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뉴스피드와 완전한 시장

in #business6 years ago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 알고리듬 변경을 공지했다. 기업의 광고성 포스팅이 난무하던 뉴스피드(물론 페이스북이 이렇게 유도했다)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이 말은, 페이스북을 비지니스에 이용하는 사람 귀에는 이렇게 들리다.

“페이스북 광고비가 올라갑니다.”

이전보다 기업 콘텐츠가 더 적게 노출된다는 것은, 예전만큼 노출시키려면 광고비를 더 써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스북 광고는 신문이나 방송, 배너광고처럼 광고 구좌 별로 가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비가 직접적으로 올라가는 건 아니다. 신문 전면 광고를 작년에는 1천만원 하던 걸 올해는 2천만원 내는 것과는 다르다. 페이스북 광고는 콘텐츠당 적게는 1천원에서 많게는 무한대까지 광고주가 자기 재량껏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은 페이스북 광고의 큰 장점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작년에는 10만원이면 3만명 정도에게 노출 되었다고 하면, 이제는 10만원을 내도 많아야 2만명까지 밖에 노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주는 선택을 해야 된다. 광고비를 더 늘려서 노출을 높일 것이냐, 아니면 예전 그대로 집행할 것이냐, 혹은 다른 광고 매체를 찾을 것이냐.

페이스북 어장에 갇히다

여기에 나는 페이스북 선언(!)의 속뜻이 있다고 본다. 페이스북은 광고비가 올라간다고 선언해도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을 떠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온라인에서 구글 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배너 광고 등과 함께 인터넷 광고 시장에 자기 카테고리를 만들고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선언인 것이다.

정보와 관심에 기반한 기존 검색 광고, 배너 광고 중심 시장에서 페이스북은 ‘관계’에 기반한 매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다. ‘내 친구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내세우게 한 것이다. 물론 뉴스피드가 점차 브랜드의 광고 콘텐츠로 넘쳐나자 사실상 관계보다는 노출 물량 중심으로 바뀌어 갔지만.

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등장이 정보의 민주화 만큼이나 광고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사실 여기에는 전제가 하나 있다. ‘완전한 시장’이라는 가정이다. 완전한 시장이란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브랜드의 가격과 퀄리티를 모든 소비자가 알고 있는 시장이다. 아마 인류가 아무리 발전해도 도달 불가능한 시장일 것이다.

그런데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 등 20세기말, 21세기 초 등장한 인터넷 기업의 왕자들은 모두 일정부분 완전한 시장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은 구글일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웹페이지 중에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처음으로 제대로 수행했고, 여기에 광고를 더해 검색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이제 자기 브랜드에 특출난 장점이 있고, 알릴 수 있는 인터넷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은 구글 검색으로 그 브랜드를 찾아 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구글 광고는 소액 광고주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결코 TV나 신문 광고를 할 수 없고, 야후 같은 대형 포털에 배너 광고도 할 수 없는 소액 광고주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매체가 생긴 것이다. 세상은 그만큼 완전한 시장에 한 발 다가갔다. 그리고 그덕에 가장 부자가 된 것은 물론 구글이다.

아마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몇 시간 발품을 파는 것보다 몇 분에서 몇 십분 아마존에서 상품을 찾는 것이 더 빠르게 더 싼 제품을 찾아 낼 수도 있다. 아마존에 제품이 많아질 수록, 아마존에 상품을 올리는 딜러가 많아질 수록 소비자는 더 쉽고 빠르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그렇다. 알리바바는 B2B 플랫폼이다. 마윈은 중국의 공산품이 아직 제대로 된 퀄리티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대신 부품을 공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연결하는 것이 모든 플랫폼의 미션 아니던가. 그리고 세상은 그만큼 완전한 시장에 한 발 다가섰다.

페이스북 역시 자신의 역할을 했다. 페이스북은 21세기 초 새로운 온라인 바이럴 채널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기업은 언제나 더 싸고, 퍼지는 속도가, 세련된 마케팅 채널을 찾고 있고, 페이스북은 여기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소액 광고가 가능하고, 내 친구가 언급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고, 댓글을 달고, 태그하는 포스팅은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띌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완전한 시장을 만드는데 기여한 기업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자가 생기지 않도록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초반에 플랫폼에 입성해 이익을 본 사람들은 더 많아진 자본을 이용해서 더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다. 효과가 검증되면 코카콜라, GM 같은 일반 기업이 상대할 수 없는 빅네임들이 판에 끼어든다. 이들은 소액 광고주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용을 껌값처럼 집행할 수 있다. 단순히 ‘테스트용’으로.

기득권과 신진 세력의 다툼은 기술 플랫폼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소액 광고주에게 유리하다며 열심히 자신들의 광고 모델을 홍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액 광고주에게 유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 위주로 판이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이들은 분명 광고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어느 순간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자본의 유입을 장려한다.

그래서 나에게 저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 선언은, 이제 페이스북의 성벽이 한 단계 올라갔으며, 그만큼 완전한 시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반복된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 블록 체인 기술이 한창 뜨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이는 당사자 간의 거래를 매우 손쉽게 해주는 기술이라고 알고 있다. 구글이, 페이스북이, 아마존이, 알리바바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 단계를 줄이고, 거리를 좁히고, 그만큼 완전한 시장에 기여함으로써 성장했다면, 그리고 성장의 대가로 어느순간부터 민주화의 깃발을 슬며시 내리고 자신들의 성벽을 쌓기 시작하면, 바로 이때부터 완전한 시장에 기여할 다음 타자가 등장할 시기가 된다. 그리고 아마도 블록체인 기술이 최고의 유망주로 타석에 들어설 확률이 높다.

한동안 인스타그램까지 보유한 페이스북의 소셜 미디어 지배력와 광고력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뿜었던 초창기 페이스북에 비해, 이제 페이스북은 완연히 대기업이 되었고, 인터넷 기득권이 되었다. 인터넷의 연결성을 높이고, 더 투명한 세상을 만든다는 그들의 비전은 물론 페이스북 서비스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동안의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성벽을 쌓고 있는 페이스북 너머에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역사는 언제나 기득과 신진 세력간의 다툼이다. IT 세상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hp,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고의 IT 기업들이 보잘 것 없이 시작했다가 초거대 기업이 된 후, 그들이 배를 두드리는 사이 야후가 등장했고, 곧바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기에 구글과 페이스북도 이제 기득권이 되었고, 또 다른 신진세력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경쟁과 투쟁, 성장과 쇠퇴 속에서 인터넷은 발전하고, 시장도 변화한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으로 우리를 완전한 시장에 한발작 더 가까이 이끌어 줄 기업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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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작가님! 드디어 스팀잇의 세계로~
+태그는 처음에 'kr'을 달아주면 더 많은 분들이 보더라구요 ㅎㅎ

기자님 덕분에 입성했습니다 ㅎㅎ 태그 순서도 중요하군요 고맙습니다 :-)

작가님 스템잇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자주 들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팔로우 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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