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을 돌아보다 (2) - 올림픽은 스토리와 스토리의 대결이다.
평창을 돌아보다 (1)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는 단연 여자 컬링팀이다. 그들이 평창에서 빛났던 기억은 일일이 쓰기 부족할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났고 드라마틱했던 승부는 바로 결승 진출을 놓고 벌인 숙명의 한일전일 것이다.
각각 경북 의성과 홋카이도 기타미 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인구도 적은 시골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고향의 자매와 친구들을 모아 컬링 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수많은 시련과 좌절을 넘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격돌했다는 스토리는 영화보다도 더욱 영화같은 현실이 존재한다는 말로밖에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이 극적으로 승리해 결승전에 진출했고, 일본은 동메달을 걸고 3-4위전을 치르게 되었지만, 결승전과 3-4위전에 출전한 한국 팀과 일본 팀 모두를 응원한 사람들도 많다. 실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팀을 응원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일본의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 선수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일본 팀도 한국 팀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진 팀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 이들이 지닌 스토리를 보고 문득 8년 전 본 무한도전이 떠올랐다.

방송인 김미화 씨의 부탁으로 WBA 여자 페더급 세계챔피언인 최현미 선수를 돕게 된 무한도전 멤버들은 탈북인으로서 수많은 고난을 딛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방어전을 제대로 치르기 힘든 그녀의 어려운 사정, 열악한 환경, 그럼에도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고되고 치열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해내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러던 중 방어전의 상대가 잡혔는데, 일본의 츠바사 텐코라는 선수와 대결하게 되었다. 전력분석을 명목으로 정형돈과 정준하가 츠바사 선수를 찾아가게 되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 그녀가 스폰서의 풍족한 지원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찾아간 복싱장은 가정집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소박한 곳이었고, 츠바사 선수 본인도 상대 선수의 모습조차 잘 모를 정도로 만만치 않게 열악한 환경이었다. 츠바사 텐코라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자신만의 싸우는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였다는 것을 안 두 사람은 숙연해지면서 츠바사 선수에게도 응원을 보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두 선수는 2009년 11월 21일 챔피언 벨트를 건 집념과 집념의 대결을 펼쳤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보통 스포츠에서 상대 팀이나 선수를 바라볼 때, 컴플렉스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혀 막연히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을 받으면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그저 운동에만 전념해서 이 자리에 서 있고, 승리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상대 팀, 혹은 선수를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할, 일종의 악당 같은 존재로 취급하고 그들에 의해 우리 선수가 무언가 '불이익'을 받는 방식으로 패배하면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쇼트트랙의 킴 부탱 선수가 그 사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의 환경이나 상황이 꼭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중 일부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올림픽이 끝난 이후 생업에 복귀했다고도 한다. 상대도 결국은 인간이며, 나름의 인생 스토리가 있으며,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혹은 동료를 위해서 도전한다. 우리와 다른 차원에 사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자리는 그런 수많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집념과 집념의 대결을 벌이는 공간인 것이다.
올림픽을 국가 간의 대결구도로 보는 시각이 선 VS 악 프레임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가주의적 사고와 1등주의의 잔재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