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무려 2015년부터 감지되는 어느 정치철학자의 블록체인 비판

in #blockchain6 years ago (edited)

암스테르담 소재 '네트워크 문화 연구소(Institute of Network Cultures)'에서 주최한 2015년 12월 행사 때 열렸던 강연인 것 같다. 발표자는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의 딱히 철학과라고 볼 수는 없는 분과에 속해 있는 데이비드 골럼비아(David Golumbia)라는 교수다.

위 비디오 화면에 보이다시피, "블록체인은 혁명인가, 아니면 예전 장단 그대로인 것인가(Blockchain: Revolution or Business as Usual)"가 이 강연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철학적으로(?!?)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

이하 짧은 인용문은 그의 강연 내용을 소개하는 네트워크 문화 연구소 웹 사이트에 있는 요약 자료에서 대충 발췌한 발번역이다(출처: "Algorithmic Autonomy: Freedom and the Blockchain by David Golumbia", Institute of Network Cutures, 2015년 12월).

정치 철학자(political philosopher)이자 개념적 사상가(conceptual thinker)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데이비드 골럼비아는, 기술은 글로벌 사회에서 자신의 올바른 자리와 기능을 찾기 위해 항상 필요한 비판이나 자기 비판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으며, 바로 그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 ... ... ) 그러한 현상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가장 해로운 사례다. '개방성, 투명성, 민주화'와 같은 말들로 홍보되고 있지만, 해당 기술들이 그와 정반대의 것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홍보상으로 떠들어대는 효과와 실제로 작용하는 효과가 상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없을 경우 결국에는 아주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이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그냥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들의 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그러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비판적 분석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골럼비아가 지적하는 가장 흔한 오류는 기술적 인프라스트럭처를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로 오인하는 것, 어떤 것이 기술적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분산된 정치 구조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골럼비아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특히 그렇다고 본다. 분배와 생산(채굴) 둘 다의 프로세스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정도로로 집중화되어 있다. 바로 여기에 기술적으로 분산됐다는 네트워크가 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집중된 조직과 결합돼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저 새로운 종류의 엘리트가 출현... (이하 생략)

※ 좀 더 찾아본 관련 자료:

─. David Golumbia, "Bitcoin as Politics: Distributed Right-Wing Extremism", in Geert Lovink, Nathaniel Tkacz, and Patricia de Vries (eds), MoneyLab Reader: An Intervention in Digital Economy, Amsterdam: Institute of Network Cultures, 2015년 4월. 311쪽짜리 자료집.

─. 2016년에 출간된 단행본 저서도 눈에 띈다. David Golumbia, The Politics of Bitcoin: Software as Right-Wing Extremism,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출판부, 2016년. 100쪽에 불과한 짤막한 책이다.

앞의 소론도 그렇고, 단행본으로 낸 저서도 그렇고, 제목을 보고 짐작할 수 있는 지은이의 주장은, 비트코인/블록체인과 살을 섞는 정치의 조류는 극우라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건 꽤나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해 어떤 내용의 입론들이 펼쳐져 있는지 자료를 더 살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는 없으며, 살펴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강호제위 생각하는 분들의 다양한 발상과 연구, 그보다는 제발 아는 체하지 말고 순수하게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읽는 행위들을 기대한다. 아래는 위 저서에 대해 구글도서에 소개돼 있는 짤막한 요약이다.

Since its introduction in 2009, Bitcoin has been widely promoted as a digital currency that will revolutionize everything from online commerce to the nation-state. Yet supporters of Bitcoin and its blockchain technology subscribe to a form of cyberlibertarianism that depends to a surprising extent on far-right political thought. The Politics of Bitcoin exposes how much of the economic and political thought on which this cryptocurrency is based emerges from ideas that travel the gamut, from Milton Friedman, F.A. Hayek, and Ludwig von Mises to Federal Reserve conspiracy theorists.

─. 그 밖에 여러 건의 서평 중에 한 건을 봤는데, 이 서평자는 테크놀리지의 내용도 잘 알고, 문화사회적인 측면도 잘 아는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서는 정말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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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a lot. Actually the above is not a big post, just for sharing information or opinion.

날카로운 비판이긴 하네요. 잘읽었습니다 :)

이런 비판조의 이야기가 드물어서 눈에는 띄지만, 비판의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못한 듯합니다. 그래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당연한 논점을 일깨워주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

사실, 데이비드 골럼비아라는 분의 블록체인 비판보다는 그 글이 들어 있는 위 출처의 다음 자료집을 발견했다는 것이 더 큰 수확입니다. 철학과 인문학, 미디어 이론 등으로 현대의 화폐와 디지털 화폐에 접근하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소론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 Geert Lovink, Nathaniel Tkacz, and Patricia de Vries (eds), MoneyLab Reader: An Intervention in Digital Economy, Amsterdam: Institute of Network Cultures, 2015년 4월. 311쪽짜리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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