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칼럼) 떡볶이엔 뭔가 있다 - by Tiziano

몇 년 전 타국에서 약 3달 동안 지냈던 적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한국음식이 그리워졌었다.

난 사실 한식마니아는 아니다. 서양음식도 좋아하고 한식 중식 일식 그리고 동남아 음식 중남미 음식 웬만한 건 가리지 않고 먹는다.

그런데 막상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니 한국음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그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먹고 싶었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떡볶이와 냉면이었다.

한국사람 중에서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칼칼하게 매운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에 쌀가래떡이나 밀가루 가래떡을 끓여낸 이 음식이 무엇이 그리 특별한 것일까?

어린시절 학교 앞에서 자주 먹던 분식의 영향도 있겠지만 비단 그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맵고 쫀득한 식감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어딜가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떡볶이가 가진 힘일 것이다.

떡볶이엔 뭔가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즉석떡볶이이다.

매운 육수에 떡, 쫄면사리, 라면사리, 양배추 채, 납작어묵, 삶은 계란, 야끼만두 그리고 기호에 따라서 야채튀김이나 김말이 튀김, 홍합을 추가해도 된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라면과 쫄면 먼저 먹고나서 떡, 어묵, 계란 등을 골라먹는 그 맛은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즉석떡볶이는 한 단계가 더 있다.

바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바로 그 코스 !

마무리 볶음밥이다.

김가루, 김치, 날치알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남은 즉석떡볶이 양념과 볶아서 약간 센불로 눌러주면 불렀던 배가 볶음밥을 받아들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약간 눌린 누룽지맛은 결국 숟가락으로 냄비 바닥을 긁게 만든다.

떡볶이처럼 끊임없이 진화를 하는 요리도 흔치 않다.

간장 베이스의 궁중 떡볶이, 조랭떡 떡볶이, 떡꼬치, 짜장 떡볶이, 떡볶이 파스타 그리고 이 오븐 치즈 떡볶이 역시 그렇다.

치즈는 서양음식인데 왜 이렇게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걸까?

동서양의 환상궁합이다.

치즈가 녹아서 쭉쭉 늘어날때 먹어야 제 맛이다.

그 외에도 진짜 떡볶이의 참 맛을 느끼고 싶으면 가장 가까운 분식집이나 재래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떡볶이 1인분에 계란과 더불어 속에 튀긴 당면만 들어있는 야끼만두는 시장떡볶이의 오랜 친구다.

삼겹살에는 소주, 치킨엔 맥주, 회에는 사케가 친구사이이고 떡볶이의 절친은 바로 오뎅국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정말로 떡볶이엔 뭔가 있다.

-by Tiz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