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07오늘의서울시] 녹색교통진흥지역? 그게 뭐하는 건가요?

in #seoul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있던 조례 폐지하고 기준도 없이 녹색교통지역 운영한다고?

서울시가 한양도성 인근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특별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국토부 고시는 7월 30일자로 났다(https://goo.gl/pppQkk). 종로와 중구지역을 아우르는, 소위 '종로통'이라고 부르는 일대가 해당 구역으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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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으로 보면,

  • 종로구(8개동) : 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가회동, 종로 1,2,3,4가동, 종로 5,6가동, 이화동, 혜화동
  • 중구(7개동) : 소공동,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을지로동

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해당 계획이 여전히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고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음에도 사실 검색되지 않는다. 뭐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넘어가자. 오히려 궁금한 것은 도대체 녹색교통진흥구역이라는 것이 뭐고, 이것을 추진하는 체계가 적절한 법적 절차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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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색교통특별지역은 법정 특별대책구역

우선 해당 지역은 서울시가 이 지역 합시다, 혹은 주민들이 이 지역합시다 해서 하는 지역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 제정한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http://www.law.go.kr/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14115,20160329))에 따라 시행되는 법적 구역이며 여기에 수립되는 특별대책은 법정대책이다.

  • 제41조(특별대책지역 지정)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교통물류권역의 지속가능성 관리지표가 자주 지속가능성 관리기준에 미달하는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여 지속가능 교통물류체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교통물류권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속가능성 관리지표 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지역(이하 "특별대책지역"이라 한다)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개정 2013.3.23.>

위의 내용과 같이 특정한 권역이 '지속가능성 관리 기준'에 미달하면 이에 대해 특별대책지역을 지정하고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해당 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국토부의 시행령에도, 서울시의 안에도 이런 기준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양도성은 되는데 그보다 더 자동차에 의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강남대로는 왜 특별대책구역이 되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래가 관련 법과 시행령의 규정을 비교한 것인데, 분명 법에는 령으로 정한다고 해놓고 수반되는 사항이 하나도 없다. 사실상 법의 위임 사항을 국토교통부가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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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것은 서울시도 도찐개찐이다.

(2) 지속가능교통시민위원회를 없앤 박원순 시장

이명박 정부가 관련 법을 제정하기 1년 앞서서 오세훈 시장은 <서울특별시 지속가능한 교통ㆍ환경 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라는 것을 만든다. 정말 앞서나간 것인데, 이를 통해서 교통정책에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 기준을 가져오고 이에 대한 정책을 포괄적으로 입안, 심의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 조례가 엉뚱하게도 박원순 시장이 되어서 폐지되었다는 점이다. 2012년 1월 서울시가 교통위원회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으로, 공식적인 조례 폐지안이 아니라, 부칙안으로 해당 조례를 폐지해버린 것이다. 이건 정말 웃긴 일인데, 기존의 교통위원회 조례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질 않는다. 게다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 역시도 교수나 업계 등 이해관계 집단 우선의 행정위원회 성격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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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외려 더 새로운 가치를 적용하고 좀더 시민참여가 용이한 위원회를 폐지하는데, 그것도 공론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으로 폐지한 것이다. 이것은 시의회의 자치입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안건은 복수의 안건으로 처리될 수 없고, 하나의 안건에는 하나의 내용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서 서울시가 녹색교통진흥지역의 절차를 제대로 하면 좋은데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관련 정보가 너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이 왜 한양도성에 녹색교통특별지역을 지정했는지 기준이 보이질 않는다. 앞서 설명한대로 해당 지역은 '대책지역'으로서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담아 집행하는 곳이다. 그러면 공기질의 기준, 자가용 이동 비율, 보행불편도 ... 이런 기준들이 마련되어야 하나 서울시의 계획 어디에도 이런 기준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법적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마음대로 지정했다'는 혐의가 보이는 것이다.

(3) 잘 지켜지기라도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키면 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법정계획의 집행관리를 어디서 하나? 서울시 담당부서? 하지만 해당 계획들이 행정기관의 노력 만으로 되는 것인가? 왜 괜찮은 거버넌스를 없애고 엉뚱한 '무슨 무슨 포럼' 같은 것을 만들어서 비공식성을 강화하는 지 모르겠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꽤 괜찮아 보인다. 우선, 계획기간 동안 승용차 이동을 30% 줄이겠다는 것과 2030년까지 혼잡부담금을 상향하겠다는 것, 그리고 보행환경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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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집행 거버넌스가 걸린다. 오세훈 시장이 만들었던 지속가능한교통시민위원회가 있으면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추진관리를 할 수 있을 텐데, 언제 열리는지도 모르고 아예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자체가 부재한 교통위원회가 이를 관리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서울시 교통본부가 크게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특별대책지역의 기준 그러니까 지속가능 교통의 기준을 설정하기 보다는 생색내기 좋은 종로통 하나를 잡아서 시범사업 하듯이 접근하는 수준이라 그렇다.

사실 살펴보면 볼 수도록, 박원순 시장 체제는 교통분야에서 가장 취약점이 드러난다. 일단 기본적인 철학이 없다. 보행 중심, 걷고싶은 도시, 이런 구호만 외친다고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교통체계를 어떻게 그런 구호에 맞춰서 '변환'할 것인가라는 구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비가역적인 변화로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그런데 법적 계획을 수립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령에 근거한 조례 제정은 커녕 기존의 조례를 없애고, 법을 참조해 충분히 법적 기준을 만들 수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다. 그냥 교통을 제도의 영역이 아니라 '인치'의 영역으로 남기고 싶은 것인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 다른 것은 다 됐고 일단 국토교통부 고시까지 난 계획부터 공개하자, 도대체 이게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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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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