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학교)아프리카 학교는 어때?

in #africa7 years ago (edited)

아프리카 학교는 어때?

학교는 어두침침하고 먼지 투성이다. 창고처럼 건물만 달랑 3개 있고 중간에 조그만 운동장이 있다. 초록색 교복을 입은 새까만 학생들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쳐다본다. 동양에서 온 두 아이는 그들 사이에서 검은 서리태 속에 섞인 노란 콩 두 알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노란 콩 두알, 우리 두 아들은 동물원의 원숭이보다 훨씬 주목을 받으며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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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직장 관계로 두 아들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가게 되었다. 위험할 것 같아 아프리카에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을 고민했지만 가족이 함께 사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함께 하기로 맘먹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살게 된 곳은 큰 도시, Kaduna에서 차로 40분 정도 더 들어 가야하는 시골이었다. 국제학교를 보내기 위해서는 40분을 차를 타고 시내로 매일 나가야 했으므로 집근처의 현지 학교에 보냈다. 학교에 가보니 유색인종은 전혀 없고 온통 피부색이 검은 애들만 있었다.

나이지리아는 하우사, 요루바, 이보 등 많은 종족이 살고 있다. 각각의 종족어가 있지만 학교의 공식 언어는 영어이다. 초, 중, 고, 대학교의 교육기간은 우리나라와 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으로 연방정부에서 모든 교육비를 제공하며 고등학교는 수업료와 개인경비는 개인이 부담해야한다.

두 아들을 따로 떼어 놓을 수가 없어서 2학년으로 같은 학년에 두었다. 아이들은 그런대로 학교에 가는 걸 재미있어 했다. 형제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학교의 교과 과정과 교재가 엉성해 보이고 수학 수준도 낮지만 일단 영어로 수업을 하니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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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흑인 아이들과 함께 학교 생활하니까 어때?”

“애들이 잘해주고 공부하는 것은 쉬워요. 수학 시간에 나이지리아 애들은 다 손가락으로 셈을 해서 답을 써요.”

“그래, 너희들은 영어 열심히 따라 하고, 수학은 하던 데로 하면 돼.”

“엄마, 학교가 너무 지저분해요. 쉬는 시간에 교실에 먼지가 많고, 수도도 없어서 애들은 받아 놓은 물을 그냥 마셔요. 깨끗하지도 않아 보이던데......”

학교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아이들 보기에도 위생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애들이 조금만 움직이면 교실에 먼지가 가득 찬다고 한다. 전기와 물 사정이 좋지 않으니 학교라고 더 좋을 리는 없다.
최근 Unicef에서는 나이지리아 기초교육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함께 학교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기 위해 교사 및 교육행정 인격의 훈련, 물과 위생, 테이블과 벤치, 충분한 교과서 제공, 안전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으로 좀 개선이 되었겠지만 시골은 여전히 열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물을 점심으로 가져갔고 학교는 오후 2시 정도에 끝났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으므로 학교 교제를 계속 읽고 무조건 외우도록 했다. 아프리카의 투박한 발음이지만 학교에서 영어로 공부하고, 집에서 복습하도록 했더니 1-2달 후에 학교 수업에 금방 적응했다. 나이지리아 학생들이 공부를 워낙 하지 않아서 시험 보면 우리 아이들이 항상 전체 1· 2등을 했다.

오후에는 집에서 한국 공부를 했다. 1주일 시간표 짜서 나는 선생님이 되고 두 아들은 학생이 되어 학교처럼 4교시 수업을 했다. 수업은 한국에서 준비해간 과외용 교제였다. 교과 설명과 문제 풀이집이 따로 있었는데 충실히 하면 국내에서 공부한 것 보다 훨씬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책 이였다. 시간표에 따라 꼼꼼히 가르쳤고 아이들은 문제도 열심히 풀었다. 가르치기는 일 외에 중요한 일은 아이들이 풀어 놓은 문제들을 채점하고 틀린 부분을 설명해 주는 일이었다.
음악, 미술, 체육 시간도 편성해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나가서 체육도 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달리기나 축구를 잘해 그들과 함께 하는 체육을 아들 들은 특히 좋아했다.
큰 아들 생일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다. 생일잔치를 열었는데 2학년 반 전체 아이들이 집에 왔다. 음료수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주었는데 애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 생일잔치에 초대받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하며 어두워져서야 겨우 집에 돌아갔다. 그 뒤로 학교 아이들은 우리 두 아들과 놀고 싶어서 방과 후에 우리 집을 맴돌곤 했다.

요즘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주 사무소가 지방으로 옮겨가서 가족이 떨어져서 사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생들은 특목고와 명문대를 목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공부한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거의 여유가 없고 지방으로 전학 간다는 것은 후퇴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전학을 하는 일은 항상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하지만 전학과 좋은 교육환경을 따지는 것보다 초등학생 일 때에는 가족과 함께 여유를 가지고 사는 일이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이나 작은 시골 학교로 전학 할 경우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해도 된다. 부모가 교육에 대한 일관적인 철학을 가지고 관리를 해주면 아이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이지리아에 1년 동안 가족이 함께 다녀오기는 참 잘한 것 같다. 사는 것도 교육 환경도 아주 좋지 않았지만 가족이 함께여서 잘 이겨낼 수 있었다. 1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공부와 집에서 한국 공부하고 나니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것처럼 알찬 시간을 보냈다. 색다른 환경에서의 경험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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