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블록체인 Session 1.짓밟힌 디지털 화폐의 꿈 E-Gold

(* 회사 교육용으로 매거진에 싣고 있는 내용을 편집해서 올려봅니다. 당연히 copyleft입니다.)

짓밟힌 디지털 화폐의 꿈 E-Gold

기존 화폐의 가치를 ‘디지털’로 옮기려는 시도는 꾸준히 존재했다.
인터넷 붐과 함께 디지털 화폐의 개념이 등장할 1995년 무렵, 미국의 내과의사 잭슨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자유와 건강함을 금융제도에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에 기초한 지불수단을 만들면 각 국 통화의 환전비용 및 금융기관 송금 수수료를 생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유발로부터도 안전해서 가치 저장에 유리하지 않을까?
여기에 금을 직접 주고 받을 필요가 없이 고객이 구입한 금을 금고에 맡긴 상태에서 금 예치금을
인증받은 후 계좌를 통해서 거래하게 되면, 즉 금을 구입할 때 의 최소 단위보다 작은 단위로
거래를 하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소액결제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잭슨은 이러한 급진적 구상을 바로 현실에 옮긴다.
의사를 그만두고 퇴직연금을 포함한 전 재산을 투입,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서 E-Gold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마침 인터넷 쇼핑 붐이 확산 중이었고, 각국의 통화절하 경쟁으로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던 시기였다. 고객이 구입한 금을 런던과 두바이에 분산 보관했다.
E-Gold는 3.5t의 금(약 $85,000,000)을 보유한 기업이자, 전 세계 165개국, 하루 1,000개의 신규
계좌 등록, 총 3,50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 기업, 전자결제시장 내 Paypal에 버금가는 기업
으로 부상하게 된다.

미 연방정부는 E-Gold를 주시했다. 동유럽, 러시아의 마피아들이 E-Gold에 계좌를 개설해서
자금세탁과 불법거래 지불에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돌자, 잭슨은 서버에서 이상한 계좌를
골라냈다. 동유럽이나 러시아에서 접속한 몇몇 아이디들이 남미나 일본에 거액을 보내면서
[꽃 값] 또는 [컴퓨터 구입]이라 적은 의심가는 계좌들을 발견하고, 비밀을 유지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해당 자료들을 수사기관에 넘겨줬다.

잭슨이 이렇게까지 수사기관에 협력한 이유는 자신의 사업이 불법적 수단에 쓰이기 위해 만든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당국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잭슨의 도움을 받아 FBI나 관계당국은
추적하던 조직들의 자금창구를 들춰내서 몇몇 체포에 성공했다.
그러나 잭슨의 호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는 잭슨과 그의 사업을 끝내려고 했다.
2007년 4월 미 법무부는 4년 동안의 수사를 종료하면서 잭슨을 기소했다. 잭슨이 넘겨준
자료들을 오히려 E-Gold가 불법조직의 거래수단이라는 협의의 증거로 활용했다.
FBI는 압수수색을 했고 모든 자료와 데이터, 서버를 봉인 후 잭슨을 자금세탁공모와
불법금융사업 혐의로 기소했다. E-Gold는 정부에 의해 청산되었다.

E-Gold 사업초기부터 자문해주던 리처드 팀버레이크 교수는 정부가 기소한 혐의인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는 사실상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금이
지하조직으로 흘러간다고 현금발행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더욱 그 경로의 추적이 쉽다.
E-Gold 청산의 진짜 이유는 화폐에 대한 정부독점 권한에 도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언제든지 누군가가 돈을 만들어내려고 하면 연방정부는 코를 킁킁거리며 그자를 뒤쫓는다.
E-Gold 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완벽한 사례다.”
- 리처드 팀버레이트(전 조지아대 경제학 교수)

(Source : 비트코인은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