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멋, 한국인의 삶 18편] - 한국인에게 면(麵)요리는 문화역사의 상징적 코드이다.
전통적으로 면(麵) 요리를 즐겨온 지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동아시아권, 남부유럽과 중동, 이슬람권 아프리카 지역 등 전지구적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져 있지만, 한정적인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도 있다. 넓은 지역이 하나의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저마다 독립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국수의 기원은 그 시초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탄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면요리가 발달된 지역은 공통적으로 곡물농사가 발달한 지역들이며, 이들 지역에서 풍부한 곡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실크로드를 통해서 다양한 요리문화가 전지구적으로 전파되어졌을 것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면요리가 과거부터 현대에까지 서양보다는 동양지역에서 더 많이 발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신빙성있는 설명이 없는데, 나는 이것을 서양인에 비해서 동양인의 공통적인 심성구조인 수동적 삶의 태도와 내재적 중시의 가치관 문화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양인의 수동적인 삶의 태도라는 것은,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척을 하고 활동을 해가려는 것보다는 외부에서의 자극이나 원인이 발생되어야만 그것 때문에 삶의 패턴을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서 움직이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동양적인 내재적 중시의 가치관이 서양적인 외형적 중시의 가치관과 다른 차이점이라고도 할 것이다.
동양인의 내재적 중시의 가치관은 농경중심사회에서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을 하면서 많은 자손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혈육중심의 노동력 중심 사회를 형성시켰고, 그러한 과정에서 한정된 곡물생산량으로 많은 식구가 함께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적은 량의 식량으로서 물을 부어서 양을 늘려서 먹어야 하거나, 가급적 적은 량으로도 많은 사람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나눠먹기에 유리하고 빨리 배를 채울 수 있어야 하며, 보기좋고 멋있게 먹을 수 있는 형식보다는 편하게 잘 넘어가는 형태의 음식문화가 발달되어졌을 것이다.
국수를 포함한 면요리가 아시아권에서 더 많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한정된 곡물을 가루로 만든 후에 물을 부어서 반죽을 하고 그것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어서, 그냥 물만 붓고서 끓이고 익혀서 먹는 형태는 가장 단순한 음식문화의 형태이지만, 이러한 덩어리 형태보다는 삼킬 때에 더 편하게 목에서 잘 넘어가도록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고 또한 더 빨리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형태가, 곡물가루를 물로 반죽을 하고 그 덩어리를 잘잘하게 칼로 쓸어서 가느다란 형태로 만들어 놓은 면요리의 형태인 것이다. 빨리 먹고 빨리 다시 농사 일을 할 수 있고, 또 쉽게 먹어서 삼킬 수 있고, 많은 량을 만들어서 다수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형태이고, 많은 량의 물과 함께 먹어서 포만감을 채울 수 있는 형태는 단연 면요리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권에서는 많은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농경 중심의 집단생활을 하는 문화가 강하고, 그것을 위해서 가족 중심의 노동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과정에서 그 특성에 맞는 사회적 가치관이 발달하면서 만들어진 수동적 내재적 심성들이 공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그러한 문화 속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식량으로 다 함께 빨리 식사를 하고 소화를 하기 위해서 가장 유리한 형태의 음식문화를 발전시키다보니, 국수와 같은 면요리 형태가 발달되어졌던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권의 면요리발달과정이 아마도 한국에서는 더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강한 혈육끼리의 가족중심적이면서도 동시에 외부인에 대해서는 아주 폐쇄적인 문화 가치관을 가진 나라는 한국인이 가장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식 면요리가 더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해석을 해보는 것이다.
한국인의 역사는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진 특수성이 있었고 중국쪽과 일본쪽을 포함한 외세의 침탈과 과거 역사시대에 있었던 반도내에서의 각각의 역사적 변혁과정에서의 수 많은 전쟁과 내란을 경험하면서도, 수동적인 내재적 가치관 중심의 삶을 지향해왔던 것은 유달리 강한 혈육중심의 가족주의 문화가 그 원인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자손을 낳아서 그 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혈육중심, 가족중심의 문화와 조상숭배 중시문화가 강했던 것이고, 전쟁과 내란이 있을 경우에는 가장 현명하고 유리한 생존의 방법은 같이 전쟁을 하고 싸우고 먼저 침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가족이 함께 피난을 가고 숨어다니는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에 한국학 인문학 분야에서 최고실력의 논설가라고 일컬어지던 이어령 교수는, 한국에 국밥과 찌개 등의 물을 많이 부어서 끓여내는 음식이 유달리 발달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과거역사시대부터 있어왔었던 잦은 외세의 침략과 내란의 분위기 속에서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아가려는 가족중심의 혈육중시 문화에서는 가장 좋은 생존의 방법이 무조건 도망다니고 피난가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식구들이 빨리 밥을 먹고 또 도망을 가기 위해서는 국밥 종류나 찌개 종류등의 적은 고형물에 많은 물을 부어서 끓여내는 형태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 이었을 거라는 해석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설명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에게 국수가 발달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에도 이러한 문화적 역사적 원인이 있을듯 싶다. 그런데 한국인의 면요리에는 다른 아시아권의 면요리 문화와는 다른 독특한 면요리의 문화적 가치관이 들어있음이니, 한국인의 국밥과 찌개류의 음식들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한국인 특유의 정서적 가치관이 한 가지 더 포함되어져 있음이다.
