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과 싸우기? 5년도 버텨! 장담했던 나, 2년 만에 무너졌다

in #kr6 years ago

삼성 웰스토리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6)씨는 부당 징계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내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불법사찰 등 혐의로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삼성 웰스토리는 2013년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로부터 분할돼 나오며 설립됐으며 식자재 유통업을 하는 삼성 계열사다.

이씨의 이야기

삼성 웰스토리 주식회사. 이** 책임. 이 명함을 지키려 2년을 싸웠다. 2010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한 이후 2013년부터는 웰스토리 직원이 돼 일해 왔다. 승승장구 잘나가던 파트장이었다. 영업실적이 좋아 승진도 동료들보다 빨랐다. ‘삼성’을 사랑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내 문제아가 됐다. ‘폭력배’, ‘주폭’이라는 경멸성 별명이 생겼다.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감사를 받은 이후다. 아끼던 후배들이 내게 ‘맞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회사 측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총 7명이 ‘손바닥으로 안면부를 맞았다’,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팔 위쪽을 주먹으로 때렸다’, ‘뺨을 가격하고 허벅지를 가격했다’, ‘둔부를 발로 걷어찼다’, ‘어깨를 때렸다’,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는 등을 당하거나 목격했다고 했다.

후배들을 술자리에서 훈계하며 몸에 손을 댄 적은 있었다. 한 명에는 ‘잘하자’라며 얼굴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또 다른 한 명에는 정강이를 살짝 툭 치며 말을 걸었다.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나의 실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결코 뺨을 세게 가격하거나,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게다가 7명이나?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중 한명의 후배에게는 술자리에서 내가 엉덩이를 걷어차였다. 나는 폭행이 아니라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우리들은 그 정도로 친했다고,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 후배들이 왜 나에게. 배신감도 잠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거나 나를 신고하거나 하지 않고 몇 년이 지나, 회사 감사를 받은 뒤 거의 동시에 그 같은 진술서를 적어냈다는 것이다.

결국 부하직원에 대한 폭행 등으로 감사를 받게 됐다. 감사 과정은 협박과 회유의 반복이었다. 나는 내 잘못보다 부풀려진 폭행들을 모두 인정하고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을 했다면 징계가 아니라 차라리 잘라달라고 말을 했다.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인사팀으로부터 3개월 치 월급을 줄 테니 그냥 나가라는 말도 들었다. 결국 제 발로 나가라는 것 아닌가.

나는 정직이 부당하다며 싸움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한 친구가 ‘자기는 맞은 적이 없다’고 지노위, 중노위, 행정소송 모든 과정에서 당시는 허위진술이었다고 증언해줬다.

그땐 그냥 그렇게 ‘맞았다’고만 인정하면 자신이 감사를 받지 않겠다, 모든 상황이 일찍 끝나겠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한 사람 바보 만들어 너무 죄스럽다’고 했다. 고마웠지만 위로는 되지 않았다.

삼성의 방법. 사람을 내치려면?

2016년 5월부터 10월까지. 그 해 감사의 목적에 대해 이씨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강하게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삼성의 경영키워드는 ‘선제적 인력관리’, 희망퇴직과 감사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많이 매각되며 인력 감축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제가 표적이 된 이유요? 그냥 회사 측 인력 관리 피해자죠. 삼성SDI 울산공장에 구조조정으로 한번에 1천명 내보내고 그런 것처럼. 당시 저희 회사에서도 감사 피해자가 속출했었어요. 그때 감사 때문에 나간 사람들 26명으로 기억하는데, 저도 그 중 하나였죠. 다만 저는 버텼죠. 저는 남았어요.”

감사 당시에 대해 묻자 이씨는 “감사를 받으며 그런 말까지 들었다”고 언급하며 ‘너 인정안하는 거냐. 최순실같다’고 들었다고 한다. 당시 감사 담당자는 ‘60년 삼성 감사 역사를 네가 뭘로 보고 인정을 안 하느냐’며 고압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인정하면 좋게 끝날거다. 처벌을 줄여주겠다. 삼성의 문화자체가 잘못을 인정하면 너그러운 조직문화다. 앞으로 문제 안 일으키면 된다’고 말하더라구요. 저도 회사에서 잘 크고 싶었고 당시 제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후배들도 앞으로 다 볼 애들이니까... 그런 생각에 ‘좋게 좋게’ 자술서에 서명을 한 게 잘못이었죠”

이후 이씨는 2017년 1월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는 곧 이 사건 징계절차 조사가 위법했고, 징계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7년 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2017년 5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모두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씨에 따르면 회사에 이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사실확인서를 썼던 부하직원 중 한명은, 그 후 개인적 통화를 나누며 ‘사실 기억이 안난다. 회사에서 그렇게 쓰라고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씨는 이를 녹음했고, 중노위 과정에서 녹취록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후 그 인물은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재차 썼다. 회사 측의 회유가 있었겠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좋아했던 동료들인데 저를 음해하니까, 도대체 왜 이러나 싶어서 전화를 했고, 그런 대화가 나와서 녹취록을 얻게 됐어요. 이제 잘 풀리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회사에서 그런 식의 압박을 할지는 몰랐어요”

