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life!
나른한 목요일.
이사님 몰래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내 자리에서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시험 결과에 우울해하며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했었는데…
나는 작년까지 공시생이었다. 24살 여름부터 공부를 시작해 만 4년을 채우고 그만뒀다. 나는 언젠가 공무원이 될 줄 알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사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쌓는 일은 내게는 너무나 크고 압도적이게만 느껴져서 아예 생각도 안했었다. 서류통과도 안되겠지만 사기업 면접보는 상상에 괴로워하며 일찌감치 자포자기도 했었다. 그런데 웬걸. 내 생각은 너무나 좁은 우물 안 개구리보다도 못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얼마 안돼 깨달았다. 어느 회사나 직원들은 있고 일하고 월급을 받아 살아간다. 꼭 공무원이 아니라도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더라.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나서 마인드를 바꿨다. 하루를 살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보자고. 공무원이라는 안정성을 포기한 이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불안한 건 맞다. 하지만 더 행복해졌다. 내가 원하는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늦깎이 신입이라 애로사항도 많지만 그것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현실에서 늦은 나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속도보다는 방향성. 늦었다고 생각해도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았다면 그거야말로 역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우울했던 지난 날이 암흑이었고 남은 내 생이 막막했는데…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벅차 오른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인생도 아니지만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