윤정학'이 되길 빌겠습니다^^

<사진: 네이버/ 영화<국가부도의 날> 스틸 이미지>

<후문사진: bbooaae님 제작 및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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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직 못봤는데; 요즘 중드 보는중이라 ㅎㅎㅎㅎ

어떤 중드를 보시나요?ㅎㅎㅎㅎ 조지클루니 같은 목소리의 중국배우를 혹시 아시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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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나 이거 1시간정도 보던 중이라~ 글 안읽었어 스포일까봐 ㅋ
난중에 읽으껭^-^

재미있게 보셨나요?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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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쓰레기 언론 ㅠㅠ 젠장
그땐 몰랐는데 커가면서 국민탓을 했던 거라는걸 알았음
얼마나 많은 분들이 힘들었는데 ㅠ

언론의 삽질과 무능함은 지금도 뚝베기를 돌리고 싶은 심정...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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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저런 소릴 당시에 했었군요.. 나참..
전 보면 분노가 느껴질거같아서 일부러 안봤어요. ㅎㅎ 글만 읽어도 화가납니다~~
지금이 imf시절보다 힘들다는 소리 나오는데 앞으로가 어찌될지도 걱정이에욤

그러게요. 저도 걱정이 됩니다. 다만 언론이나 정부가 정보를 왜곡하거나 통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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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지금에 이르러서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죠;;

'각자도생'

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각자도생'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말이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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