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안젤라 기자회견 일문 일답 전문

in #kr7 years ago
  • <프레시안>을 통해 고발한 이유와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더 있나.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게 됐다. 정치권으로 미투 운동이 넘어오게 된 게 안희정 전 지사 일이었다. 그때 타사 일간지 기자와 저녁을 보내면서 안 전 지사에 대한 폭로를 보게 됐다. 제가 정 전 의원과 관련해 사건이 있다고 얘기를 털어놓으니까 (같이 있던 기자가) '그럼 얘기해보는 게 어떠냐'고 해 결심을 했고, 고민하던 찰나에 서어리 기자를 통해 미투를 하게 됐다. (서 기자는) 당시 제 사건을 공유하는 지인이었고, 신뢰가 있었다. 추가 증거는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이 미투에 휘말리기 전, 방송에서 성범죄는 뇌물죄와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성범죄에서 가장 유효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 성추행을 폭로한 뒤에 정 전 의원이나 정 전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있는지.

"폭로 이후에 정 전 의원 쪽에서 따로 연락을 취한 건 없었다."

  • 당시 있던 사건이 지금 A씨에게 미쳤던 영향과 증언해주겠다고 연락해 온 두 명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으로 증언한다는 건가.

"구체적으로 6년 3개월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 성추행이 일어남과 동시에 가해자가 구속수감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저는 정 전 의원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시작된 거였지만, 정 전 의원은 이를 악용해 저를 성추행했다. 그가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저는 학생이었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답답했다. 그래서 그 심경을 주위에 토로했다. 당시 전 남자친구에게 이메일로 토로했고, 서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토로했다. 가장 먼저 토로했던 건 (사건) 당일 만났던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그 친구 역시 정 전 의원의 지지자였다. 그 친구들 모두 제가 폭로한 이후에 제 얘기라는 걸 알고 먼저 연락이 왔고, 증언해주겠다고 했다. 그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며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사건이 있고, 정 전 의원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았는지.

"구속수감돼 있는 동안엔 당연히 연락이 없었고, 그 이후로 (정 전 의원이) 나온 다음에 연락이 몇 번 더 왔다. 안부를 묻는 문자였는데 굳이 불편해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 같이 만나자는 취지로 연락이 왔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보자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여의도 횟집을 (약속장 소로) 잡았다. 당일이 돼서 (같이 가기로 했던 정치부 기자인) 친구에게 가자고 하니까 약속 장소와 약속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정 전 의원과) 둘이 만나는 건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 약속장소에 가지 않은 건가.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까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 정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안 가겠다고 했나.

"그렇다. 자기가 바쁜 사람인데 당일에 약속을 취소하느냐며 화를 냈다."

  •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만 고소한 상황인데 A씨는 정 전 의원, 2차 가해를 했던 댓글이나 게시글 등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은 없나.

"저의 가장 큰 목적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제가 먼저 법적으로 고소를 해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차 가해 게시글이 난무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변호인단과 논의 중이다."

  • 정 전 의원이 제출한다고 했던 사진 780장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고, 그에 대해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나.

"사진이 있다는 건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780장을 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전까진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뿐이지, 시기를 특정할 수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었는데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이상 전부 다 공개됐으면 한다. 사실 정 전 의원도 두 가지 모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오후 1~2시에 을지병원에 갔다고 했는데 방송을 보니 당시에 홍대에 있었고, 두 번째론 12월 23일 민국파씨와 동행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함께 있었다는 게 사진을 통해 입증됐다. 의아하지만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780장을) 전부 공개해서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 전 의원이 "무죄에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부분을 믿고 그렇게 말하는 건지 짐작 가는 바가 있나.

"정 전 의원의 반응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 저는 성추행 사실이 진실이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 정 전 의원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아래 지수대)에 출석할 때 사건 시점을 언급하면서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달라.

"미투 운동이 시작된 게 지난 달이었고, 정치권으로 넘어온 게 이번 달 초였다. 안 전 지사에 대한 폭로가 지난 5일에 시작된 뒤 동료 기자의 제안으로 (폭로에 대한) 결심을 6일에 했고, 7일에 보도됐다. 제 입장에서 그런 흐름이지 정 전 의원의 일정을 고려해 짠 게 아니다."

