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book) 버려진 사랑_한길사

in #book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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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랑 3부작 제 2권,『버려진 사랑』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페란테 열병'이라는 신드롬을 낳을 정도로 대단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에, 궁금했던 차였다. 좋은 기회로 그녀의 나쁜 사랑 시리즈를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나쁜 사랑 시리즈 중, 제 2권 '『버려진 사랑』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올가. 그녀는 남편 마리오와 두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안전하고 평탄하게 흘러간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며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고 집을 떠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통. 그녀는 남편을 저주하며 그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를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이러한 감정의 격동 속에서 제대로된 일상조차 영위하지 못 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에게는 돌봐야 할 가정이 있다. 혼자만의 고독 속에 빠져있을 여유조차 누릴 수 없는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이 상황을 좀처럼 감당하지 못 한다. 하루만에 뒤틀린 그녀의 삶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가. 그 과정을 담은 책이 바로 『버려진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도입은 무척 강렬했다. 심리 묘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쫀쫀한 심리 묘사를 좋아하는 터라,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 된 마냥 그녀가 느낄 감정들을 함께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특히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의 감정은 자칫 과장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분명 현실감이 있었다. 솔직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과한 심리 묘사에 빠져 이야기 전개가 점점 늘어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상황 자체도 극한으로 치닫는 바람에 읽는 내가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도통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한 사람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온전히 바라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결국 도중에 포기를 선언하고 몇 장을 건너뛰고 말았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생생한 심리 묘사와 정체된 상황은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적인 고난을 수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이 부분을 명심해야겠다!

『버려진 사랑』의 주인공 올가. 나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올가가 안쓰럽고 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건이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놓인 것들을 해할만큼 스스로를 놓아버린 그녀가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그녀가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 또 다른 비극을 통해서야,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부러 이런 설정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받은 상처의 불똥으로 더 큰 상처를 만들어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의 배경에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밀려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더불어 나쁜 사랑 3부작의 소개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엘레나 페란테
하지만 내가 본 올가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도 남성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가진 페미니즘의 식견이 풍부하지는 않기도 하지만, 특히 이 부분에서 다른 독자들의 견해가 궁금하다.

『버려진 사랑』 이외에 나쁜 사랑 3부작은 제 1권, 『성가신 사랑』 제 3권, 『잃어버린 사랑』으로 구성된다. 제 1권은 어머니와 딸의 사랑을, 제 3권은 아름다운 모성애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고 있다고 하니 사랑이라는 한 단어에서 각기 다른 양상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 그냥 사랑이 아니구나! '나쁜 사랑'의 3색을 담고 있다고 정정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제 2권 『버려진 사랑』은 정말 나쁜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올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많은 트집을 잡긴 했지만, 남편 마리오가 나쁜 XX라는 것은 만인에게 물어도 100% 동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그러니 다른 두 권에서도 분명 마리오만큼 나쁜 사랑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 다시 이야기의 얼개에 갇혀 몸부림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남은 2권을 읽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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