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즈 리포트] 암호화폐 상장, 거래소 고유의 권한이 맞다 - 연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 연블(YBL) 정진우

in #blockchain5 years ago (edited)


암호화폐 상장, 거래소 고유의 권한이 맞다
- '도둑 상장'과 블록체인 생태계의 역할




암호화폐 공개, 즉 ICO(Initial Coin Offering)는 기존 자금 조달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기존의 상장, 즉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회사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조직화한 장내거래 시장인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이 매매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의미했다. 그러나, 2013년 마스터 코인(Mastercoin)은 세계 최초의 ICO를 진행하며 새로운 절차와 형태를 갖춘 자금 조달을 하였다.

여기서 ICO는 IPO와 달리 거래소에 바로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자체적으로 크라우드 세일 형식의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ICO가 진행된 후 프로젝트 코인들은 암호화폐 거래에 ‘상장’되는데, 이는 사실상 거래소의 판단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거래소가 동의하면 그때 상장이 가능해지므로 암호화폐 상장 자체는 거래소의 권한에 해당된다.

도둑 상장과 거래소의 권한

오늘은 근래 들어 화두가 되는 일명 ‘도둑 상장,’ 혹은 ‘기습 상장’이라 불리는 특정 거래소의 상장 행태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이 주제는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 이유는, 애초에 이전 증권시장 속에서의 상장의 틀 안에서는 ‘도둑상장,’ 즉 프로젝트 혹은 기업의 동의 없이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행위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증권시장 틀에서 암호화폐가 없었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동의 없이’ 상장했다는 부분이다.

2007년 11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상장, 즉 IPO는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주식회사 한국거래소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다. 즉, 상장은 상장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 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인 것이다.
차이는 상장계약 부분에 있다. 이전에는 상장할 시 반드시 발행회사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 탈중앙화 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는 발행회사의 동의가 필요 없다. ERC-20처럼 소스 코드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공개된 기존 토큰 발행 표준을 이용할 경우, 거래소 측에서 물량을 미리 확보한 후 프로젝트 측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상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현재 거래소들은 암호화폐를 사실상 자율적으로 상장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모든 ERC-20 토큰들을 토큰을 발행한 프로젝트들과의 상의 없이 상장할 수 있다. 다만 논점은 가능하다고 해서 이게 옳은 행위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도둑 상장,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프로젝트의 동의 없이 상장했다는데,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언뜻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심지어 그 상장을 한 주체는 상업적 주체인 민간 거래소이다. 상대방 동의 없이는 그 사람의 사진조차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프로젝트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토큰을 동의 없이 상장하는 행태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를 옹호하는 측의 의견은 블록체인 생태계의 근본적 이념인 ‘탈중앙’에 근거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이들이 상장될 때 누군가가 비탈릭 혹은 비트코인 측의 의견을 물어보냐는 주장이다. 탈중앙화된 생태계에서 거래소는 상장을 자율적으로 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거래소가 프로젝트와의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상장 행위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프로젝트들 또한, 한번 ICO를 하고 나면 어디에 새로 상장되든 사실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거래소에 상장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 없다. 더 많은 곳에 자신들의 토큰을 상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토큰의 유동성이 증가해 현실적으로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최초 상장, 즉 ICO의 단계에 있다. 최초 상장은 특정 거래소에 상장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업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상장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른 거래소에 상장이 된다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또한, 암호화폐가 언제, 어디에서 최초 상장될지는 사업 계획의 중요한 일부이다.

검증되지 않은 거래소에서 최초 상장될 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투기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빗썸에 최초 상장될 예정이었던 오브스(ORBS)는 빌락시라는 거래소에서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상장하여 초반 가격 폭락 사태를 겪었다. 최초 상장 전 빌락시의 상장 소식을 미리 접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싼 가격에 매수하고, 예정된 최초 상장 시점에 팔아넘기며 투기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이다.

어떠한 행위로 인해 누군가가 분명히 피해를 보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그 행위를 할 때 이는 옳은 행위가 아니다. ‘도둑 상장’ 혹은 ‘기습 상장’이라 불리는 협의 없는 최초 상장은 프로젝트에게 명백하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기습 상장을 정당화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행위는 프로젝트 자체에도 유해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로 봤을 때도 해롭다. 이런 위협 요소가 통제되지 않고 방치되면 지속해서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생태계의 주축인 프로젝트들을 위축시킨다.

결론

결국 이러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규율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률 혹은 가이드라인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도둑 상장’을 옹호하는 입장의 근거인 ‘탈중앙’이라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근본적 이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의견과 결정이 존중되는 것이 탈중앙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장 강력하고 혁명적인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개인의 권리와 권한이 신장되는 이 시점에서 블록체인은 이 흐름에 불을 붙였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세상을 계속해서 바꾸어 나갈 것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내에서 성숙한 책임 의식과 자치적인 규율 형성이 필요하다.

결국, 탈중앙 생태계의 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도둑 상장’과 같은 정립되지 않은 부분들이 생태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자치규약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블록체인 생태계의 발전만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의 권리와 목소리가 더욱 존중되는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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