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기념사진

in #kr4 years ago

희끄무레한 연기가 여인의 형상을 이루며 나타나는 것을 마시는 보고 있었다.

마시: 당신은 누구?

여인: 내 몸에서 냄새가 너무 심해요. 나 좀 어떻게...... 해줘.

마시: 보아하니 이미 몸을 떠난 영혼이로군. 그것도 이미 거의 100년 전. 시체는 자연스럽게 썩을 것이니 냄새나는 것에 마음 두지 말.... * *;

여인: 이제 보셨나요? 제가 죽은 곳은 우쓰노미야 형무소. 난 제 남편과 함께 대역죄에 걸려 무기징역을 살고 있었답니다.

마시: 군더더기 없이 자신을 밝혀라.

여인: 내 이름은 가네코 후미코, 요코하마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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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 아니 그럼... 일본인?

여인: 풋! 부모가 양육을 거부해서 난 무적자였다오. 학교도 제 때 다닐 수 없었죠. 무적자이니 난 일본인인가 아닌가? 어린 시절 난 충북에 있는 고모네 집에 의탁해 살았지요.

마시의 눈에 보이는 그녀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암담했다. 부모가 둘 다 버린 아이-고모네에서도 할머니의 학대를 무릅쓰고 살아가는 왜소한 존재. 그러다가 어느 날 그녀의 영혼에 한 점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가네코: 1919년 3월, 난 부용산 인근에 살고 있었죠. 부용산에선 3일 연속 횃불이 밝혀져 있었고 수백 명이 부르짖는 대한독립만세! 의 뜨거운 함성이 들렸고. 그 소리는 내 피를 끓게 했죠. 권력에 대한 반역적 기운이 일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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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 남편과 함께 대역죄에 걸렸다 했는데 그는 어떤?

가네코: 1922년 그를 만나 뜻을 함께 했고 독립운동을 옹호했으며 일제 탄압을 비판하는 글을 기관지에 발행했습니다. 그때 내 필명은 박문자. 후훗! 그 글을 본 이들은 내가 한국인일 줄 알지 모르지만. 저와 그이는 함께 일왕 부자를 폭살하고자 폭탄 반입을 추진했죠. 하지만 거사 직전에 우린 검거되었고 옥중에서 우린 결혼 문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하객도 주례사도 없었어요. 심지어 얼굴도 보지 못한 채로 결혼한 셈이죠.

마시: 음...! 그것 참...

가네코: 우리가 서로를 보게 된 것은 우리의 재판일이었어요. 관계인의 배려로 단 한 장의 사진이 허락받아졌죠. 남편은 의자에 앉았고 저는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습니다. 그의 크고 따스한 왼손은 제 가슴을 감싸 안았죠. 저는 니체의 책을 펼치고 보았으며 그 사진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나중에 이 사진 하나로 인해 당시 내각 총사퇴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진 장면이라는 거겠죠. 웃기죠? 난 일본인으로서도 아니고 한국인으로서도 아니고 다만 내 남편과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사랑스러운 자세를 취했을 뿐이었는데.

마시: 가네코! 당신 그 장면 때문에 죽은 거 아닌가요?

가네코: 그렇겠죠. 하지만 그건 사실은 내 선택이었어요. 난 교도소에서 살다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거든요.

음... 남편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무기징역을 선고받더니 이러는 거 있죠.

"재판장! 수고했소. 하지만 우리 몸을 가둘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신과 영혼이야 어찌 속박할 수 있겠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번쩍 쳐들고 외쳤습니다.

"만세!"

결국 난 누군가의 허용된 잠입으로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좁은 방에서 부패되도록 방치됐죠.

마시: 이제 그 한을 풀 수 있겠소?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요?

가네코: 아아~난 한을 품은 적 없어요. 아직도 내 몸이 썩는 냄새가 가끔 느껴져서 불편하긴 하지만...

난 바라는 게 딱 하나 있지. 우리 그 다정한 사진이... 화질이 안 좋아요. 이걸 그려줘요. 그때 우리의 마음을 실어서 그려줘요. 그뿐이에요. 내 영혼의 액자에 담아 걸어놓을 수 있도록.

마시: 알았어요. 타타오님께 부탁해서 해드릴게요. 지금 우리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네코: 용서하세요. 다 용서하세요. 다만 잊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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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최희서 💙 배우님 잘 담아내 주었었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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