  • 익명으로 성폭력을 제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익명을 선택하는 이유와 실명을 공개했을 때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익명을 선택한 이유는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7년 전 일이고 (성범죄에)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유효하다고 하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에게 오는 압박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용기 내서 폭로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미투 운동을 이해하고 지지하게 됐다."

  • 정 전 의원을 폭로하기 전날, (정 전 의원에게) 연락이 온 게 사실인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짚어야 할 것 같다. 정 전 의원이 만나자고 한 건 보도되기 전, 아침이다. (정 전 의원이) 보도 직전에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고, 제가 보도가 안 되더라도 사과할 의향이 있으면 만나겠다고 답변했더니 읽고 답이 없었다."

  • 새로운 증거는?

"포스퀘어는 그 장소에 체크인한 사람이 멤버십을 얻게 되는 게임이다. (포스퀘어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저도 2013년 이후에 하지 않았고, 이번에 기억하게 됐다. 체크인이라는 건 모바일에 도착했다는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로 해석해주시면 된다."

  • 언론도 진실공방이 뜨겁다. 최근 SBS <블랙하우스>가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 등을 공개했는데 이런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이유다. 제가 직접 나서서 얘기하지 않다 보니 사실이 아닌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는 부분이 없지 않더라. 그래서 기자들에게만이라도 확실히 설명하고 싶었다."

  •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과 어느 정도 같이 있었으며 성추행은 얼마 정도 지나서 이뤄졌나.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한 시간 정도 기다렸고, 기다리는 중간에 '바쁘니까 기다려달라'라는 문자를 받았다. 만난 시간은 20분도 안 됐다. 그전엔 정 전 의원과 단둘이 만나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만나서 '남자친구는 있느냐, 뭘 해주려고 했는데 감옥에 가게 돼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걸이 쪽으로 걸어가 코트를 입으려고 하니까 정 전 의원이 따라와 강제로 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 정 전 의원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왔는데 따라 나오진 않았다.

입술만 스쳤다고, 한 정치인의 인생을 망쳐놓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관해 피해자가 어떻게 방어했는지만 집중한다. 살인죄나 교통사고는 가해자의 부주의를 논하는데 성범죄에선 (그 부분에 대해) 전혀 논란이 되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이 저를 어떤 의도로 불러냈는지 결과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가벼운 성추행 처벌을 받으면 되는 건데 그가 부인해 여기까지 왔다. 그 사람의 의도에 집중했으면 좋겠고, 모든 성범죄도 그랬으면 좋겠다."

  •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참고인 소환조사를 받은 적 있나.

"참고인 조사받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응할 예정이다."

  • 앞으로 일어날 2차 가해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넘어서면 여성뿐 아니라 하나의 성을 가진 인간으로 자기 권리를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익명으로 미투를 하면서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증거가 없으면 이 자리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을 거다. 사람들은 제 얼굴을 궁금해하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얼굴을 공개한다고 해도 제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투의 벽은 높다고 느꼈다."

  • 오늘 정 전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게 아니냐",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BBK는 인정하지만, 성추행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별개의 사건이다. 정치인 정봉주가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곽에 있다 중앙으로 왔는데 괴물을 잡으려다가 괴물이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잣대 중 도덕성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치공작으로 몰며 미투 운동을 훼손하고 있는 게 진짜 누구인지 모르겠다.

고작 입술 스친 일로 이러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유명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성추행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정치인 정봉주를 지지한다고 해서 성적 모욕을 참고 살 이유는 없다. 옆집 아저씨에게 당한 성추행보다 존경했던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건 더 큰 모욕감과 배신감을 줬다. (정 전 의원을 폭로한 이후) 미투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누가 미투의 본질을 흐리고 있나. 정 전 의원은 알리바이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판단은 기자들에게 맡기겠지만, 본질을 흐리는 게 누구인지 생각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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