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이야기 1편 - 게임 회사들은 뭐 먹고 사나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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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마군(@skuld2000) 입니다.

제가 게임 업계에 몸을 담은 지 올해로 14년 째네요.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 개발 PD 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부터 게임업계의 중견, 대기업 등 여러 회사 여러 게임들의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썰을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얼마 전 포스팅을 통해 게임업계에 대해 궁금하신 부분들을 댓글로 들어봤는데요..
혹시나 어려운 얘기가 나오면 다들 언팔 하실까봐 쉬우면서도 흥미가 생길 만한 주제로 가급적 실제로 겪어본 사례 들을 위주로 얘기해 볼께요.


우선 첫번째 리퀘스트.

게임 회사들은 뭐 먹고 사나요?

아.. 적나라한 질문입니다.
게임 바닥이 참 먹고 살기 힘든 곳이긴 해요. (이미 성공작이 나온 큰 회사들 빼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규모 인디 게임이나 매머드급 대작 게임이 아닌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경우 약 15~20명 정도의 개발 인력이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이는 게 보통입니다.
개발비는 10억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런데 이렇게 출시 되는 게임 들 중 개발비를 회수하는 경우는 100 개 중 10개 미만 이라고 합니다.
허허.. 살벌하네요.

그러다보니 투자자 측도 엄청 신중합니다.
몇개월 투자를 해보다 나오는 결과물이 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지죠.
저도 예전에 성룡의 IP 를 활용한 중국 타겟의 MMORPG 게임을 개발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나름 중국 게임 웹진에서 기사도 써주고 관심도 보이긴 했는데...
초기 버전을 성룡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다음 주에 투자가 중단 되더군요.ㅠㅠ
성룡이 직접 투자한 건 아니었지만 아마 투자자에게 야 이거 망게임이야.. 라고 얘기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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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망게임 맞네요)

보통 이렇게 되면 당장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다반사 입니다. 허허..
제 인생 유일의 임금 체불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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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대박이 나면 투자금의 수십, 수백배를 회수하는 데다가 꼭 대박은 아니라도 시장에 잘 안착만 하면 장기간 서비스 하며 꾸준히 수익을 내고 해외 출시로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것도 어렵지 않기에 게임만 괜찮다면 개발 자금은 어떻게든 해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마일게이트 라는 회사에서 만든 크로스파이어라는 이름의 FPS 게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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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10여년 전 한국에서 오픈했지만 결과는 별로 안좋았죠.
그리고 중국에서 한번 해보자 하고 텐센트라는 당시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 회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습니다.
텐센트에서는 아예 개발진을 중국 심천으로 다 불러서 사무실에 앉혀놓고 중국향으로 다 뜯어고치게 했다더군요.
그리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했는데 단박에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하고 거의 10년 가까이 유지시켜 버립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무려 420 만 명을 찍어 기네스북까지 등재 되었습니다.
그 후 이 회사는 판교의 으리으리한 사옥으로 옮기고 중국 로열티만으로 한국 게임업체 매출 순위권에 항상 랭크 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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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업종으로 넘어오면서 글로벌 런칭이 수월해진 덕에 소규모 투자는 지금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습니다.
다만 개발 기간이 짧은 만큼 투자도 짧게짧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개발 중에 투자가 끊기는 일이 많다는게 문제죠.
제 지인도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투자자가 3번을 바뀌더군요.

그러다보니 예전과 달리 개발자들도 큰회사에 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긴 해요.
안정적인 개발 환경과 복지, 월급 밀릴 걱정이 없다는 어마무시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자유롭고 회사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스타트업도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나름 대기업에 속하는 업체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제 꿈은 드림팀 멤버를 구성해서 소규모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거에요.
예전에 한번 시원하게 말아먹은 적이 있어서... 그 흑역사를 간직한 채로는 눈을 못감을 것 같거든요.
언젠가 그 흑역사에 대해서도 한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쉽게 풀려다보니... 너무 알만한 얘기만 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너무 오랫만에 이런 글을 쓰려니 쉽지가 않군요.ㅎㅎ
댓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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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데요~! 게임이야기가 게임처럼 재밌습니다 ㅎㅎ

많이 어설픈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밌는 이야기들 많이 준비해 볼게요.

개발의 흑역사(?)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재미집니다. 집중도 상승 ^^

흑역사 위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ㅎㅎ
근데 나중에 다른 개발자 분들한테 돌맞는 거 아닌지..

재밌어 하실껄요~~ 공감도 잘되시고 ㅋ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배틀그라운드가 핫하더라고요ㅎㅎ저도 하루 서너판 정도는 플레이 하는데..요즘 게임은 정말 현란하고 디테일이 좋아서, 플레이 하다 보면 개발진들의 노고가 보이더라고요

나날이 게임 퀄리티가 좋아지고 있죠.
그만큼 개발비도 올라가고 개발자들의 고생도 커지지만 이렇게 게임을 즐겨 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배틀 그라운드 참 좋은 게임인데 한가지 단점은 가챠 시스템이 너무 심한거 같더라구요
국내 게임들이 국가의 제재를 받으면서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부분이 이런 심각한 랜덤 뽑기 시스템인데
자정 노력을 좀 하라는 말을 계속 하는대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 랜덤뽑기에 열을 올리는거 같아요
몇 일전에 한 게임 BJ가 배틀 그라운드 방송하는걸 봤는데 배틀 그라운드에서 치마 라는 아이템을 먹겠다면서 2틀동안인가.. 현금 200 만원을 지르더라구요 ㅡ,.ㅡ
뭐 엔모사 모바일 게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게임사의 이익과 부합하다보니까요..ㅎㅎ아무래도 현금화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쪽이 게이머들의 욕구를 늘린다는..경험론적인? 것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리니지가 게임과 현금을 연결시켜주었지요ㅎㅎ

스타트업추진 응원하겠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언젠가 스타트업 시작한다는 포스팅을 올릴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 멋진 일을 하시네요 ㅎㅎ 저도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는 게임만
하게 되니, 최근도 앱게임이 많이 출시되지만 성공할 수 있는 확율은
그만큼 많지 않아서 조금은 걱정이 되더라구요.. 게임관련 소식은
흥미로운 글 중 하나네요.. 감사합니다~

아직은 투자가 원활하게 되는 편이라 게임 퀄리티만 나쁘지 않다면 완성까지는 어떻게든 하는 것 같습니다.
망한 후에는... 다시 만들어서 또 투자 받는거죠.ㅎㅎ
앞으로도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렇군요 ㅎㅎ 네 게임은 저도 좋아하는 분야라서요 ㅋㅋ
감사합니다~~

아아 너무 재미있네요...!
왜이리 게임 개발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지
개발자이셨군요..! 다음편 기대돼요!

정말 감사 드려요!
게임에 관심이 있으셨군요.ㅎㅎ 다음편은 더 재밌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와 현실판 게임데브스토리네요.

흥미진진하게 잘 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쓸 내용은 더 재밌는 걸로 준비해 볼께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규모 스타트업 하시는그날 까지 응원하께용

응원 감사합니다!
언젠가 스타트업 포스팅을 스팀잇에 올릴 날이 왔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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