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없는 지식의 확신

in #kr-writing7 years ago

거의 20여 년 전, 소리와 영상이 상호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접한 후 나도 내 드럼 연주에 반응하는 영상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모인 사적인 자리에서,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단호하게’ 안될 거라고 말했다.

나름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분야의 경력이 있는 분이라, 왠지 그 말이 맞을 것 같았다.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이제 와서 무슨 프로그래밍이냐는 말은 그럴듯했다.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그 말대로 직접 배우는 것보다 협업할 프로그래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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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와의 협업’도 그리 쉽지는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힐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존의 코딩 소스를 조합해서 새롭게 변형하는 것 정도는 할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차근차근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작업을 훨씬 쉽고 더 다양하게 시도했을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남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한계를 설정'했던 것이다.

먼저 시도해서 '경험'한 다음, 그 경험을 통한 지식을 토대로 안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처음부터 안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신의 한계(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은 그분 역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경력 때문에 그 분야의 ‘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경험 없는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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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무척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이 있는데, 유달리 그 사람 주변에는 그 아이디어가 안될 거라고 '조언'하는 인간들이 많았다. 그들은 조금 아는 ‘경험 없는 지식’으로 그렇게들 단호하게 말한다.

조금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오히려 못할 때가 있다(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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