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즈 리포트] 나는 왜 블록체인을 공부하는가? - 연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 연블(YBL) 정진우

in #blockchain5 years ago



블록체인과의 첫 조우는 2017년 9월, 암호화폐 열기가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암호화폐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고, 특히나 당시에 군복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외출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한 친한 친구가 자기가 이번에 “트론”이라는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가볍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투자 경험이 아예 없었고 도박이나 주식을 극도로 경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작의 발단이 된 것은 10월이었다. 갑자기 친구가 요즘 트론으로 자기가 몇천만 원을 벌었다며, 곧 차 한 대를 뽑아야겠다고 말하는 거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며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트론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때는 12월 말이었다.



투자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때는 이미 정부 규제가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계좌개설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찾은 해법은 빗X이라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자체 상품권을 사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상품권은 살 수 있었고 투자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수료(당시 10%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를 감수하고 상품권을 구매했다. 다음 문제는 어떻게 트론을 구매하느냐였다. 빗X 거래소에서는 트론을 취급하지 않았고 소형 거래소로 가야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 화폐를 구매한 후 암호화폐 출금 기능을 통해 트론을 구매하고자 했는데, 그때 어린 마음에 차익거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소형 거래소와 빗X 거래소의 차익이 가장 큰 비트코인 골드를 사서 출금을 하기로 했다.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비트코인 골드는 출금 월렛이 없어 출금할 수 없었고, 사자마자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골드를 구매한 다음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폭탄 발언이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 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라면서 “법무부 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법안은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다”라고 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초강경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때부터 비트코인 골드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고, 이때 출금이 가능한 암호화폐로 환전하여 결국 트론을 샀으나 그때 이미 암호화폐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블록체인 공부를 시작한 이유

서두가 길었지만, 이러한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은 당시 국민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며 블록체인 역사에 어떤 방식으로든 큰 상흔을 남겼다. 결국, 나는 6개월에 걸쳐 전역 이후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었던 돈 상당 부분을 잃었고 암호화폐에 대한 원망과 불신, 그리고 혼란스러움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서, 특이하게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겼는데, 바로 이 암호화폐의 원천 기술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해서 무엇이 이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아는 것이었다.

이러한 오기는 내가 연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 YBL을 지원하게 된 계기였고 지금의 나를 만들게 된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이후 블록체인을 공부하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장 적응이 잘 안 되었던 것은 학회의 분위기였다.

​정립되지 않은 분위기와 불확실성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곤 했다. 학회는 블록체인 업계 그 자체를 반영하는 듯했다. 당시의 지식의 척도는 얼마나 다양한 프로젝트, 다시 말해 “암호화폐”를 알고 있는 지였는데, 당시 나는 아무 암호화폐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서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려 애쓴 기억이 있다. 그 와중에 학회 내부와 업계에 전반적으로 “아는 척하기”의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나를 더욱 괴롭혔다. 다들 모르면서 “아 그거~ 알지~ 알지~ 맞아~” 이런 말은 일상적이었다. 물론 돌이켜보면, 당시 그 누구도 다 알기가 실제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우면서 흥미로웠던 경험은 당시 우후죽순 열리던 “밋업”들과 그 밋업들의 절정인 “콘퍼런스”들이 있었다. 당시 학회원들을 여러 콘퍼런스에서 많이 초대하곤 해서 직접 갈 기회가 많았는데, 당시 “겉멋”의 향연은 잊을 수 없다.

콘퍼런스들은 항상 최고급 호텔들에서 진행되었고, 식사는 코스요리나 호텔 뷔페를 제공하는 등 사치스러웠다. 그러나 정작 연사들의 연설을 들으면 이 사람들이 과연 블록체인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웠고 대놓고 자기들의 “스캠” Dapp들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곤 했다. 심지어 한 경우에는 연사가 전날 VIP 파티에서 술을 너무 마셨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어눌하게 연설을 했다. 정말이지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그 이후로 나는 블록체인 “콘퍼런스”들을 절대로 가지 않기로 다짐했고 지금은 주로 프라이빗 세미나들 위주로 참석하곤 한다.

변곡점과 현재

나의 블록체인 공부의 변곡점은 19년도 초에 찾아왔는데, 때마침 그때까지 블록체인 업계의 변곡점이기도 했다. 19년도 초에 블록체인 해외 송금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방문했었는데, 이때 다양한 기업과 정부 기관들을 방문하며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았다. 또한, 돌아와서도 블록체인 활용 사례 분석 관련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수십 개의 사례들을 분석하며 블록체인이 실제로 어떠한 효용이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수의 기업들이 진행한 POC의 결과가 나왔고 이때 비로소 블록체인을 공부하던 사람들 또한 블록체인을 단순히 기술로 공부하지 않고 실제로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과 그 활용에 대하여 1년을 넘게 공부하니 이제는 블록체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블록체인 산업 발전방안에 관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이렇게 능숙해지니 블록체인 공부가 더욱 즐거워졌다.

최근에 한 강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더 좋다”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오래 공부하니 조금 더 “잘하게” 되었고 덕분에 더 즐거워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알게 되니 이 기술의 엄청난 가능성을 조금 더 뚜렷이 직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더욱 가슴 설레게 블록체인을 공부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기술이 현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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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좌절에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는데 좋은 기질을 가지신듯 하네요^^ 연구에 성취 있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진우님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및 연구회 소속 친구들이 매달 토론을 진행하고 주제에 맞춰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답니다.
영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으니 혹시 궁금하시다면 '블록버스터즈 토론회'를 참고해주세요.
오늘 날씨는 예상과는 달리 비가 아닌 햇살이 내리쬐고 있네요, 상쾌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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