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삶의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 물욕 없는 세계

in book •  2 years ago  (edited)

제목에 이끌려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그렇게 생각 속에만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나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계기는 B매거진 '모노클'편에 독자로 소개된 '물욕 없는 세계'의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를 접한 후 였다. 책의 제목이 매력적인 것도 이유가 되었지만, 몇 년간 가장 큰 변화의 흐름 중 하나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나에겐 꼭 필요한 관점이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해오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온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브랜드와 상품에서 부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거시적인 관점의 자본주의와 전세계의 시스템적인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삶과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일본 내 마켓과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곧 다가올 혹은 이미 다가온 이야기들이기에 더 많은 공감을 하며 흥미롭게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결코 일본이라는 한 국가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속도와 비중이 다를 뿐, 어느 나라, 도시, 공동체에나 해당되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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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고, 노동을 통해 이루어내는 경제적 부와 성장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발전과 공평하지 않게 분배되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부의 축적은 자본주의가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 성공이 행복한 삶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되었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지금같은 저성장시대에는 너무나도 잡기 어려운 신기루같은 말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성숙해서 혹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사람들은 삶에 있어 더 중요한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얻어지는 지위가 약해지고, 기쁨도 옅어졌다. 너무 많은 물건과 정보에 둘러쌓여 그것의 희소성이 사라진 탓도 있고, 바쁜 생활 속에서 경험과 시간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탓도 있다. '섹스앤더시티'속 명품백과 구두에 둘러쌓인 호화로운 삶은 이제 올드패션한 것일 뿐 아니라, 새롭게 추구해야할 가치관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러한 방향들이 더 요즘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몇 년 동안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은 매체와 브랜드, 디자인에서 등장했다.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초반에는 리빙과 인테리어에 제한되어 쓰였었는데, 지금은 브랜드로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거나, 진짜 삶의 방식에 대한 화두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물건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는 시대로 가는 과정 속에 있다. 물건이나 물건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다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이나 경험이 중심이 되어 그 안에 물건들이 부수적으로 자리를 잡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스토리가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나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꾸려가는 지에 따라서도 다른 기준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경제학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술술 읽힌다. 그러나, 마켓과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끌어내기 때문에 기획이나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내용이다. 느리고 창의적인 삶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도시로 '포틀랜드'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요즘 워낙 많은 매거진과 여행책에서 포틀랜드라는 도시를 다루고 있는데, 왜 그곳을 주목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저성장시대를 걸어오고 있는 일본에 대한 관점이다. 이제 전세계가 더 이상의 눈부신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어졌고, 경제적 성장만을 위해 등한시해왔던 환경과 사회적인 문제는 이제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와 더 이상 멈추지 않으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일본은 일찍이 저성장 시대를 맞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힘겹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났고, 새로운 방식과 방법들을 찾는 과정들 속에서 문화와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말 많은 브랜드와 기획,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일본을 재주목하고 있으며, 카페나 레스토랑, 서점 등등 많은 공간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단발적인 한 해 트렌드가 아닌, 다음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과정속에 있는 지금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올 한해를 시작하고 많은 일들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점에서 많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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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읽었습니다. 더 많은 분이 볼 수 있게 kr / kr-newbie 태그를 달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kr-join 태그 달고 가입 인사 올리시면 kr 커뮤니티 내 많은 분이 환영해 주실 겁니다. (이 태그는 가입 인사용으로 딱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아직은 스팀잇의 시스템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