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꿈과 현실을 자문하는 영화

in #aaa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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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코브처럼 기억의 방에 가둬놓은 사람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나 또한 크고 작은 파편으로 흩어져있는 꿈의 기억을 매일 경험한다. 2년이 넘는 심리상담을 통해 그의 깊이나 고통의 강도는 줄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과 반복되는 사건들은 고통스럽게도 변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기간을 두고 다양한 처방을 써왔으나 소용없는 일이였다. 육체적 스트레스를 풀어 좀 더 깊은 잠에 들게 하거나, 약을 통해 램수면을 조정하는 시도 등은 일시적이였을 뿐.


 영화 속 코브(디카프리오)는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된 단순한 생각을 이내 감춘다. 죄책감 때문이였다. 나의 경우 또한, 아쉽게도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을 이기지 못한다. 대부분의 꿈은 지난 시간 속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 반복됨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일을 멈추고 싶었다. 무의식이 지배될 수 없다면 깨어있는 인식만이라도 강하게 단련시키고 싶었다. 꿈에서 깨는 방법은 오직 드림머신 시간이 다 되거나 죽는 것 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몇번이고 버려지거나 나뒹굴거나 쫓기는 공포에 다다르고 나서야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깨고 나서 꿈의 잔상으로부터 찜찜하고 불안해진 상태 또한 굉장히 불편할 수 밖에 없는데,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무의식에 의한 꿈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계를 봤는데 한밤중이거나 아직 새벽이라면 이러한 찝찝한 상태는 더욱 곤란하다. 여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즉흥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현실속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몸을 일으켜 밝은 빛에 노출시키는 일은 금기다. 정신이 또렷해지면 다시 잠에 들기 어렵기때문이다. 너무 찬 물을 섭취하거나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는 자극적인 일 또한 추천하지 않는다. 즉, 무의식으로 인한 꿈에 영향을 받은 나 자신과 갓 꿈에서 깨어난 현실의 나 사이 중간 어딘가에서 다시 잠에 들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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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 있는 상태인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과 그렇지 않은 비렘수면(non-REM sleep)으로 나뉜다. 비렘수면은 다시 수면의 깊이에 따라 얕은 잠인 1~2단계부터 깊은 잠인 3~4단계로 분류된다. 코브는 머릿속에서 타인의 무의식에서 무언갈 훔치는 도둑이다. 기억하는 일, 무의식을 조종하는 일 그리고 깨우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치밀하게 실행한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을 해내는 동안 우리는 영화속 주인공들의 현재와 꿈을 함께 드나들며 플롯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1단계, 2단계, 3단계 까지 가능한 '꿈 속에서 꿈을 꾸는' 불가적인 일을 시도함으로서 영화는 흘러간다.


 꿈에 관한 고전영화를 다시 관람하며 다시금 나의 수면에 대한 고민을 야기하고 있다. 이토록 수면의 질에 대해 고민하고 꿈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벗어날 고민을 멈추지 않지만, 아쉽게도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대체 뭘까. 긍정적인 면을 애써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 상태는 일상의 질을 현저히 떨어트린다.


 특히나 창조적, creative 이여야 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면 수면은 더욱 중요한 역활을 한다. 30%는 몽롱하거나 개운치 않은 컨디션을 느끼고 이겨내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쓰게 되니까. 실제 24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의 상태와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 나는 늘 질 낮은 수면을 겪으며 무의식에 마주하는 꿈에서 벗어나려 고민한다.


 하지만 꿈을 잡는, 또는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심는 인셉션 같은 이야기도 SF로 분류될 정도로 무의식은 겉잡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내가 조종할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 나 자신을 구성하는 수 많은 요소들과 사건이 쌓여 무의식의 나를 키우는 것이다. 그것들을 전부 다 파악하고 알기란 불가능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저 수면의 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운에 맡기는 수 밖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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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멜이 계속해서 코브의 무의식에 나타난 이유도, 그가 그녀를 놓지 못한 이유도 죄책감이라는 키워드와 연결이 되어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아더가 꿈을 설계하며 역설, paradox 을 고하는 장면이 두 번이나 회자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크고 작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흔들리는 자아를 붙잡고 살아가지만 그 속엔 늘 역설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근본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 나에게 그만큼 아픔이 되돌아온다. 나와 타자는 이 사회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역설로 삼아 멈추지 않는 죄책감으로부터 작은 해방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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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질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수면의 질이 좀 낮은편이라... 점점 누적이 되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ㅠㅠ

수면이 적으면 작업하는데 힘들죠. 충분히 취하시고 쉬시기를 바라요.

잠을 잘잔다는건 정말 축복인거 같아요. 잠깐 깨어있기 위해서 커피를 목안으로 털어넣는 그 기분이란...

그렇죠. 막상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이 축복을 잘 모르는것 같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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