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권고안과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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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 권고안과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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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의 권고안에 따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개정이 확실시되면서 특금법 개정에 따라 암호화폐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될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ATF의 권고안은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는 개념을 정의한 후,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가상자산’은 전자적으로 거래되거나 이전될 수 있고 지급이나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지급이나 투자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만약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되는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은 가상자산에 해당되지 않는 걸까? 유틸리티 토큰이라 하더라도 가격의 등락이 있을 수 있으면 투자 목적의 거래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런 경우에는 가상자산이 되는 걸까? 아직 충분한 선례가 없어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발의된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여 FATF의 정의보다도 넓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를 때 유틸리티 토큰이 가상자산에 해당됨은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면 특금법은 왜 FATF의 권고안보다도 넓은 개념을 채택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가상자산의 개념은 그대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개념으로 이어진다. FATF의 권고안은 가상자산과 법정화폐의 교환, 가상자산 간의 교환, 가상자산의 이전, 가상자산이나 가상자산의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의 보관 및 관리, 가상자산의 발행, 판매와 관련된 서비스에 관여하거나 이를 제공하는 것을 가상자산 서비스로 보고 있다.

현재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여기에 해당됨은 명백하며,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암호화폐 보관/에스크로 서비스도 포함되게 된다. 그리고 흔히 ICO로 지칭된 암호화폐의 발행, 모집 등도 해당된다. 사실상 현재 암호화폐 생태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참여자들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특금법 개정안에 따를 때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업자들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특금법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의 내용은 무엇일까?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보고의무, 고액 현금거래 보고의무, 고객 확인의무, 송금인 및 수취인에 관한 정보 제공의무, 금융거래정보 보존의무 등이다. 현재 특금법에 따라 전자금융업자에 부과되고 있는 모든 의무를 이제 모든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하여 신고에 필요한 정보호보 시스템까지 갖추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가 얼마나 될까? 특금법 적용대상임이 명확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 거래소 몇 곳만 살아남을 거라는 예측부터 그래도 20~30개 정도까지는 서비스를 계속하지 않겠느냐는 예상까지 다양하다. 사실 대형 거래소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준비해 와서인지 느긋한 편이다. 오히려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기회라고 보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상장폐지 등 자율규제마저 강화하며 본격적으로 제도권 내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법정화폐든 암호화폐든 자금세탁에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FATF 권고안을 특금법 개정을 통해서 이행함에 있어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FATF 권고안의 해석이다. 권고안을 규정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권고안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권고안이 이제 시행되는 터라 충분한 사례나 법원 등에 의한 판단이 없다는 점을 특금법 개정에 있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가마다 FATF의 권고안을 시행하는 방법이 상이하다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적어도 불필요하게 광범위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양한 암호화폐 중 무엇은 규제하고, 무엇은 규제의 필요성이 없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 shutterstock

또한 특금법의 적용 대상에 대한 검토이다. 특금법은 기본적으로 전자금융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런데 가상자산이 특금법에 포섭되면서 그 적용대상이 전자금융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업에까지 대폭 확장되게 된다. 현재의 특금법 발의안에 의하면 가상화폐를 매도, 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및 이러한 행위를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면 모두 특금법을 적용받는다.

가상화폐가 다양화되면 서비스 내에서 가상화폐 간의 교환은 필수적이다.
향후 그렇게 되어야 가상화폐 서비스의 효용이 증대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환까지도 모두 특금법의 적용대상이 되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큰 장애물에 될 수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특징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왜 탈중앙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일까? 특금법의 적용은 탈중앙화의 포기를 의미하며, 기존 제도권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채택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특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서비스들은 포기되거나 지하 경제로 향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살린 산업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어진다.

블록체인 산업이 매우 어색하게도 자금세탁 방지라는 제도를 통해서 제도화되게 되었다. 그간 여러 번 기회가 있었던 제도화의 기회를 놓친 탓이리라. 규제법을 통한 제도화는 필연적으로 산업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금법의 개정에 맞추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인증/공증, 개인정보 등 관련 규제 이슈의 해결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제도화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걸친 균형적인 제도화를 기대해 본다.

글 Ι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변호사
사진 Ι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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