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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lahblah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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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불안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역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내가 가장 안 좋았을 때, 항상 글을 쓰고 있었던 걸 떠올린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문제가 있다면 또 글로 풀어헤치라는 투로 말했을 때 난 자각했다. 나는 글로써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위안을 받았고 글을 써서 강해졌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게 글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난 조심스러우면서도 확고한 목소리로 답한다. 종교입니다.

한데 글을 쓰고 있지 못하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다. 내 생에 있어 출생 이후 가장 큰 사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시 좋은 일이 분명하지만, 사회 현실적으로 좋은 일이 글에도 항상 좋으리란 법은 없는 게 분명하다. 글이란, 정신 작용의 다른 결과물들과 마찬가지로 절망과 슬픔 따위를 좋은 양분으로 삼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안 좋았을 때 가장 절실히 글에 매달렸던 것처럼. 그때 나는 그야말로 순수했던 것 같다.

이제 안정되면, 그러니까 시간이 확보되면 글 쓰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그래야 한다. 더 자주 써야 한다. 글쓰기는 이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중 거의 유일하게 깨끗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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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역시, 어렵다. 한데 그런 적이 있었다. 어릴 적 고모 댁에 놀러 갔는데 사촌 형이 커다란 비비탄 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는 그 형을 따라 골목을 기웃거렸는데 형이 무섭게도 총을 내게 겨누는 게 아닌가. 그 형의 성격을 미루어 보건대, 시늉만 했을 게 분명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겁이 났다. 도망갈 곳은 없고 내 뒤는 막다른 곳이었다. 형은 약 20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아버지가 내게로 왔다. 내 앞에서 나를 보고 벽에 손을 대고 섰다. 그러니까 총을 겨누고 있는 형을 등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척이나 안도감이 들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했다. 형은 놀랍게도 그 상태 그대로 총을 쐈다. 비비탄이 아버지의 등에 맞고 떨어졌다. 소리가 컸고 무지 아팠을 것이다. 한데 아버지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기억이다. 아버지에 관해 이런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더 소중하게 한다. 아버지란 존재는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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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아버지는 물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다. 이는 나라는 사람의 근본과 맞닿아 있다. 일종의 시지프가 되고픈 거다. 세상은, 그러니까 우리를 향해 총을 쏜다. 빗나가기도 하고 때론 맞기도 하지만 어쨌든 쉼 없이, 지금도, 내일도 총을 쏜다. 아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웃는다. 괜찮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 품에 있는 무언가에게도 괜찮다고 하고 싶다. 언젠가, 그러니까 또 힘들었을 때 같은데 내 카카오톡 상태 창에 ‘하수구에도 꽃은 핀다’고 했다. 부끄럽지만 그런 자세이고 싶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미약하나마 따뜻한 빛을 찾고 싶다. 혹은 만들고 싶다. 상당 부분 그 빛의 기준을 내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 해서 힘들 때가 있지만 이제는 연습하려 한다. 내 안에서, 내 안에서 찾자. 절망스러울 때 웃고 싶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무언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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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내게 총을 쏜다. 더러운 총알이다. 꽤 많이 내가 그 더러움을 즐기기도 한다. 매우 세속적이면서도 차원이 낮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더 강력하기도 하다. 동물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응시하는 게 어디냐. 모두 글을 쓰기 때문이다. 역시 더 자주, 더 많이 써야 한다. 또 슬슬 계획하는 글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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