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닭과 6펜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8 years ago (edited)

때는 바야흐로 연말이 무르익어 가는 12월 26일.
어쩌다 모임의 대표가 되어서, 여기서 저기서 부어주는 술들을 정신없이 먹다보니.

앗. 집이다.

옆방에 사는 한의사가 카톡을 보내온다.
"선생님 차 트렁크랑 뒷 창문이 열려있어요. 일부러 그러신건가요?"
"글쎄요 그럴리가...."
"샘 속 안좋아 보이던데 제 진료실 가셔서 OOOO탕 드세요 :D"
"네 감사합니다!"

이런. 내가 토하는 소리를 들었나. 내가 속 안좋은지는 어떻게 알았지.
차 트렁크는 왜 열려있고, 창문은 왜 열려있을까?
그나저나 난 어떻게 온걸까....

아 다 됐고! 병가내고 좀 더 자던지 해야겠다...


벨소리가 계속 나를 깨운다. 아니 병가라니까! 일단 받아봐야겠다.

"선생님 여기 보건소 OOO 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AI 살처분이 내일 예정되어 있어요. 혹시 다음 순번선생님 누구세요?
"아 전데요"
"네 9시까지 OO면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런. 일단 더 잠을 자본다.


몇시간 후.
아니 이게 무슨소리지! 한동안 잠잠하던 역병 AI가 다시 창궐했나!
그나저나 내일 오라고! 내일은 좀 괜찮아 지려나. 지금 내 몸에도 역병이 퍼졌는데.


다음날. 아침 9시에 보건소 직원과 함께 살처분 지역으로 출발했다. 여사님은(편하게 여사님이라고 칭한다)
특이하게도 sm3 수동을 몬다. 참 신기하다. 승차감도 특이하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살처분 한대요? 가서 뭐하면 되나요?"

"아 타미플루 처방전 내주시고, 예방접종 문진 해주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다행히? 병아리랑 계란 살처분이라고 하네요"

"병아리랑 계란이요? 왠... 조류독감인데 병아리요?"
"네 그렇다네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IMG_9628.JPG

정말이였다. 병아리였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약...

난 어릴때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키운 적이 있다. 그 병아리가 닭이 되었다.
병아리가 너무 커져서 집 베란다가 감당을 못하자 할머니 집으로 옮겨서 키우자고 했다.

몇주 후에 할머니 집을 갔다. 예전부터 할머니 집에서 오리탕을 자주 해먹었는데.
그날은 오리탕이였다.
병아리 이름은 뭐였더라. 하여튼 내가 먹은 오리탕이 그 병아리는 분명히 아닐것이다.
분명히 아니겠지만 기분이 참 안좋았고. 그 기억은 평생 남았다.
왜냐면 내가 키워서 닭이 된 그 병아리를, 고양이가 물어갔다는 얘기를 엄마가 해줬기 때문이다.

그 후로 병아리가 싫었고. 병아리가 너무 많아서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일은 일이니까 일을 해야지.


양계장 사장이 화가 나있다. AI 가 정작 터진곳은 2.5km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곳의 반경 500m, 800m 거리에 큰 양계장이 두개나 있는데.
심지어 여긴 닭도 아닌 병아리인데.
대체 왜 그러냐는 말이다.
나는 모른다. 시키니까 하는거다. 정말 모른다.

주사를 놓기 시작하는데. 총 26명의 양계장 직원과 인부들이 있었다.
그중에 5명이 주사를 안맞겠다고 한다. 자기네들은 알레르기가 있어서 주사를 맞으면 쓰러진다나.

그럴리가 없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나라에서 하는게 막연히 맘에 안들고,
그냥 아플까봐 싫어하는게 분명 보였다. 정말로.

양계장 직원중엔 캄보디아에서 온 남자가 둘 있었다.
그들은 서투른 글씨로 자기네들 인적사항을 열심히 적는다.
대비되는 모습에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왜 해준다는데 안맞아...
맞아서 쓰러지면 최소 책임은 지고 대처는 해줄텐데.
안맞아서 쓰러지면 누굴 탓하려고 저러나.
안전 불감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분명하다.

어쨋든 예방접종을 다 마치고. 약을 다 배분하고.
수백, 수천만의 병아리가 땅에 묻히는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보건소로 돌아간다.

교촌치킨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병아리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한동안 닭, 오리가 들어간건 못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주 금요일, 교촌치킨을 시켜먹었다.

내가 싫어한건 병아리일까 닭일까.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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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으면 쓰러진다니 ㅋㅋㅋㅋㅋㅋ
참 핑계를 대도 저렇게...... 언제나 협조를 구하면 잘 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은 어딜가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ㅎㅎㅎ 어떻게든 이유를 만든다고 느꼈네요 아쉽습니다

안전불감증 정말 심각하죠, 저는 이런 겨울철에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하시는 분들이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지 않고 나가시는 분들을 볼때마다 으으으 어깨를 떨며 얼른 지나갑니다.

귀여우세요ㅎㅎㅎㅎ 위생관념도 조금 더 나아져야 할텐데요!

군대에 있을 때, 돼지 콜레라로 돼지를 살처분했던 분들 말씀을 들었었는데, 열심히 설처분하고 나니 그 옆에 돼지고기를 구워주셨다고 하더군요.
잠깐 고민하다가 배가고파서 먹기는 하였으나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네 맞아요 기분 이상하죠. 군대에선 그런 소문도 많이 돌잖아요. AI 터졌는데 치킨이 나오더라. 뭐 광우병 터졌는데 왠 소고기가 나오더라 이런 얘기요ㅋㅋ

잘 읽고 갑니다. 안타갑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건뭐죠 ㅋ ㅋ ㅋ 병아리냐 닭이냐 ㅋ ㅋ 웃고갑니다 !!^^

진짜 뻘글이였습니다ㅎㅎㅎㅎ 개벼리님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신념이 있는것과 무지한것은 다른거죠!ㅎ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소통해요!

놀러왔다가 이게 무슨 글? 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읽고 있었는데 ㅠㅠ 마지막에 치킨 시켜 먹은거 무엇입니깤ㅋㅋㅋ

사회 문제도 잘보고 가고 마지막 유머도 잘보고 갑니다.

어제 좀 바빠서 정보글을 쓸 힘이 남지 않아....
생각나는대로 쭉쭉 써내렸네요ㅎㅎㅎㅎㅎ
팬님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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