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20년 전의 추억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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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것은 4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의 소원이다. 내가 월드컵을 처음 보기 시작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말이다. 20년 전 1998 프랑스 월드컵. 축구의 'ㅊ'도 모르던 내가 밤새는 아버지 옆에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멕시코와의 경기를 본 기억이 있다. 내가 본 최초의 월드컵 축구경기였다. 당시에는 멕시코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네덜란드나 벨기에가 속해있는 유럽이라는 대륙도 몰랐던 시기이다. 광고나 언론에서 "우린 할 수 있다!" 식으로 말을 해서 어린 마음에 기대가 컸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하석주가 골을 넣자 나는 누워서 팔을 앞으로 뻗는, 이른바 '슈퍼맨 세리머니'를 했다.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그 후 하석주의 퇴장과 함께 급격히 무너진 한국은 멕시코에 1:3으로 졌으니까. 프랑스 월드컵에 대한 기억은 거기에서 끊어졌다. 그 이후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로 돌아갔으니까. 단지 네덜란드전 이후 이경규가 울먹이며 클로징을 한 장면만으로 상황을 짐작이나 해볼 뿐이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년 후 현재. 다시 멕시코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20년동안 월드컵을 겪어보면서 염세적이 되었는지 나도 아버지도 그냥 잤다. 잠시 외가의 친척집에 있던 영향이기도 했지만, 친척집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그냥 잤을 거라 생각한다.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축구에 '염세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몇 번이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긴 했지만, TV를 켜거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지는 않았다. 그런 날은 꼭 스코어 꿈을 꾸는데, 수많은 미래를 보는 '닥터 스트레인지'마냥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몇대몇, 몇대몇 기상천외한 스코어판을 마주하는 꿈을 꾼다. 아마 '일어난 일에 대해, 그 과정을 궁금해하는 상상력'이 작동한 것이 아닐까.

20년 전과 다른 점은 또 하나 있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경우의 수'다. 20년 전에는 네덜란드전에서 대패하여 2패를 기록하고 "세계의 벽이 높았다.", "응원단들이 눈물을 흘렸다."정도의 뉴스기사만 접했지만, 20년 후 지금은 같은 2패를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아이들이나, 버스 좌석의 사람들이 진지하게 대한민국이 16강에 가는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고 있다. 2패다. 16강 진출은 그냥 날아갔다고 보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도 언론 등지에서 16강 진출 시나리오를 짜내고, 사람들이 그것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하얀거짓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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