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두 가지 번역, 두 가지 맛

in #buk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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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북이오에는 문예출판사펭귄클래식 두 출판사 버전이 올라와 있다. 번역에 사용한 원본판이 서로 달라서인지, 아니면 같은 판본이지만 편집에 따라 발생한 차이인지, 번역글의 느낌뿐만 아니라 삽화의 위치 등에서도 조금씩의 차이가 보였다.

문예출판사 판은 전성자 역자의 1982년에 나온 신역판이고, 펭귄클래식 판은 심영아 역자의 최신 번역글이다. 시간의 차이가 주는 말투와 어휘의 차이가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문예출판사 판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눈에 바로 띄는 것은 책의 제목(원저의 제목은 “Le Petit Prince”). 문예출판사는 “어린왕자”, 펭귄클래식은 “어린 왕자”다. . 띄어쓰기 없이 쓴 것은 제목 표기를 그렇게 한 것 일 뿐 본문에서는 둘 다 정확하게 “어린 왕자”로 칭한다.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치는 것을 어린이들이 용서해 주길 바란다. 그럴 만한 진지한 이유가 있다. 이 어른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다.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심지어는 어린이를 위한 책까지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다. 세 번째 이유도 있다. 이 어른은 지금 프랑스에 사는데 춥고 배고프다. 그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이 모든 이유로도 충분치 않다면, 어린이였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모든 어른은 원래 어린이였으니까(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헌사를 고친다.

헌사에 해당하는 “레옹 베리트에게”는 펭귄클래식에서 위와 같이 번역되었다. 문예출판사 판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그럴 만한 중대한 이유가 내게는 있다. 이 어른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은 이 어른이 모든 걸, 어린이를 위한 책들까지도 모두 이해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이유는 이 어른이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로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이 모든 이유들이 그래도 부족하다면 예전의,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기로 하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내 헌사를 이렇게 고쳐 쓰련다.

내가 찾아본 원본은 다음과 같다.

Je demande pardon aux enfants d’avoir dédié ce livre à une grande personne. J’ai une excuse sérieuse : cette grande personne est le meilleur ami que j’ai au monde. J’ai une autre excuse : cette grande personne peut tout comprendre, même les livres pour enfants. J’ai une troisième excuse : cette grande personne habite la France où elle a faim et froid. Elle a besoin d’être consolée. Si toutes ces excuses ne suffisent pas, je veux bien dédier ce livre à l’enfant qu’a été autrefois cette grande personne. Toutes les grandes personnes ont d’abord été des enfants. (Mais peu d’entre elles s’en souviennent.) Je corrige donc ma dédicace

번역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어를 모르는 내가 봐도 콜론(:)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문예출판사 판본은 두번째 콜론을 문장으로 끊지 않고 말로 풀어쓰는 방법을 썼다. 펭귄클래식은 책 본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권장하지 않는 "~점", "~것" 같은 표현을 극구 피하고 있음도 눈 여겨볼 만하다.

이 책은 삽화도 생택쥐페리가 직접 그렸다. 글과 삽화의 조화는 역시 전자책 보다는 종이책이 맛깔나지만, 전자책도 신경만 쓴다면 나름 어느정도까지는 원작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펭귄클래식 판본은 이미지가 상당히 채도가 높다. 바랜 이미지 느낌이 나는 문예출판사 판본보다 새 책의 느낌이 난다. 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펭귄클래식 삽화는 PNG 포맷으로 하여 배경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해서, 야간모드처럼 배경 색을 사용자가 바꾸었을 때에 그 진가가 드러난다. 이런 완성도는 국내 전자책에서 드물다.(안타깝게도 이러한 섬세한 처리는 첫 두 장까지이고, 이후에는 포기한 듯 그냥 흰색배경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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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펭귄클래식 삽화 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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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출판사 삽화 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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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삽화의 배경을 투명 처리한 PNG 이미지일 경우, 사용자 배경색상 변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번역본을 서로 비교하다 보면, 편집상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 원본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유명한 21장 전후로 살펴보았는데, 펭귄클래식은 20장 마지막 삽화에 저자의 삽화설명을 빠뜨렸다. 하지만 이 삽화의 위치와 삽화설명은 내가 찾은 불어 원판에서도 잘못(?)되어 있다. 문예출판사는 20장 마지막 삽화를 21장 첫 삽화로 넣었다. 삽화설명은 잘 들어가 있지만, 위치가 잘못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예출판사가 조금은 진지한 번역의 느낌이라면, 펭귄클래식은 보다 현대적인 문체로 읽어 주는 느낌이 맛깔난다. 생텍쥐페리와의 만남은 늘 그렇듯 마음이 따뜻해 진다.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에 단비같은 작품이다.

“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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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동화죠~
어린 왕자를 다르게 읽어보려고 영문판을 읽었던게 까마득하게 기억 나네요~

생텍지페리 글은 생각날때 한두 챕터씩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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