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조서인 Feeling Good 원서 읽기 중

in #busy8 years ago (edited)

세 번째로 보는 원서입니다. 우울증에 관한 인지행동치료 자조서(self-help book)인데요. 인지행동치료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아론 벡의 동료 데이빗 번스 박사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을 대학원 다닐 때 번역서로 한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원서로 다시 보니 새롭네요. 영어 난이도는 루이스 새커의 마빈 레드포스트 1편과 유사합니다. 다만 심리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은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것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에는 세 층위가 있는데, 자동적 사고-조건적 신념-핵심 신념(무조건적 신념)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핵심 신념을 변화시키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핵심 신념은 이를 테면, '나는 루저다' 같은 것이죠. 우울증을 지닌 사람은 자기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핵심 신념을 갖습니다. 아론 벡이 인지삼제라고 부른 것이죠. 이 인지삼제를 변화시켜야 감정이 변하고 행동도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론 벡이 인지행동치료를 개발할 때 주요 타깃이 우울증이었습니다. 아론 벡은 원래 정신분석적인 치료 지향을 갖고 있던 정신과 의사였는데,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분석적 치료접근의 가정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 가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 접근을 고안하다가 인지행동치료가 개발된 것이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인지 즉 생각을 수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미 알버트 앨리스 같은 심리학자가 1950년대부터 하고 있던 것입니다. 아론 벡도 앨리스의 영향을 받았죠.

아론 벡이 1960년대 말에 Beck Depression Inventory(BDI)라는 우울증 선별 도구를 개발하면서 우울증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치료에 따른 증상의 추이를 관찰하기에도 용이해졌고요. 1970년대부터 아론 벡은 본격적으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우울증 환자뿐만 아니라 공황장애, PTSD, 섭식장애, 성격장애 등 거의 모든 장애에 적용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우수한 치료로서 인지행동치료가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번스 박사의 필링굿이 독보적인 것은 우울증을 지닌 일반인들이 인지행동치료를 자기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게 돕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초판이 아마 1980년쯤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지행동치료가 대세라 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인지행동치료는 임상가들에게 '떠오르는 별' 혹은 효과적인 대안적 치료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클로프로마진(chlorpromazine)의 개발 이후 정신과 약물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는데, 우울증에서도 약물치료가 대세인 상황이었을 수 있겠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1958년에 개발된 이미프라민(imipramine)이 1980년대에도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약물치료 위주인 상황에서 대중은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잘 몰랐을 수 있죠. 그런 시기에 나온 우울증 인지행동치료 자조서라니 시대를 앞서간 면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아직 서문 정도 읽은 상태입니다. 서문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1) 우울증이 의학적 질병으로 보통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우울증 발병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들, 예를 들어 스트레스-취약성 모델(stress-diathesis model)은 대개 생활 사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정하게 됩니다. 유전적 취약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대처 기술(coping skill)을 함양한다면 발병하지 않거나 발병한다 하더라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2) 우울증에 있어서는 증상이 경미하든 심각하든 간에 약물치료만큼이나 인지행동치료가 파워풀합니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치료만 받은 집단과 인지행동치료만 받은 집단의 뇌의 chemistry 변화를 관찰했더니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뇌의 metabolism이 변화되더라는 것이죠. 3) 이제는 너무나도 자명해진 사실 중 하나지만, 약물치료만 받는 것보다 약물치료에 더해 인지행동치료까지 받게 되면 증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500페이지를 넘어가는 책인데, 3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서 완독해 보고자 합니다. 중간중간 흥미롭거나 유익한 내용이 있다면 스팀잇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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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만 알면 이런 책이 잘 읽히죠. 문법이 어렵지는 않아서요.
전 지금 9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붙잡고 있어서.. 이제 1/3 읽었습니다. ㅎㅎㅎ

문법이 어렵지 않아서 이 책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책을 보시길래 구백페이지나.. 그래도 1/3 읽으셨으니 곧 다 읽으시겠네요~

ap 읽고 있는데 문제형식으로 되어있네요! 신기한 단어들이 많아요. 고전적 조건 형성...

고전적 조건형성은 앞으로 수도 없이 듣게 될 거예요. 문제 형식이라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 넣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더위가 가고있어요!!! 선선한게 좋네요

저도요.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외국의 정신수양 이론 중에 생각이 감정을 지배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보통은 감정이 저절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정은 '생각'에 의해 발생한다는 이론이죠.

정신과 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네요.

치료 이론으로 정립되기 전부터 이미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많이 해오던 얘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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