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 이상근, 2019

in #aaa5 years ago

"단순함과 복잡함을 동시에 담은 영화다" 요렇게 정의 내릴 수 있겠습니다. 도심에 퍼지는 독가스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들의 스릴은 짜릿하지만 뭐 말로 표현하기에는 단순하고, 스토리 전개에서 어머니의 고희, 가족과 친척들고 부대끼는 관계, 러브라인, 그리고 주인공 남자의 뭘 해도 안되는 미래의 암담함을 다 담아서 비춰준다는 측면에선 복잡하죠.

사실 뭘 해도 안되는 씬은 안나옵니다. 그냥 남는시간 열심히 철봉을 타는덕에 체력은 길렀는지 몰라도 어린 조카와 친구한테도 바보소리를 듣고, 문자에서 불합격 메시지 하나밖엔 안받았지만 가족과 친척들의 태도에서 보여지지 않은 지루한 잔소리와 조언, 그리고 오늘날 청년세대가 겪는 암울함을 추측하게 하죠. 저는 구구절절 설명않고도 몇 개의 장면으로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추측할 수 있게 비춰주는 장면들이 좀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 시대는 불필요한 설명을 생략하고 필요한 것만 콕 집는걸 선호하는 시대니까요.

과거에 사랑했던 이성과의 만남도 모든게 생략되어 있지만 알 만 합니다. 그리고 만남의 설정 자체도 심플하죠. 과거회상씬도 그래서 최소한입니다. 그걸 통해서 알 수 있는게 함께했던 암벽등반인데요. 이 영화 전체의 가장 중요한 소재가 바로 암벽등반입니다. 물론 주인공의 암벽등반 실력은 그렇게 우수하지 않지만, 철봉을 타는 걸 보면 거의 기계체조 수준인 것 같은데요.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그야 말로 재난액션 스릴러물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평소 운동을 열심히 좀 해 두자" 정도 인데요. 하지만 말했듯이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복잡함에선 아마 스치듯 지나가는 괜찮은 장면이나 대사들을 제법 발견하셨을 겁니다. 역시 그 중 눈길을 끄는 건 주인공이 그렇게 파김치가 되도록 지친 몸으로 재회한 엄마를 업어보려는 대목이죠. 고희잔치 중에 엄마를 업어보려다 실패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신 분이라면 그 대목에서 살짝은 시큰하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마치 감독은 그걸 의도적으로 휙 지나가는 장면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숨은 그림찾기를 시키는 것처럼 슬쩍슬쩍 저런 의미있는 장면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흘려버리는군요. 아마 이 감독은 스윙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엑시트" 이 영화보며 딴짓하기 어렵습니다.


엑시트

Exit
이상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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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재미있게 본 영화네요. ^^

그 장면 진짜 시큰 하죠....
아버지역의 박인환이 안을때도 그렇고요

풀봇으로 응원합니다.

그런 걸 가지고 스윙이라고 해요? 슬쩍 흘려 보내는 거.. 또 하나 배우네요.ㅎㅎ

엑시트 집에서 결제한 후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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