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나비사냥

in #book6 years ago

bookcover
이 소설에 남다른 흥미가 생긴 이유는 현직 강력팀 형사가 쓴 한국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추리소설에서 형사는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무능한 존재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입체적이고 영웅적인 형사 캐릭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하태석을 통해 보여지는 경찰의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서울에서 큰 '사고'를 치고 좌천당한 하태석을 무시하는 영광경찰서 동료들. 자신의 임기 내에 큰 일 저지르지 말라는 경찰서장. 이렇다할 물리적 증거가 없어 진범을 코 앞에서 놓친 하태석.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구마를 백 개 먹은 마냥 답답했지만, 이 소설의 작가가 현직 형사라서 그런지 이 모든 일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범인이 저지르는 납치, 살해, 시체훼손이라는 범죄행위가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를 굉장히 괴롭게 했다. 게다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냈으나, 범인은 죗값을 치르지 않고 죽어버렸으며 온전히 살아있는 피해자가 없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기분이 먹먹했다. 소설을 위한 자극적인 표현일 것라고 생각하고 싶었으나, 지은이의 말에서 '지존파 살인사건'이 모티브였다는 걸 본 순간 눈 앞에 검정색 커튼이 드리워지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내가 당분간은 코지 미스터리만 읽고 싶게 만든거 보니, 굉장히 잘 쓰인 추리 소설이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877.55
ETH 3143.56
USDT 1.00
SBD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