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만화이다

in #kr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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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참 많이도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의문이 하나 있는데, 태어나서 처음 읽은 만화가 파이트볼인지, 붕붕번개축구단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둘 중에 하나임은 분명한데, 어떤 게 먼저인지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 만화들을 요즘도 대여점에서 빌려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 중에 이 만화를 읽어보신 분들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지도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장르 불문, 시대 불문. 뚜렷한 취향과 기준도 없이 읽어보지 않은 만화는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마치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새로운 만화를 찾아다닌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생애 처음 가진 64화음 애니콜 휴대폰의 주소록에 집 근처 만화방 사장님 연락처의 순번이 엄마아빠 다음이었다는 정도? 뭐 딱 그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만화를 많이 읽다보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분류작업이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만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론 이쯤 되면 분류의 기준은 재미가 아니라 기억이 되곤 합니다. 분명히 최근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만화가 있는 반면에, 몇 년 전에 봤던 대사와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만화도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의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뇌내 만화 분류 기준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이 공간이 당분간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재미있는 만화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만화를 소개하기 위한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재미의 기준과는 다소 동떨어진 만화가 소개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고 제가 쓰는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만화를 다시 읽어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무심코 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 이 허접한 글을 읽는 분들의 소중한 첫 감상을 망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입니다.
기억에 남는 만화를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소개할 만화를 선정하는 데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워두려고 합니다.
하나는 제 기준에서 이미 잘 알려진 만화는 소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제 자신의 효율성 문제입니다.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쓰는 글이 아무 짝에 쓸모없어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효율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제가 여기서 슬램덩크, 드래곤볼 짱짱 재밌으니 두 번 읽으세요! 라고 글을 쓰는 건 정말 부질없는 짓입니다. 입 아프게 떠들어봤자 읽을 만한 사람들은 어차피 이미 다 읽었을 테고, 저 정도의 만화도 읽지 않고 만화를 추천 받기 위해 이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 완벽하게 주관적인 기준으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법 인기 있는 만화가 소개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너무 메이저하지도, 너무 마이너하지도 않은 만화를 소개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는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자존심 문제기도 한데, 저는 오랜 시간 만화를 보면서 작품 초반에 주었던 좋은 인상이 무색하게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만화들을 수없이 많이 목격했습니다. 전문용어(?)로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결말’이라고 하는데, 그런 만화를 추천했다가 먼 훗날 누군가 제가 쓴 글을 읽고 ‘이 자식 완전 만알못이네’ 라고 생각한다면 저로서는 그만한 치욕이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주절주절 많이도 써놨지만, 요약하자면 저는 만화를 꽤 많은 사람이니 저를 믿고 제가 추천하는 만화를 한 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부탁이고, 추천하는 만화는 재미보다는 기억을 기준으로 선정되니 재미없다고 제 탓은 하지 말라는 변명이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만화가 소개되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입니다. 이정도만 알고 계신다면 제가 쓰는 글은 1분 정도 시간 내서 들여다볼만한 가치를 지닐 것이고, 저도 그 정도 수준의 글을 쓰기 위해 뇌를 파먹어가며 여러분의 소중한 1분에 보답하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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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걸 포스트할지 기대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오 저도 만화너무좋아합니다!!ㅋㅋㅋ 추천작 기대하고있을게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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