그는 허위로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 확인서를 적어낸 후배들도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이어갔다. “‘저는 안맞았어요’ ‘기억도 안나요’ 이런 통화를 저와 한 후배들도 다 그런 자술서를 썼어요. 제가 오죽 답답했으면 통화녹음을 해서 그 녹취록을 냈겠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뒤집는 자술서를 다시 쓰고... 원망스럽긴 하지만, 이해는 돼요. 일단 인사팀에서 부르면 겁이 나요. 답답하고 한숨나고... 다 좋은 방법이니 일단 이 내용 아니라고 써라. 자필로 써라. 그 친구들도 응할 수밖에 없었겠죠.”

삼성의 방법. 버티는 이에게는 괴롭힘을

이제 ‘폭력배’로 소문난 그의 회사생활은 고달팠다. 아끼던 후배들과 등 돌린 관계가 된 것뿐 아니라, 회사 측의 소행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집요한 괴롭힘들이 있었다. 이씨가 사용하는 PC를 불법사찰하기, 헛소문을 퍼뜨려 괴롭히기, 사내 연애로 결혼해 같은 회사에 일하는 아내를 괴롭히기 등이었다.

“‘쟤랑 얘기하면 다 녹취당해. 대화하지마’라며 사람들은 저랑 대화하길 꺼렸어요. 아내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돈이 없어 제 차를 팔았는데 그걸 두고 ‘불쌍하게 보이려고 차 팔았대’, 그런 소문들도 돌았어요.”

아내는 이씨의 정직기간동안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을 받고, 그곳에서 평소와 달리 업무를 못한다는 등으로 괴롭힘을 받았다. 또 상사로부터 ‘남편 소송 어떻게 되가느냐’는 주제로 수시로 질문을 받고, 메신저 메시지를 받고, 면담을 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8월 아내는 퇴사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또 그땐 아예 배수진을 치고 싸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나아가 ‘범죄행위’인 괴롭힘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삼성의 ‘불법사찰’을 당한 것. 삼성이 광범위하게 직원들을 사찰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삼성의 사찰 대상이 주로 노조활동 등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씨의 경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의 이유로 감시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를 쓰면서 저는 화면 캡처를 하지 않았는데, ‘캡처 알림창’이 자꾸만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일은 2016년 감사 진행 중에도 있었고, 행정소송을 냈던 2017년 여름에는 특히 더 했어요. 또 같은 해 겨울엔 노동조합에 가입했는데 그때도 심했어요. 하루에 캡처 알림창을 10번이나 본 적도 있었어요.”

증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이씨는 이 같은 현상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했다. “계속 대기하고 있다가 알림창이 뜨면 바로 사진을 찍는 거죠. 제가 포착한 건 실제의 극히 일부분이에요.”

삼성과 싸우는 건 버티는 것

“맨 처음에 변호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삼성이랑 싸우려면 죽도록 버텨야 한다고. 중도 포기하거나 입원하는 사람도 많다. 그때 전 버틸 자신이 있었어요. 형사소송도 할 거고 항소, 상소, 대법원까지 갈 거다. 5년까지 끄떡없습니다! 호언장담을 했었어요”

이토록 투지에 불타던 이씨는 2년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이젠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심한 스트레스로 2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공황발작이 일어날 땐 눈앞이 깜깜해지고 심장이 멎는 것 같고 ‘이렇게 죽는 구나’ 싶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모두 ‘징계가 정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9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최근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이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정직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에 대해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삼성웰스토리가 부하 직원을 폭행했다는 감사 결과로 직원을 징계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씨는 “그날 판결을 받고 2년 만에 정말 가슴 졸이는 느낌이 없이 편하게 잤어요”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씨는 곧바로 다시 머리가 복잡하다. 상대가 항소를 해 싸움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별건으로 사찰에 대한 고발 사건도 진행 중이다.

당시 감사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폭행당했다고 허위 증언한 후배들도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고 싶기도 하다.

“그 후배들 고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같이 즐겁게 일했던 친구들인데 나를 힘들게 만든 것 혼내주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하고. 어떨 땐 그냥 내려놓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제가 당한 피해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당시 감사에 대한 복수심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씨는 이어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제가 당한 일들을 발본색원해서 까발리고 싶어요. 그래야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당당은커녕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제 결백이 증명된다면...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다면...”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길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삼성인데... 저는 지금 싸울 수밖에 없어서 싸우고 있는겁니다”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이씨는 최근 병가를 연장했다. 산으로 떠나 잠시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다. 지리산 종주를 떠날 거라고 했다.

“다녀오면 털 것은 털고 집중할 것은 집중하고... 사는 쪽으로 방법이 찾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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