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대도시의 사랑법
2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은, 끊임없이 내 시야에 머물렀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인터뷰 기사에,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주목할만한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9개국에 번역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잇달아 듣다 보니 책을 안볼 수가 없었다. 어떤 정보도 없이 펼쳐든 <대도시의 사랑법> 은 퀴어 소설이었다. 아니, 소설의 소재가 동성애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주인공 '영'의 직업이 작가이고 게이들의 사랑이 너무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펼쳐져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줄 깜빡 속았다. 작가, 박상영은 언론에서 단정지어 버리면 작품으로서 해석의 여지가 닫힐까 봐,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한다. 소재가 동성애인, 진솔하면서 노골적인 사랑이야기였다.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차장에게 퇴사 후 글을 쓸 거라고 햅렸다. 평생 꿈꿔왔던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꿈 그거 좋지. 그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하게. 기회는 기차와도 같아.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지.
기차는 매일 매시간 돌아오는데 도대체 무슨 개 같은 소리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나의 첫번째 회사생활을 정리했다.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광어죠. 아니, 우럭인가? 제가 사실 생선을 잘 구별 못해요. 그냥 비싼 건 다 맛있더라고요.
-맞고 틀려요. 당신이 맛보고 있는 건 우럭, 그러나 그것은 비단 우럭의 맛이 아닙니다. 혀끝에 감도는 건 우주의 맛이>기도 해요.
-네? 그게 무슨(개떡 같은) 말씀이신지...........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아................
남자가 조용히 중얼댔다.
-더 투명한 쪽이 광어입니다.
-네?
-둘 중에 살점이 더 투명한 쪽이 광어다, 생각하면 구별하기 쉬울 거예요. 더 쫄깃한 쪽이 우럭.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술 취한 나는 인간도 아니다. 방금 무슨 말을 내 뱉은 거야. 정말 돌았군,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남자가 또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한동안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하는 게 싫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건 무슨 내용이건 이유 없이 패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다 똑같은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뿐이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가볍고 유쾌한 유머 뒤로 담담하게 뜨거움과 외로움, 불행을 견디는 모습에 한없이 서글퍼지는 그런 글이다. 해설처럼 "대도시라는 공적 공간에서 퀴어한 존재들의 허용과 배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자적 시점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부끄러워졌다. 마찬가지의 사랑 뿐이라고, 위와 비슷한 말을 하고 다녔던 과거의 내가. 다름으로 빚어지는 그들의 상황과 처지를 지레 짐작하고 응원했던 내가. 어줍잖고 무책임한 말 한마디로 아는 척 이해하는 척 깐죽거리는 것보다 닥치고 무관심이 더 나을 것이다. 모르면 닥치고 있어야 한다.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바라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