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박찬욱, 송강호 그리고 김옥빈의 재발견

in #aaa5 years ago

  • 본능적 이끌림, 이성의 목소리.

어느날 등떠밀리듯이 스스로 최면을 건것처럼 백신연구에 자원한 상현(송강호)은 실험의 와중에 뱀파이어가 되어 병이 깨끗하게 완치된 케이스로 여겨져 다시 돌아오게 되고....

박찬욱이 뱀파이어 영화를?

이 영화를 볼때는 솔직히 기대치가 아주 낮았다.

초반부 상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내용이 지나면서 신하균, 김해숙, 김옥빈의 이상한 가족의 상황

뭔가 낯설지만 점점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상현이 피에 대한 욕구에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장면은 일견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으려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스스로 인간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태주는 김해숙에게 사육되어 가족의 일원이 된 완전히 수동적인 삶을 사는 여자다.

어느날 상현에게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본인의 욕망을 위해 그와의 일탈을 행한다.

그리고, 본인의 삶을 찾고 싶어하고 뱀파이어가 된후 완전히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한다.


남자 뱀파이어가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든다.

전형적인 뱀파이어 영화는 이걸 막거나 혹은 마침내 악의 근원을 처치하고 여자를 구하거나 인간으로 되돌린다 정도의 선택지를 갖는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구조를 완전히 거부한다.

송강호는 완전히 우연히 뱀파이어가 된다. 이건 다르게 보면 그의 선한 의도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중 김옥빈이 뱀파이어가 된 후 흡혈의 욕망에 대한 둘의 대화를 보면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의 생각이 나온다.

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게 우리이므로 해도 된다는 생각과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므로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두 생각의 차이는 본인을 인간으로 여기는가 아닌가 일 수도 있지만,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차이라고 본다.

이런 입장이 여러 캐릭터간에 끝없이 충돌한다.

극중 김해숙은 본인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김옥빈을 본인이 원하는대로 부리며 데리고 산다.

그녀는 뱀파이어가 된 송강호보다 나은 인간일까?
피에 대한 욕구에 솔직한 김옥빈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영화의 장면장면이 아주 볼만하다.

송강호가 김옥빈을 데리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다 맨발의 그녀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주는 장면.

아들이 죽고 움직임은 물론 말도 못하는 김해숙이 마작을 같이하는 멤버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눈으로 끝없이 이야기하는 장면.

새하얀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한 살인장면.

물론 솔직히 중간에 CG장면이 약간 어색해 보일 수는 있다. 허리우드 영화로 우리의 눈높이는 저기 위 어디에 있으니

하지만 색조와 구성에서 그리고 장면이 주는 긴장감 등으로 감히 허리우드의 기술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명장면들을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 최고의 수혜자는 김옥빈이다.

그녀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다.

역시 배우는 감독을 잘 만나야 한다.

이 영화에서 딱 하나 아쉬운건 엔딩이다.

물론 자체로 너무 멋진 장면이긴 한데 "30 Days Of Night" 에서의 조쉬 하트넷의 엔딩이 너무 겹쳐진다.

처음 박쥐를 볼때는 어라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왠지 느낌이 너무 같다.

하지만, 30 Days Of Night의 엔딩은 일종의 해피 엔딩인데 박쥐의 엔딩은 딱히 뭐라고 정하기 힘든 오묘한 엔딩이다.

우리는 태주이면서 동시에 상현이기도 하지만 라여사(김해숙)일 수도 있다.

뱀파이어 영화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믿고보는 박찬욱, 송강호 그리고 김옥빈의 재발견.

영화 박쥐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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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야겠네요. 심심하던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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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영화중에 하나입니다. ^^

인물열전 - 배우 송강호의 영화리뷰에 보팅,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영화! 추천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박찬욱감독 영화보다 저평가 받는 느낌의 작품이죠

저도 완전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유명한 영화지만 보진 않았는데 시간내서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아깝지 않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리뷰 보니 궁금해서 사이트 들어가봤더니 2009년 작이네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소개 감사!! :))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안 보고 지나간 영화네요.
시간 나면 봐야겠습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여러 해석을 보는듯한 이야기인데 시각미가 특히 도드라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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