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인 삶 [Daily_토_기술]
생각을 정리할 때 종이에 글을 씁니다. 그건 거의 20년 전에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가능한 손으로 쓴 글로 노트에 생각을 남겨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내지를 갈 수 있는 시스템 다이어리를 씁니다.
글은 잉크를 채워서 써야하는 만년필을 쓰고, 칼로 깍아서 쓰는 연필을 좋아합니다. 물론 제트스트림 볼펜도 씁니다. 말하자면 만년필과 연필을 좋아하지만, 실상은 손에 잡히는 대로 쓰기는 합니다.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려면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잉크가 손에 뭍거나 잉크방울이 퍼지거든요. 지금까지 잉크를 채우면서 손에 잉크를 뭍히지 않는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가 되면 좀 익숙해질까 하다가도 그냥 이게 잉크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겠거니 하면서 웃습니다.
책상 서랍에 연필이 많이 있습니다. 연필이 있지만 연필깍기는 없습니다. 연필은 칼로 깍습니다. 칼이 연필 나무를 깍아내려가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깍인 나무가 풍기는 향이 좋습니다.
책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찰랑거리고 넘어가는 책장의 소리를 좋아합니다. 손에 남는 종이의 질감을 좋아합니다. 연필을 들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귀절이 있으면 선을 쭉 그어 흔적을 남깁니다. 가끔은 아이디어를 메모하기도 합니다. 제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깨끗하지만, 남겨두어야 하는 책에는 아낌없이 메모를 합니다. 한 번으로 읽고 말 책에는 절대 선을 긋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다른 이를 찾아갔을 때 이쁘게 단장이 되어있어야 하니까요.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기를 좋아합니다. 새벽까지 책에 빠져있기도 하고, 새벽에 잠이 깼을 때는 그냥 책을 집어듭니다. 깜빡 잠들었다가 책을 얼굴에,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책은 그 페이지가 구겨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벼운 책은 그나마 괜찮은데 무거운 책은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픕니다. 그런데도 종이책이 좋으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디지털을 처음부터 만난 세대입니다. 하지만 50대는 종이노트에 종이책을 읽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물자가 모자라던 시대여서 공책의 남은 칸에도 줄을 그어서 글자를 썼습니다. 선생님들은 공책을 꺼내서 줄을 긋는 걸 하나씩 가르쳐줬습니다 자를 대고 깔끔하게 선을 그어 글자를 쓸 칸을 만들었죠.
일하면서는 온라인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을 켜 놓고 일을 하는 버릇 때문입니다. 라디오는 잘 듣지 않습니다. 일할 때는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는 연주곡을 주로 듣습니다. 말이 들어오면 신경이 쓰이거든요.
가끔이지만 집에서는 LP나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못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계를 방치해서 그런가 CD플레이어가 이병우의 "생각없는 생각" CD를 먹고 내 놓지를 않는군요. 인터넷을 수소문해서 겨우 마란쯔 CD플래이어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광복동 롯데백화점 건너편이 있더군요. 30년도 더 된 오래된 수리점이라 하는데 일이 좀 일단락되어 조금 한가해지면 CD플레이어와 무언가 균형이 어그러진 LP플레이어를 들고 가봐야겠습니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습니다.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아날로그를 경애하니 어쩔 수 없이 조금 불편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연필 이란 말이 참 정감 있게 다가옵니다
옛날에는 일제 제도 샤프 (?) 던가요 ?
그걸 접하기 전에는 다 직접 칼로 연필을 깎고 글을 썼지요 ^^
그러다 기차 모양의 손잡이를 돌려서 연필을 깎는 신문물도 나오고 ^^
많은 분들이 연필의 사각 사각 그 소리를 그리워 하는거 같아요 !!
그 소리가 참 좋았죠.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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