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32 - 불편하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

in #kr-writing6 years ago

상급 레인에 나, 50대 남자, 30대 여자 3명이 있다. 30대 여자는 중상급 정도의 실력이고, 50대 남자는 최소한 안전요원 출신이다. 나보다 훨씬 낫다. 그는 매너도 좋다. 자신 앞에 사람이 없을 때만 속도를 낸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수영한다. 그는 수영을 잘 하기 때문에 수영을 잘 하는 티를 낼 필요가 없다.

무척 오랜만에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수영했다.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살짝 긴장되면서 더 잘하게 된다. 그들이 수영하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운다.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즐겁다.

하지만 셋의 평화는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헤엄치는 아줌할머니 둘이 들어오면서 깨졌다. 그 아줌할머니 뒤를 따라서 걷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보다 못한 그 50대 남자는 기회를 틈타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줌할머니에게 말했다. “상급 레인에서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수영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 초급 레인으로 옮기시면 서로 즐겁게 수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줌할머니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그 남자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그 아줌할머니들의 뚱한 표정을 보며 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말로 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애당초 상급 레인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해봐야 시간 낭비고 말한 사람만 기분 나쁘다. 불편하더라도 그냥 참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 아줌할머니들은 중급 레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급 레인에는 평화와 상식이 회복되었다.

그 아줌할머니들이 그 50대 남자의 말에 수긍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을 수도 있지만(아마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불편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긴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더 불편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불편해야 이 세상이 ‘편한 세상’으로 바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간을 불편하게 해야 세상이 더 좋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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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편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겠네요. 무력으로 만들면 안되고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만들어야 겠네요.

네. 그러면 좋겠습니다.

쉽게 안될거라고 포기해버리는걸 반성하게 됩니다.

네. 저도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간을 불편하게 해야 세상이 더 좋게 변한다."
몽키스패너로 관절타격하시는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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