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in #art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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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너무나도 유명한 20세기 예술가이다. 그 인기와 명성만큼이나, 한국에서도 수차례 전시회의 초정을 받았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대중이 사랑하는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몇 차례 그의 전시회를 방문했었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하여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작품을 찍어냈던 앤디 워홀의 독창성과 도전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딱히 그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업적인 대상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의 시도 그 자체 이상도 이하도 느낄 수 없었다. 유명한 작품들을 내가 실제 감상하고 있다는 것을 되뇌어보아도 나에게 다가오는 감흥은 한정적이었다. 이후로 앤디 워홀은 내게 그저 시대의 아이콘일 뿐이었다.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진행되는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전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마음속 한구석에는 전시 자체보다 요즘 핫하다는 더현대 서울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어떠한 기대도 없는 마음으로, 더 나아가서 앤디 워홀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는 마음으로 전시회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앤디 워홀 전들 중에서 단연 베스트였다. 앤디 워홀을 향한 나의 시선을 바꿔놓았으니까. 지금부터는 나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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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andywarholexhibition.modoo.at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전시를 개인적으로 크게 3가지 섹션으로 다시 나눠보았다.

  • 첫 번째: 대중에게 익숙한 앤디 워홀 (Section 1.2)
  • 두 번째: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앤디 워홀 (Section 3.4)
  • 세 번째: 대중의 일원이었던 앤디 워홀 (Section 5.6)

첫 번째 (Section 1.2)

전시장 입구에 들어가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마릴린 먼로를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워홀이 즐겨 그렸던 유명인들을 소재로 한 실크스크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앤디 워홀이 직접 작업한 마릴린 먼로와 실제 작업하지 않은 마릴린 먼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를 통해 두 작품이 색감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생각보다 흰색의 비중이 많고 눈이 편안한 색 배치가 들어가 있는 반면,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들은 훨씬 색이 강렬하고 비비드하다는 차이를 느끼며 앤디 워홀이 색에 있어서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은 캠벨 수프 및 과일 등의 사물 시리즈,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코카콜라를 마신다'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Section 3.4)

앤디 워홀을 향한 나의 편견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앤디워홀의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단순히 유명인들만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명인들, 드랙 퀸 등 카메라의 중심에 설 수 없는 인물들을 담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을 그저 상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가 자신의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며 그의 작품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정치와 자연, 나아가 인종 폭동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그의 작품의 세계가 넓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그의 작품 중 일부였을 뿐,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이 같은 작품들이 그의 진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부유하고 쾌활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던 앤디 워홀은 어머니의 지지 덕분에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어렸을 때부터 부, 인기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갈망이 온전히 드러난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앤디 워홀의 표면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는 돈을 버는 행위를 일종의 예술 활동으로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앤디 워홀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을 좋아하며 사회의 이면에 관심이 많은 한 명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의 눈은 여느 예술가들처럼 예리하고 섬세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세 번째(Section 5.6)

앤디 워홀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작업해나가는 것 역시 자유롭게 즐겼던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록밴드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전했고 실제 음반 작업에도 참여하며 음악적인 갈증을 풀어갔다. 더불어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담은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고 드로잉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들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등 그 역시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개성과 취향을 가진 대중의 일환이었다.


작품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전을 보며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뗄 수 없었다. 그간 알아왔던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나는 그의 작품 이면에 담긴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그 덕에 오랜 시간 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지우고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분명 전시를 보러 가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다시는 앤디 워홀 전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전을 보고 난 지금, 나는 앤디 워홀을 더 알고 싶어졌다. 더 많은 그의 작품들이 궁금하다. 아직은 앤디 워홀이라는 사람을 졸업할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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