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FILM NO LIFE] 조커 / 토드 필립스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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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실은 영화의 계절. 선선한 가을 바람을 타고 보고싶은 영화가 많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야심차게 영화관 나들이를 많이 했더랬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예스터데이. 두 작품 모두 기대했지만 어느 정도 실망. 나의 졸음에 더 실망했다.

오늘의 영화는 기필코 졸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챙겨 상영관으로 향했다. 한껏 기대한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는 자신을 마주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깝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로 어젯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 2부. 싸이코 살인마의 실제 범죄를 재연과 구술을 통해 접했다. 죽은 피해자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며, 유가족의 아픔은 내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마음이 무척 안좋았다.

영화 속 주인공 ‘조커’는 뭐 다른가? 어찌됐든 살인자다. 그것도 죄책감 따위 느끼지 못하는 살인마. 조커가 어떤 연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정신질환을 어떻게 앓게 되었는지 영화는 납득할 수 있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캐릭터로 따져보면 꽤 매력적인 악당이 아닐 수 없다. 관객이 끄덕끄덕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악행인 것이다.

좋은 영화란, 무척 광범위하다. 그 중 하나가 영웅이든 악당이든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공감 가능한 인물로 만드는 데에 있다. 여기서 이 영화는 분명 성공적이다.

어제 본 이춘재는 다신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길 바랄 정도로 증오하면서, 영화 속 조커에게는 동정?을 하는 것이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 맞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와 실존 살인마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영화는 영화다. 우리가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팩트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조커의 시작을 보면서 조커를 탓하기보다는 이러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결국 조커가 된,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던 그 남자를 누구 하나 마음으로 감싸안아준 사람이 없다.

그가 아빠라고 믿은 토마스 웨인을 만나기 위해 간 극장에서 그의 표정을 보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며 짓는 미소. 그 미소는 그가 병적으로 웃게 되는 그 웃음과는 달랐다. 그는 꿈이 있었다. 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병을 가졌을 뿐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병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 그이지만, 그가 진정 원한 것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제대로 관심을 받고싶어했다. 가장 가까운 엄마라는 사람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관심’. 한번도 누려본 적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 맛보고 싶었던 것인데.

Don’t smile.

자신의 아픔을 숨기며, 아닌 척하며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조커라는 마스크는 탈출구였을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조커에게 흠뻑 빠져 영화를 보았다.

깊고 분석적인 리뷰는 모르겠다. 단지 조커의 마음을 이해하며, 악당일지언정 그를 안아주고 싶다는 다소 감성적인 발상을 하게 만든 영화. 어서 배트맨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멈추지 못하는 웃음(울음)이 오래도록 기억날 듯하다. 조커로 완벽하게 분장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그의 자유로운 모습도.

해피, 라고 불리던 아서 플렉.
조커보다는 아서인 그가 많이 떠오를 것 같다.

• Movie URL : https://www.themoviedb.org/movie/475557-joker?language=ko-KR
• Critic :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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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앙 역시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하는 등짝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몸짓 하나하나에도 엄청난 공을 들인 느낌이 나서 더 아련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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