그것은 가족 공동체문화를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관 속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의미를 음식문화로의 승화라는 측면으로 배합시켜서 만들어낸 것이다.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결혼이나 생일, 회갑 등의 잔치가 있거나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의미로 제사상에 국수를 올리기도 하였다. 국수가 제사나 결혼식등의 통과의례에 빠지지 않고 올려지는 이유는 국수모양이 길게 이어진 것이 경사스러운 일 또는 추모의 의미가 길게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뜻에 연유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는데, 한국인의 전통적인 제례문화에서는 면요리가 길게 이어지는 특성이 조상과 자손의 연결 혹은 살아있는 혈육들간의 끈끈한 가족애의 이어짐 등으로 공동체 문화속에서 필요한 인간적 유대관계를 재 확인하기 위한 상징적 코드로서 이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결혼식에서 잔치국수를 먹는다거나 하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 오랫동안 잘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며, 혹은 은유적으로 "앞으로 잔치국수 먹을 일 생기겠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상대방에게 결혼 등의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암묵적인 칭찬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에게 국수 냉면 칼국수 등의 면요리라는 것은 그냥 먹을 수 있는 음식종류로서의 의미를 넘어서서 ,혈연주의적인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형성시켜나가는 상징적 문화코드로서의 의미를 가진 음식문화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한국인의 면요리 속에는 한국인 특유의 사회적 문화적 가치관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한국식 면요리의 특성이 일본식 라멘이나 파스타 스파게티 등의 외국식 면요리의 특성보다는 그냥 밋밋한 멸치다시마 국물에 가느다른 국수면발을 집어넣어서 먹기만 하는 아주 소박한 면발중심의 면요리가 더 발달되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 세대들은 다양한 외국식 면요리에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고, 또한 한국전 이후의 국제적 개방화 이후에 들어온 다양한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전통 한국식 면요리의 특성보다는 화려하게 여러가지 재료를 섞고 올리고 포장을 해서 내놓은 면요리들에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즐겨먹는 한국식 면요리들 역시도 한 두세대 전부터 발달되어진 다양한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보기좋게 화려하게 신세대 식으로 꾸며진 것들이지, 분명 전통적인 한국식 면요리는 화려한 꾸밈도 없고 보기좋게 올리는 고형물도 없이 그냥 뜨거운 양념국물에 가느다란 국수면발을 집어넣고 비벼가면서 후루룩하고 먹어대는 문화였다.
한국인에게 국수를 먹는다는 것은 가느다랗고 길게 이어지는 면발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서로 나눔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었지, 결코 보기좋게 꾸며지고 맛과 영양이 풍부한 면요리를 먹는다는 개념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국수요리는 꾸며진 것이 적게 들어가고 국수면만을 중요하게 부각시키려는 문화적 사회적 가치관 때문에 그렇게 밋밋한 양념국물만이 들어간 국수가 유별나게 발달했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들에게 국수와 같은 면요리는, 한국인만의 정서적 문화적 가치관이자 독특하고도 유별난 가족중심 혈육우선주의의 사회적 문화가 빗대어져서 만들어진 독창적인 한국인들 음식문화의 한 장르라고 보는 것이다.
국수가 우리 음식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고봅니다.
가족중심 혈육우선 주의에 기인되었다고 보기도 하지만
밥을 중심으로 하는 반상차림에서 오는 격식과
수 많은 반찬의 가짓수를 생각할 때
밥을 중심으로 하는 상차림은 이동에도 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수반했다고합니다.
반찬 가짓수나 장소에도 제한이 없었고 간편하게 먹고
바로 이동할 수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지엽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이 지닌 온식문화가 전쟁중에
의병들의 발각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합니다.
또 한가지 궁궐에서는 면을 낮것이라고 해서 점심에 가볍게 먹는
음식으로 나오기도 했고 임금의 능행이나 사냥터에서 등장하는
음식이었다고도 합니다.
양목님의 글에서 언제나 많은 배움을 얻고갑니다.
감사드려요.
점심 먹었는데 후식으로 국수 한사발 먹고 싶어지게 하는 글이네요.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담고 있다고 보면 면요리 동양권의 생활방식,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면에 대해 많은 공부하고 갑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군요. 면은 끈(연결) 같은 인상을 주네요.
면 요리에 대한 분석이 재미있네요. 아무 생각없이 먹었었는데 한 번 생각을 하게 합니다.
면발하나에 의미가 많이있네요 그냥 먹었던 음식하나에 역사적인게 있다니 포스팅보면서 하나하나의 의미를 많이 배우고가는거같아요
그나저나 면요리를 보았더니 ㅎㅎㅎㅎㅎ 라면이생각나네요 흑 ㅎㅎㅎ
라면이나 한사발해야겠네요 한주잘보내세요 ^^
높은 수준의 퀄리티가 있는 글입니다. 국수와 나라별 문화..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에 반영된 면 요리.. 오늘밤 국수 한그릇 말아먹어야 겠네요 ^^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뭔가 슬프네요... 빨리먹고 일을...ㅠㅠ
면요리에 대한 많은 해석 중 가장 현학적인 내용이 아닌가 싶네요 ㅋㅋㅋ 한국의 면요리에서 "혈연주의적인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형성시켜나가는 상징적 문화코드로서의 의미를 가진 음식문화"를 읽어내다니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면 요리에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줄 오늘 처음 알았네요^^
하지만 웬지 모르게 전 면 종류의 요리를 먹을때 식욕이 더 왕성해서
그런지 밥먹을때보다 살도 더 찌는것 같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