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윤리또한 인간의 굴레

in #book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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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즐거움은 다양한 묘사와 비유에 있다. 세계 문학은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을 주로 담고 있는데, 작가는 고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설에 조심스럽게 담아 포장(묘사, 비유)하여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는 작중 인물이나 작중 상황으로 반영된다.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도 많고, 교훈이 되는 이야기도 많고 생각을 새롭게 깨우쳐주는 이야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명작 고전 문학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동양 고전들이 열린 결말으로 해석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세계 문학은 작가 특유의 시선과 관점이 우리에게 명확하게 전달되면서도 거부감이 없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토론의 장과 같은 느낌이다. 달과 6펜스는,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세계 문학에서 얻은 관념들을 부숴버리는 그런 책이었다.


세속의 굴레를 넘어

책 속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 일을 하던 부유한 남성이었다. 이런 주인공이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하며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일관되게 자신의 외적인 모든 것에 개의치 않는 행동을 보여준다.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다가, 인간의 감성에 더 가까운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에서 우리는 "세속을 버림(탈속)" 이라는 의미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포인트는 세속을 벗어남이 아니다. 스트릭랜드는 탈속을 넘어 "인간이 가진 모든 굴레"를 벗어던졌다. 스트릭랜드는 물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 주변에 관련된 일체의 것들을 버려냈다.

그가 벗어던진 모든 것중, 가장 최고의 버림은 "윤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인간으로써 무엇을 해야하는가, 인간다움과 윤리적인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반면 달과 6펜스는 이러한 윤리조차 인간이 가진 세속의 굴레일 뿐이라며 벗어던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스트로브와의 갈등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로브

소설 속에서 스트릭랜드가 심각하게 병을 앓은 적이 한번있었다. 스트로브라는 사람이 그의 아내와 함께 자발적으로 그를 간호했고 스트릭랜드는 그들의 간호덕분에 완쾌를 할 수있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하지않았고, 자기조차 병에 대해 심각하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스트릭랜드가 인간이 가진 모든 세속의 굴레를 벗어던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결정적인 사건은 스트로브의 부인으로 인해 촉발된다. 스트로브의 부인이 스트릭랜드를 짝사랑하며 스트로브를 배신하고 스트릭랜드에게 간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의 아내가 자신에게 오던 말던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도 스트릭랜드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스스로 움직이고 혼자 상처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가 신경쓴 것은 자신의 영혼 그 자체의 이상과 꿈의 실현이였다.


윤리를 벗어던진걸까?

그러나 스트릭랜드가 과연 비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사람일까? 극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태도에 대해 난색과 비난을 표했지만, 애초에 스트릭랜드가 도와달라고 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보며 "당사자는 괜찮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못이겨서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형상"이 소설에서 반복적인 사건으로 나타난다. 결국 상처를 받는건 도와준 사람들이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스트랙랜드는 세속적인 그 모든것과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비도덕적인,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도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가만히 자신의 세계에만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릭랜드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인간 사회가 규정짓는 의미로써의 "비 윤리적"인간이 되어버렸다. 작가는 스트릭랜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한 윤리 또한 인간이 가진 세속의 굴레가 아닐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도덕적인 것이 과연 진짜 도덕적인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달과 6펜스

달은 '우리가 가진 이상향', 6펜스는 '우리가 가진 세속적인 것'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자연물이 아닌, 우주 너머에 쉽게 닿을 수 없는 달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폐인 6펜스를 상징적인 제목으로 정한 저자는, 인간이 규정한 그 모든 것과 인간이 규정한 세상 밖에 있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들은 이런 인간이 규정한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굴레 속에서 인간의 윤리적인 삶, 인간으로써의 고민에 대해 다룬 책은 많지만, 이 책은 그러한 주제들 조차 인간이 가진 굴레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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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읽으며 모으고 있어요, 모아놓고 구경만해도 뿌듯한 책이죠 ㅎㅎ

맞아요 읽으며 하나하나 모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죠~ 전집을 다 모으면 전집 전용 책장을 하나 마련하고 바라보는게 제 소소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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