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in #baggyeongri6 years ago (edited)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박경리 작가가 쓴 「우리들의 시간」이란 시의 한 대목이다. 절망의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선생의 투명한 에너지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일깨운다.

 

박금이에서 박경리까지

박금이. 소설가 박경리의 본명이다. 1926년 통영에서 태어나 1946년 결혼하면서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삶의 터를 잡았다. 대하소설 『토지』를 3부까지 마친 1980년에 강원도 원주에 내려가 살다 2008년 5월 세상을 떠났다. 박경리 작가의 삶을 떠올리면 아픔과 절망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한국전쟁 때 남편이 부역자로 몰려 숨을 거두었고, 이어 세 살 난 아들을 먼저 보내야 했다. <현대문학>에 『토지』 1부 연재 중에 유방암을 수술을 해 오른쪽 가슴을 절제했고, 외동딸인 김영주 씨와 결혼한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며 그 뒷바라지마저 떠안았다. 1980년 서울 정릉을 떠나 치악산 자락의 강원도 원주로 이사를 한 것도 딸과 사위를 위해서였다. 불행이란 불청객이 찾아올 때마다 선생은 자신의 삶 안으로 기꺼이 초대해 보듬어 안으며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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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왕성한 작품 활동

김동리의 추천으로 1955년 단편 「계산」이 <현대문학>에 발표된 뒤, 이듬해인 1956년 단편 「흑흑백백」으로 정식으로 등단하게 된다. 이어 여러 지면을 통해 「군식구」, 「전도」, 「영주와 고양이」, 「벽지」 등을 발표했다. 작가의 작품은 불행한 삶을 개인의 운명에 돌리지 않고 사회 현실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부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의 시선이 문단에서 주목을 받으며 1957년 단편 「불신 시대」로 제3회 현대문학 신인상을, 장편소설 『표류도』로 내성문학상을 받게 된다.

작가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장편 『김약국의 딸들』과 『시장과 전장』, 『파시』로 이어진 뒤, 대하 장편소설 『토지』가 탄생하게 된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집필한 『토지』는 전체 5부로 나뉜다. 25년 동안 작가는 오직 『토지』에만 집중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집필한 1부는 <현대문학>에, 1972년부터 1975년까지 집필한 2부는 <문학사상>에, 1977년부터 1978년까지 집필한 3부는 <독서생활>과 <한국문학>에 연재를 했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집필한 4부는 <정경문화>와 <월간경향>에 연재했고, 1992년부터 5부를 문화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해 1994년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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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고 온전치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내려했던 것이 시작이었지만, 집필하는 과정에서 한민족의 삶을 아우르는 장대한 서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19세기 말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 해방 공간까지 끌어안는 시간적 배경과 경상남도 하동의 평사리에서 시작해 지리산, 서울, 만주, 러시아, 일본 등지로 뻗어나가는 공간적 배경을 아우르며 몰락한 최 참판댁의 유일한 후계자인 서희와 길상이로부터 시작해 700여 명이 넘는 인물을 등장시켜 이들 하나하나의 생생한 삶을 그려낸다.

“나의 삶이 평탄했다면 나는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삶이 불행하고 온전치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토지』의 집필 과정은 작가 개인의 인생사를 우리의 이야기로 승화시킨 과정이었다. 인생은 고되지만 긴 날을 살아낸 삶은 아름답다. 부족하게 태어나 완성을 위해 노력한 삶은 분명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박경리 작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글. 이근욱 / 사진제공. 토지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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