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예찬』 - 껍질을 까고 바라본 남녀 관계

in #bu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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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다분히 관심을 끌기 위해 정해진 듯 하다. 제목만큼이나 가벼운 책이였다면, 감상문 따위까지 쓸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리라. 이 책은 진지한 책이다.(저자가 철학자이다.)

멋진 사랑이란 섹스와 애정, 파트너 관계가 하나의 통일체로서 탄탄하게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경우란 그리 흔치 않다.

멋진 척 하기는 쉽지만, 현실이 멋진 경우는 드물다. "섹스", "애정", "파트너 관계"라는 삼박자 중에서 한 박자 정도는 시간에 따라 어긋날 수도 있고, 좀 심하면 세가지 모두 삐걱 거릴 수도 있다. 부정적인 행동이 삐걱 거리는 관계의 파국을 마무리하는 핑계로 쓰일 수는 있지만 이 삼박자 리듬을 유지하거나 획복하기 위해서는 형식보다는 본질적인 관계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어느 기업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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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사탕빠는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거창한 훈수를 두는 광고에 좀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긍적적인 요소가 아무리 커도, 부정적인 요소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서로의 신뢰가 깨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은 매우 현실적이다.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구는 오히려 서로의 관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상대를 자신의 곁에 단단히 붙잡아 놓으려고 할수록 상대는 더 멀어질 수도 있으며, 자신의 굳건한 사랑을 고백할수록 사랑의 기회는 더 줄어들 수 있다.

남녀관계는 사적이다. 합리적 이해관계보다는 감정적 이해관계가 중요하고, 어떠한 관계여야 하는 지는 사적으로 만들어 갈 뿐, 어떠한 교본적 모델이 있을 수 없다. 사적인 관계를 공적으로 재단하고 공적 윤리(?)라는 것을 들이대는 순간, 기만적인 관계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수 많은 책들이 이렇게 "전형적인" 관계를 가정하고, 피상적인 회복을 위한 기술적인 방법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그래도 기술적 측면을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혼의 한 가지 매력은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기만적인 생활이 필요해진다는 거야.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one charm of marriage is that it makes a life of deception absolutely necessary for both parties.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원문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촌철살인 경구는 기술적인 연극으로 전락한 결혼관계를 뼈아프게 꼬집고 있다. 공적관계에서는 진심이 없는 형식도 어느정도 유익한 측면이 있지만, 사적관계에서 진심이 없는 형식이란 그저 기만에 불과하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사적관계에 대해 가장 좋은 구절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어린왕자의 이 구절을 선택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보장하는 것은 환상일 뿐, 사적관계는 길들이고, 길들여지며, 그 만큼의 서로에 대한 책임을 져주는 의리(?)가 전부가 아닐까?

어쩌면, 장미를 쳐다봐 주고, 가뭄에 물을 뿌려주고, 찬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그러한 책임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가감없이 상대방이 길들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나머지는 부수적인 디테일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외도를 찬양하지 않는다. 외도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살을 뒤지어 보여주는 책일 뿐이다. 남녀관계란 것이 형식에 매달려도 어느정도는 기만적으로 존속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형식보다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에 서로의 길들여짐의 촛점이 맞추어 진다면 사랑이라는 다리를 넘어 진정한 우정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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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인용한 문구에 걸린 링크를 타고 전자책을 북이오에서 구매하시면 본 독서노트를 쓴 저자에게 판매금액의 5%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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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원래 그렇군요. ^^

ㅋ 재미있는 책입니다

예찬정도는 아니더라도 거의 매장수준까지는 안갔으면 합니다.

사실은요 ... 살짝 예찬하고 있습니다. ^^

2세를 낳고 기르기 위해서 결혼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시간이 지나서 출산과 육아 시스템이 바뀌면 결혼제도도 흔적으로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도 자체에 너무 의존하지만 않는 다면, 남녀가 오랜시간 함께 할 때에 얻는 행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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