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in #aaa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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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jtbc에서 3화 재방송 해주는걸 끝부분만 보게 되었다. 사실 시작이 이거라고는 할수없고 인터넷 글을 읽다보니 "부부의 세계 대박~!"이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고, 그래서 제목을 인지한 상태에서 재방송이 방영중이니 호기심에 보게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다.

김희애가 하는 드라마란 거의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 나이도 있다보니 찍는 것들도 딱히 스릴있을거 같지 않을줄 알았는데... 사람이란 빠른 스피드에도 스릴을 느끼지만 인물의 느린 발성과 눈짓, 행동같은 것들로도 숨이 막힐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여자들의 기싸움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그래서인지 여초회사에 다니던 나는 김희애에게 빙의되어 버렸다. 새파란 젊은 여자가 치는 대사들이 하나같이 사람을 건드리네. 그리고 친구란것이 한마디 한마디 비수를 꽂는것까지. 어쩜 그리 똑같니? 몇 년을 알던 사이라 나와 가장 친한줄 알았건만 실상은 아니란거. 인간관계에서 오는 비참함. 절대 남의 일 같지 않아. 어떻하냐. 정주행 해야겠네.

나는 오늘 새벽4시부터 오후까지 틈틈히 1화부터 4화까지 정주행을 완료하였다. 1화의 마지막 엔딩씬이 역대급이다. 이 드라마를 안보신 분은 이제부터 뒤로 가기를 누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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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세컨폰의 배경화면은 그 젊은 여자였고, 갤러리를 들어가니 자신의 앞집 살던 부부와 남편 회사의 비서 커플, 그리고 남편과 불륜녀 이렇게 3커플이 동반여행을 가서 와인잔을 들고 요트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은것이 있다. 그리고 넘기고 넘기고 또 넘겨도 온통 그 여자 사진뿐이다.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속에 메세지함을 들어가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주인공의 절친 메세지. 남편에게 상당히 꼼꼼하게 주인공의 이동상황이나 감정상태까지 가르쳐준다. 다들 남편에게 애인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 나만 빼고.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께 찾아가서 말을 하니 이미 알고 계신 모양새. 또 나만 몰랐다는 것.

거짓말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애인이 있었다고 자수하고 정리하면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겠다고 울면서 말하는 주인공에게 딱 잘라서 "내 삶에 여자는 너 하나뿐이야"라고 말하는 뻔뻔한 남편. 속으로 "야이 개새끼야!!!"하고 소리지르는 주인공.

원작이된 영국 드라마에서는 드라마의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드라마가 전개될지 기대된다. 현재 드라마 속의 시간은 2017년으로 나오고 있어서 시즌2에서는 2020년으로 나올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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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속의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지위가 상당한 편이라서 그런것인지 명언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남자는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바람을 핀 놈과 바람핀걸 걸린 놈으로." 이런 뉘앙스의 대사와 "남자에게 바람은 배설같은것일 뿐"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유부남 7명중에 1명이 바람피는 중이라는 글도 봤는데 물론 기사는 아니고 카더라 글일 뿐이니 나도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은 없다.

누가 대놓고 '나 지금 바람 피는 중'이라고 이마에 써놓겠는가. 그런데 살짝 웃기는건. 보통 바람을 피면 주변 회사사람이나 친구들은 알고 있다는 거다. 이건 여자인 경우도 마찬가지고. 정말 애매한 선택의 길에 놓일때가 있다. 어떤 경우냐면 부부 둘다 아는 사이에 있는 지인이 바람을 알게 되는 경우다. 단순히 인사만 하는 사이라면 알아도 모르는척 해도 마음의 짐이 없겠지만, 부부 둘 다와 친하거나 바람중인 상대가 아닌 배우자와 절친일 경우 상황이 애매해진다. 하긴. 사촌이라도 애매하겠네 이건.

당신의 친구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것을 알았을때, 친구에게 알릴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몇 년전에 봤었다.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왜 남의집 일에 왈가왈부 하겠는가 하는 천태만상 세상만사 같은 답변도 있었고, 내 친구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알리겠다고 답변한 셜록같은 분도 있었다. 아이가 없다면 알리고, 아이가 있다면 알리지 않겠다는 선택지 같은 답변도 있었고. 사실 답은 2가지 밖에 없다. 말하느냐, 말하지 않느냐.

만약에 말했을 경우 어떻게 될까. 그 친구 이혼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게 될까? 아니면 친구에게 묻어야할 아픈 상처만 주고 그걸 숨긴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걸 지켜보게 되는걸까.

만약에 말하지 않는다면?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배우자가 불륜상대와 만나고 헤어질때까지도 1도 모르는 상태로 행복한 가정인걸 굳게 믿고 살수도 있을 것이고, 뒤늦게 알게 되어 한번쯤 지나가는 말로 나에게 알고 있었냐고 물었을때 손떨리는걸 부여잡고 생각할것이다. "응"과 "아니"사이에서.

남편에게 물어봤다. 남편은 내가 아는 바운더리 안에서 지인들에게는 "당신의 배우자가 어디서 있는것을 보았다."는 식으로 알려줄 꺼라고 한다. 남편과 나의 대답은 다르다. 나는 가족이외의 사람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상황이 닥치면 사람일은 또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글을 쓰면서도 아직도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번 바람 나는 사람은 또 바람이 날 확률이 높다는 것도 또 생각해보게 된다. 조금전 까지는 내가 타인이 되어 생각해봤다면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생각해본다. 나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 중인데 주변사람들은 다 알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는걸 알게 된다면? 주인공의 나레이션 대로

"이곳이 지옥이구나."

앞으로 누굴 믿어야하나. 주인공이 가위를 들고 배우자를 찔러버리려고 했던 장면도 아주 이해가 안가진 않는다. 살아온 세월을 부정당하는 느낌. 아주 엿같을거 같다. 특히나 드라마에서는 불륜녀가 임신까지 한 상태라서 주인공의 멘탈이 더 부셔졌다. 사랑으로 어디까지 포옹해줘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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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가정이라는 것은 서로의 믿음아래 맺어지는 것인데 그것이 깨진다는건 큰 상처가 될 거다. 자식이 있다면 이혼을 하기에는 더 망설여 지는것이고. 드라마는 주인공이 능력있는 사람이었지만 만약 전업주부였다면 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친구가 의리로 배우자의 외도를 가르켜 준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또 몰랐다면 나중에 알게 되서 치를 떨며 주변인들에게 캐물었는데 다들 아는 눈치였다면 어떨지.

가정이 있어서 더 무서워 지는 드라마였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생각을 한번쯤 써보고 싶어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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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당신은 친구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것을 알았을때, 친구에게 알릴 수 있으세요? 혹은 가족일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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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가정사에는 끼는거 아님
친구한테 미안하지만 난 침묵!

저도 침묵이라능ㅜ.ㅜ

역시 찡언니 글 잘 써^^
음... 난 안 알린다.?!
매화 리뷰를 부탁해 찡언니!^^

호돌언니 읽어줘서 고마워
매화 리뷰라닠ㅋㅋㅋㅋㅋ엌

고민이 될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너무 고민됨욤ㅜ.ㅜ

캬~ 정말 고민될듯... 아몰랑~

저도 고민만 할듯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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