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Book Reviewer @ilovemylife입니다.

바람과 같이 스며들어 번개같이 타격하는 것을 신의 경지에 이른 병법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바람과 같이 스며들 수 있을까? 아마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히 이동하는 것을 일컫는 말일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모르게 이동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않는 장소와 시간에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사를 통해 이런 경우는 흔히 발견됩니다. 전쟁의 역사에서 승리를 거머쥔 사례들은 대부분 위와 같이 예기치 않은 시간과 장소에 병력을 집중하고, 자신의 의도를 은폐한 채 움직였습니다. 속임수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들입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속임수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트로이의 목마’입니다.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라는 도시를 10년째 포위 공격했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아테네신에게 제사를 지낸 후 철수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을 단념하고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물러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날랜병사 30명이 숨어 있었습니다. 트로이인들은 승리에 취해 목마를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성안으로 가지고 들어옵니다. 야간에 목마속의 병사들이 밖으로 나와 트로이 성의 문을 열었고, 그리스 군대가 다시 들어와 트로이는 멸망하게 됩니다.

트로이인들의 자만심을 자극하려 한 그리스인들의 치밀함과 당시로서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목마속의 비밀병기, 기만과 기습의 정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기갑부대가 기동하기 곤란한 지역으로 판단된 아르덴느 산림지대에 기갑정예군을 투입한 사례, 1976년 이스라엘 특공대가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착륙해서 기습적으로 인질을 구출한 사례 등도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방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전례입니다.

또 다른 말, 신출귀몰입니다. 귀신과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해석입니다. 인간이 신처럼 나타나서 일을 꾸미고, 마치 귀신처럼 사라진다는 말인데, 과연 인간에게 가능한 일일지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이 말 역시 전쟁터에서 상대편 모르게 자신의 의도대로 병력을 움직이고, 상대에게 커다란 타격을 가하는 것을 이르는 것입니다.

出其所必趨(출기소필추), 趨其所不意(추기소불의), 行千里而不勞者(행천리이불노자), 行於無人之地也(행어무인지지야). 攻而必取者(공이필취자), 攻其所不守也(공기소불수야). 守而必固者(수이필고자), 守其所不攻也(수기소불공야). 故善攻者(고선공자), 敵不知其所守(적부지기소수). 善守者(선수자), 敵不知其所攻(적부지기소공).

적이 올 수 없는 곳으로 진출하고, 뜻하지 않은 곳으로 나아가며, 천리를 행군해도 피로하지 않음은 적의 배비가 없는 곳으로 진군하기 때문이다. 공격하면 반드시 탈취하는 것은 적이 수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지키기만 하면 반드시 막아내는 것은 적이 공격하지 못할 만한 곳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격을 잘하는 자는 적이 어디를 지켜야 할지를 모르게 하고, 방어를 잘하는 자는 적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를 모르게 한다.

이 문장에서 손자가 강조하는 것은 적의 허점에 대한 기습적 기동입니다. 손자는 이런 기습적 기동을 “우선 적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갔다가 적이 예측하지 않는 곳으로 진군해 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천리를 행군해 움직여도 전투력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적이 없는 곳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발생하는 전투에서도 공격을 하게 되면 반드시 탈취할 수 있고, 만약 방어를 한다면 반드시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상 Book Reviewer @ilovemylife였습니다.

참고문헌
손자지음, 손자병법, 김광수(역), 서울: 책세상, 2000
손무지음, 노양규 옮김, 365일 손자병법, 서울: 신한출판사, 2007
손자, 손자병법, 이현서(역), 서울: 청아출판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