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와 청문회, 그리고 전망 - 연세대학교 연블(YBL) 정진우

in #blockchain5 years ago



페이스북의 리브라, 다시 보기

리브라, 혹은 ‘페이스북 코인’이 화제가 된 지 이제 몇 개월이 지났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암호화폐 투기와 정부의 암호화폐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인하여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또한 ‘사기’로 보고 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리브라 선언’ 이후 블록체인을 다시 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또한, 이 소식은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블록체인 기술과 업계가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 이 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번 선언이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애증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리브라는 일단 당장 대중의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리브라를 통하여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최소 몇 년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첨단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즐비한 Libra Association은 향후 블록체인 개발을 몰두할 것이고 이러한 기술적 노력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shutterstock

잠시 Libra Association을 살펴보자. 일단 Founding Member들이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Calibra를 포함하여 지급결제, 기술, 통신, 온라인 시장, 벤처캐피털, 자선단체 등의 영역에서 총 27개의 회원들이 있다. 자선단체들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 물론 리브라의 미션인 “The Unbanked,” 즉 은행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준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고려해서 함께하는 것 같지만, 사실 조금 보여주기 식의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여하튼 회원사들을 보면 비자, 우버, 이베이, 스포티파이, 코인베이스, 안드레슨 호로위츠 등 가장 ‘핫’한 기업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기술 기반 기업들과 강력한 자본체들의 연합을 보면 그 전망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필자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리브라가 백서에서 확장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일단 그 대체제로서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개발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블록체인을 어느 정도 연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사실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많은 프로젝트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샤딩’이나 ‘플라즈마’와 같은 상위 기술 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아무도 현재까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물론, 그들은 부푼 꿈을 가지고 지금도 그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ICO를 통해 수백, 수천 억을 모금하고 아무도 그 진행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프로젝트들에 대하여 시선이 곱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봤을 때, 리브라는 그나마 작금의 블록체인 기술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하나의 이정표로서 대중에게 블록체인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리브라 연합회 회원들의 강력한 기술력과 인적 자원, 그리고 자본력을 보았을 때 그 어떠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보다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러한 거대 기업들의 집단행동은 미국 제도권의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관심을 끌어 지지부진하던 블록체인 관련 제도 정비와 국제적 표준화의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의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청문회는 언뜻 보면 부정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청문회를 통하여 의회가 블록체인에 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법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청문회 내용을 보면 처음에는 의원들이 블록체인에 대하여 전혀 몰라 어려움이 많았던 초기에 비하여, 청문회가 다시 열림이 지속됨에 따라 의원들이 블록체인에 대하여 직접 공부하며 그 파급력과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보면 분명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의회의 페이스북에 대한 청문회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특히, 현재 블록체인 산업이 지목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제도적 모호함과 기술과 상충하는 규제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현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 또한 크다. 가장 큰 지적은, 페이스북 자체가 중앙화 된 기관의 선두에 있는 기업인 만큼, 이번 리브라 프로젝트 또한, 결국 이 중앙 집중형 기관의 탐욕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Forbes의 Frances Coppola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코인의 가장 큰 위협을, 글로벌 디지털 신원 인증의 규격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1 신원 인증의 표준을 페이스북이 만든다면, 개인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페이스북이 가지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즉, 개인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중앙기관인 페이스북이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1 https://www.forbes.com/sites/francescoppola/2019/06/30/the-real-threat-from-facebooks-libra-coin/#4dd44beb1dc5

이러한 비판은 결국, 애초에 페이스북이 자산단체가 아닌 이상, 결국 이 ‘탈중앙 프로젝트’를 통하여 분명히 ‘중앙기관’으로서의 이익추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탈중앙의 이념과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에 근거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이러한 현상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며, 향후 리브라를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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