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책방] 글이 나를 통과해 지나가면

in #liv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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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야기를 다 쓰면 그다음엔 어떤 글을 지어야 하나 근심한 적이 있다. 바보같이 몸도 글도 한결 같은 거라 생각하던 때의 일이다. 단어 하나가 몸을 완전히 통과한 후에는 그 전과 전혀 다른 뜻이 된다는 걸 몰랐다. 안다고 믿었던 말, 쉽게 끄덕인 말, 남 몰래 버린 말... 스러진 푯말을 따라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갈 때면 이따금 몹시 늙은 얼굴을 한 서사들이 멀찍이서 손짓하며 서 있기도 했다.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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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고 싶어지는 띵언이네요.ㅎㅎㅎ

진심으로 외닿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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