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의 하루
경기가 시작했을 때,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경기에 흥미가 없기도 했지만, 나는 밤 늦게까지 일어나 무언가를 보는 성격은 아니다. 옛날이라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라도 경기를 보았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규칙적으로 자고 규칙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어차피 대강의 상황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옆집 소리로 알 수 있다. 축구장 팬샵 알바를 하면서 소리로 축구경기 상황을 파악하는 법을 터득했다.
누운 지 대략 2시간 정도 지나서였을까? 갑자기 옆집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 환호성은 길고 오래갔다. 골이라도 들어갔단 말인가? 나는 스마트폰으로 대강의 상황을 보았다. 1:0. 어?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른데?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그래. 스코어 꿈이라면 많이 꿔봤으니까. 하지만 이상하다. 꿈이라기에는 나의 의식은 너무도 또렷하다. 수 분 후, 다시 스마트폰을 보았다. 2:0. 이건 과연 현실일까? 아니면 정교한 꿈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나는 평행 세계에 있다는 말인가? 충격적인 결과였다. 잠이 더 오지 않았다. 머리는 새하얘졌다. 일부러라도 내가 할 일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렇게 30분 정도 씨름하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6시였다. 새벽에 내가 본 모든 것은 역시 현실이었다. 기쁨을 느끼기 전에 공황이 왔다. 이럴 리가 없으니까. 간밤에, 새벽에 벌어진 상황이 현실이라는 증거는 속속 나타났다. 내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해야 하는 일들이 모두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은 무언가 오묘한 기분이 대략 하루동안 지속되었다.
카잔에서 벌어진 일은 오늘 하루, 나의 정신을 깨끗하게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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